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인데 코로나19 확진자 왜 또 늘어나나?

김연희 기자 2023. 8. 18.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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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리는 사람이 다시 늘고 있지만 예전만큼 유행이 심각해질 가능성은 낮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치명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유행 초기 3%대에서 0.02%까지 낮아졌다.
8월7일 서울 용산역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과 안 쓴 사람들이 섞여 있다. ⓒ시사IN 신선영

2023년 여름, 코로나19 상황을 접하면서 당신은 고개를 갸웃했을지도 모르겠다. 한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코로나19 관련 뉴스가 포털 메인에서 하나둘 눈에 띈다. 클릭해보면 확진자가 다시 늘고 있다는 소식들이다. 주변에서도 코로나19에 다시 걸리는 사람이 속속 나타난다. 6월 넷째 주 하루 평균 1만7000명이던 확진자 수는 6주 연속 증가해 8월 첫째 주 4만9000명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위기 경보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추며 엔데믹을 선언한 것이 지난 5월인데 왜 또다시 유행이 확산되는 걸까?

기나긴 코로나19 유행을 거치며 대중들의 감염병 지식도 쌓여왔다. 코로나19 팬데믹의 끝은 종식이 아니라 풍토병을 뜻하는 엔데믹이라는 사실쯤은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엔데믹이 되면 코로나19 감염은 조금씩 계속되지만 확진자가 크게 늘어나는 일은 없을 거라고 예상했다면, 이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코로나19가 5~6개월 간격으로 1년에 두 번 유행하는 것은 예견되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두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로 추정된다. 하나는 인체가 가진 면역 측면이다. 항체조사를 통해 면역이 유지되는 기간을 추적해보면 코로나19 복합면역(백신접종+감염)을 획득한 사람들의 항체농도는 5~6개월이 지나면서 크게 감소한다. 6개월을 기점으로 재감염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바이러스 우세종이 출현하는 주기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오미크론(코로나19 변이의 한 종류) 대유행 이후 오미크론의 하위 계열 변이들이 유행하고 있는데 대략 6개월 간격으로 우세종이 바뀌는 것으로 관찰된다.

최소 3년 동안은 6개월마다 등락 가능성

“면역이 감소하는 시점과 우세종이 바뀌는 시점이 독립적인 현상인지, 아니면 서로가 서로를 설명하는 현상인지는 아직 잘 모른다. 어쨌든 5~6개월 간격으로 유행이 증감하리라는 것은 지난해부터 예견돼왔다. 올여름 유행도 예상했고 방역 당국도 지난 3월 일상 회복 로드맵을 세울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다(정재훈 교수).”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은 계절성을 띠지만 이와 달리 코로나19는 계절보다는 앞서 설명한 요인들 때문에 주기가 생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림 1〉은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 그래프이다. 지난해 3~4월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일평균 확진자 수가 40만명까지 치솟고 난 뒤로 대략 6개월마다 그래프가 올라갔다 내려가는 패턴이 나타난다. 정재훈 교수는 최소 3년 동안은 6개월 간격으로 감염 곡선이 출렁거릴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코로나19는 1년에 두 번 유행하는 감염병’이라고 아직 확정할 수 없다. 정 교수는 “지금 우리는 새로운 호흡기 바이러스가 인류 사회에 들어와 엔데믹화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대로 확진자가 늘어난다면 예전처럼 유행이 심각해질 위험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대체로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와 절대 다수가 코로나19에 감염되거나 예방접종을 마친 지금, 인구집단에 축적된 면역 수준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면역력이 감소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재감염이 되더라도 상태가 위중해지지 않도록 우리 몸을 보호하는 면역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다.

썰물과 밀물이 교차하듯 감염에 대항하는 ‘인류의 힘’과 인류를 감염시키려는 ‘바이러스의 힘’은 힘겨루기를 반복한다. 지금처럼 감염자가 늘어나 인구집단의 면역 수준이 올라가면 일시적으로 ‘집단면역’에 도달해 유행 곡선은 피크를 찍고 내려온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 인류의 면역력이 줄어들면 바이러스는 다시 확산된다. 이러한 흐름 위에서 현재와 앞으로의 코로나19 상황을 이해해야 한다(〈시사IN〉 제775호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 파도 얼마나 거세질까’ 기사 참조).

코로나19 치명률은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떨어져 있다. 2020년 3%를 넘어섰던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코로나19 오리지널주나 델타 변이보다 병독성이 크게 낮아진 오미크론 변이가 지난해 출현하며 독감 수준(0.1%)으로 내려갔다(〈그림 2〉 참조).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그 이후로도 치명률은 더 떨어져 지난 7월 넷째 주 기준 0.02%이다. 인구 대다수가 복합면역을 획득해 기본적인 면역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진료가 일상 의료체계에 편입돼 상태가 중해지더라도 예전보다 원활하게 치료가 이뤄지는 덕분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현재 우세종인 XBB 계열의 독성이 더 강하다거나 재감염되면 더 아프다는 얘기가 돌기도 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로나19에 다시 걸릴 경우 이전보다 가볍게 앓고 지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요즘 코로나’의 증상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건,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정재훈 교수는 재감염자 중에서 검사로 확진되는 비율이 20% 미만일 거라고 평가했다.

8월9일 서울 성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시민들이 줄 서 있다. ⓒ시사IN 박미소

방역 당국은 8월9일로 예정되었던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 전환 발표를 연기했다. 현재 코로나19는 법정 감염병 등급상 2급으로 결핵, 수두, 홍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를 인플루엔자(독감)와 동일한 4급으로 내린다는 계획인데 여름철 확산세를 고려해 일단 보류되었다. 중증화율과 치명률은 감소하고 있고, 유행 규모도 예측 범위 내에 있지만 신중을 기하려는 취지다. 질병관리청에서 평가하는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는 올해 1월 이후 줄곧 ‘낮음’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2급에서 4급으로 낮추는 건 “당연히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2급 감염병 규정에 따라 코로나19 확진자를 전수 집계하는데 한국을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는 전수 감시를 중단한 상태다. 코로나19가 4급 감염병이 되면 인플루엔자처럼 지정 의료기관 등에서 주 1회 신고를 받는 표본 감시로 유행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2급→4급 전환 앞두고 점검해야 할 것들

세부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정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에서 4급 전환 시 변경되는 사항을 대략적으로 밝혔다. 지금까지 남아 있던 방역 지침들이 대부분 해제되는 가운데 가장 주요한 변화는 코로나19 진단검사비 유료화와 치료비 지원 축소로 보인다.

4급이 되면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문을 닫고, 모든 코로나19 검사는 병의원에서 시행한다. 진단검사가 일상적인 의료체계 안에 완전히 자리 잡는 것이다. 이때 의료기관에서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를 받으면 비용은 약 4만~5만원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만 60세 이상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해 검사비를 일부 보조할 계획이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진료·입원 등 코로나19 치료비는 전액 국고로 지원됐는데 4급 전환 시 대부분 종료될 예정이다. ‘지원 종료’라고 하면 치료비를 모두 환자가 낸다는 의미로 오인될 수 있는데 정확히 말하면 건강보험체계로 편입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코로나19 치료비에는 건강보험공단이 운용하는 건보료가 아니라 정부 예산이 쓰이고 있었다. 국고로 지원될 때는 전부 무료였지만 코로나19 치료가 건보 적용을 받을 경우, 일정 부분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정부는 중증환자의 경우 한동안은 치료비 지원을 일부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가 2급에서 4급 감염병으로 전환되면 선별진료소는 운영이 종료된다. ⓒ시사IN 박미소

김새롬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는 전체적인 방향에 동의하면서도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을 짚었다. “언제까지 코로나19만 예외로 둘 수는 없으니 건강보험체계 내에서 코로나19 진료와 치료도 운영돼야 하는 건 맞다. 그러나 동시에, 검사가 유료로 바뀌고 치료비 본인부담금이 발생하면 일종의 비용 장벽이 세워지는 셈이다.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과제로 남는다.”

김새롬 교수는 올해 5월 한국건강형평성학회 봄 학술대회에서 코로나19 위중증 환자와 보호자들이 과중한 의료비 부담에 놓이게 되는 사례들을 조사해 발표했다. 코로나19 중환자 치료를 받은 이들에게 적으면 300만원에서 많으면 5000만원까지 의료비가 청구되었다. 코로나19 중환자 격리기간인 20일 동안은 국고로 치료비가 전액 지원되다가 격리기간이 끝나면 건강보험으로 전환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더라도 중환자 치료가 워낙 고액이라 본인부담금이 적지 않게 발생한 것이다. 코로나19를 4급 감염병으로 내리고 건강보험체계로 흡수하는 과정에서 살펴봐야 할 지점이다.

임승관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장은 여전히 남는 문제로 노인요양시설을 꼽았다. 노인요양시설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제일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감염관리 측면에서 지금까지도 별다른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임승관 원장은 지금 상황에서 현실적 대책으로 ‘현황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요양시설은 건물, 운영, 인력 등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구조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법을 내놓기는 어렵다. 다만 코로나19가 4급으로 전환되며 표본 감시로 바뀐다 하더라도 요양시설의 감염 현황만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요양시설이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감염의 특성을 데이터로 수집하고,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체계를 가동해야 한다. 이런 기반이 있어야 한국 사회가 이 시설들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나갈 수 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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