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탈플라스틱

김재근 선임기자

인류의 발명품 중에서 플라스틱만큼 빠르고 널리 확산된 게 없을 것이다. 플라스틱은 1907년 벨기에 화학자 레오 배클랜드가 처음 개발했다. 역사가 불과 100여년에 불과하지만 그 쓰임새는 엄청나게 넓다. 생수병과 음료수병, 장난감, 비닐봉투, 필름, 밀폐용기, 컵, 건축 외장재에 이르기까기 곳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플라스틱은 가공하기 쉽고 물에 잘 견디며 가격도 싸기 때문에 나무나 금속, 석재, 가죽 등의 전통 재료를 속속 대체했다. 전세계 플라스틱 생산량이 1950년 200만 톤에서 2020년 4억6000만 톤으로 늘었고, 2060년에는 12억31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플라스틱이 환경과 생태계를 심하게 위협, 파괴한다는 점이다. 플라스틱 중에서 재활용한 것은 9%에 불과하다. 폐기된 플라스틱 58억 톤 중에서 79%가 매립되거나 버려졌고, 12%는 불태워졌다. 바다도 몸살을 앓고 있다.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흘러들어 해양생물을 위협하고 있다. 바닷새나 물고기가 이것을 먹고 죽기도 한다.

인간의 건강도 위협한다. PVC의 경우 연소 때 환경호르몬과 발암물질을 발생시킨다. 생수나 음료수병의 미세플라스틱이 체내에 흡수돼 면역체계 이상과 장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플라스틱 재활용과 탈플라스틱 노력이 절실하다. 유엔환경총회(UNEA)는 2024년까지 플라스틱 오염규제 협약을 만들기로 했고, EU는 플라스틱 포장재의 재활용을 2030년에 55%까지 높이기로 했다. 우리나라도 2025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20% 줄이고, 2020년 현재 54%인 폐플라스틱 재활용을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충남도가 탈플라스틱 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15개 시·군과 탈플라스틱 확산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미 지난 6월부터 충남도청 청사내 1회용품 사용 중단도 추진해왔다.

탄소배출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기후 위기는 남의 일이 아니다. 올 여름 무더위와 극한호우에서 보듯 직접 나와 우리사회의 건강과 삶을 위협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재활용기 사용 등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