딸 희생해 '보험금' 노린 엄마…"부디, 살아는 있어라"?[영화in 보험산책]

15세 미만 미성년자 사망보험은 무효…단체보험 예외두는 개정안 국회 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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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한유주 기자 = # 엄마와 길을 가던 어린 딸 예슬이는 손에서 놓친 곰인형을 찾기 위해 찻길로 뛰어든다. 이어 모녀를 뒤따라오던 한 자동차가 예슬이를 치고 도망간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예슬이. 단순 뺑소니 사고로 보였던 사건은 수사망이 좁혀지며 전말을 드러낸다.

예슬이를 치고 간 뺑소니범은 엄마의 동거남 엄동철이었다. 늘 예슬에게 상냥하고 좋은 엄마였던 주영순은 그제야 가면을 벗어던진다. 주영순은 엄동철과 교통사고로 위장해 예슬이 명의의 상해보험금을 타려 했던 것. 두 사람의 보험사기 행각은 처음이 아니었는데, 어린 딸에게 수차례 상해를 가해 타낸 보험금만 8000여만원에 달했다.

거짓말을 일삼은 주영순과 엄동철에게도 진심의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시종일관 예슬이가 살아있기를 바랐던 것. 둘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도 어린 딸의 '생사 여부'를 수차례 묻는다. 하지만 그 마음조차 예슬이를 위한 것이 아니었다. 15세 미만의 미성년자는 사망보험금 지급 대상이 아니라 유치원생인 예슬이가 죽으면 보험금을 탈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시즌2가 시작된 '소방서 옆 경찰서'의 한 에피소드 내용이다.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잔인한 이야기지만 현실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지난 6월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A씨와 그의 아내 B씨 등을 재판에 넘겼다. 두 살배기 아기를 차에 태우고 교통사고를 낸 뒤 보험금을 타간 행각이 발각됐기 때문이다.

배달 오토바이를 몰던 A씨는 주변 차량과 고의로 충돌한 뒤 보험금을 타내는 식으로 범행을 시작했다. 급기야 아내와 함께 두살 된 자녀를 차에 태운 채 16차례나 비슷한 범행을 시도했다. 이들 부부는 자녀를 차에 태운 이유에 대해 "보험금을 더 많이 타내고, 범죄 의심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자백했다.

스스로를 방어할 힘이 부족한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법은 15세 미만 미성년자의 사망보험계약을 무효로 하고 있다. 법의 테두리를 통해서라도 어린 아이들이 보험사기에 이용돼 생명을 빼앗기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국회에선 이를 부분적으로 완화하는 법안이 여럿 건 계류돼 있다. 지난해 10월 태풍 힌남노로 숨진 중학생의 유족이 지자체가 가입한 단체보험의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개정안 발의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다른 피해자의 유족은 사망보험금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이 함께 알려지며 일각에서는 일종의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은 미성년자 보호를 위해 사망보험 금지는 원칙적으로 유지하되, 고의 사고 위험이 적은 단체보험에 한해 예외를 두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재해, 천재지변, 감염병, 수학여행 같은 단체활동 중 발생한 보험사고 등으로 단체보험 보장범위를 좁혀 보험사기 악용 가능성을 한층 더 차단하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보험사기 적발 사례가 해마다 늘고 끔찍한 아동학대 사건이 잊을 만하면 수면 위로 드러나는 상황에서 "아이들 생명보다 중요한 것이 있느냐"는 주장도 여전하다.

어린 예슬이는 상처투성이 몸에도 보험금을 손에 쥐고 기뻐하는 엄마를 볼 때면 행복해했다. 자신이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그저 '엄마바라기'였던 예슬이. 돈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요즘 세상, 보험 제도가 무고한 아이들을 끔찍한 아동학대로 내모는 길이 되지 않도록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이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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