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는 '생업전선'?…영장기각에 풀려나자 바로 일 나섰던 그는 [사건의재구성]

"생활비 없어서…" 주거침입·절도 저지른 50대
석방 후 편의점 절도하다 업주 폭행…징역 2년 선고

ⓒ News1 DB

(광주=뉴스1) 최성국 기자 = 노숙자인 A씨(59)는 이른바 생계형 범죄자다. 오갈 곳 없던 그는 지난해 12월16일 오전 10시32분쯤 전남 신안군의 한 주택에 몰래 들어갔다.

문이 잠기지 않은 창문을 열고 거실까지 침입한 그는 주방에서 흉기를 집어들었다. 조용히 집 안을 돌아보던 그는 피해자의 운동화와 100만원이 넘는 현금, 저금통 등을 훔쳐 달아났다.

이렇게 훔친 돈으로 한달을 산 그는 올해 1월29일 경기 부천으로 이동했다. 그는 여기서도 절도행각을 이어갔다.

한 휴대전화 매장에서 휴대전화 모형품을 훔치는가 하면 한 편의점에서는 주인 몰래 휴대폰 충전기 등을 훔치기도 했다.

계속된 절도행각은 결국 꼬리가 잡혔고 경찰은 절도 등의 혐의로 A씨를 체포했다.

여죄를 수사하던 경찰은 도주 우려 등을 이유로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은 2월2일 A씨에 대한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기각했다.

A씨는 영장기각으로 유치장에서 풀려났지만 최소한의 반성조차 하지 않고 다음날 곧바로 범행을 시작했다.

2월3일 오전 11시25분쯤 전남 목포의 한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던 그는 업주와 눈이 마주쳤다. 업주는 '경찰에 신고하겠다'며 출입문을 막아섰고, A씨는 업주의 목을 때린 뒤 황급히 달아났다.

A씨는 자신을 뒤쫓아오는 업주를 재차 폭행하며 달아났지만 결국 범행은 미수에 그친 채 경찰에 다시 체포됐다.

A씨는 생활비 마련을 위해 각종 범행을 저질렀다고 털어놨다.

경찰의 여죄 수사결과 A씨는 지난해 11월에도 신안군의 한 민박 주차장에서 문이 잠기지 않은 화물차를 훔쳐 달아났고, 경찰은 절도 혐의와 도로교통법 위반(무면허운전) 혐의를 추가해 입건했다.

1심을 맡은 광주지법 목포지원은 준강도미수, 특수절도, 절도, 주거침입, 야간건조물침입절도 동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단기간에 수차례에 걸쳐 절도 범행을 저질렀고, 체포를 면탈하기 위해 피해자를 폭행하고, 건조물에 침입하거나 흉기를 휴대하기도 했는 바 범행의 위험성을 고려하면 죄질이 좋지 않다"며 "피고인은 과거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고 재범할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다만 "피고인은 직업이 없는 노숙자로, 각 범행은 대부분 생계형 범죄에 해당하는 점, 절도범행의 피해액이 비교적 소액인 점 등을 감안해 형을 정한다"고 밝혔다.

A씨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고,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를 제기했으나 2심 재판부는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을 맡은 광주고법 제2-1형사부(재판장 박정훈)는 최근 A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심신미약으로 인해 형을 감경 받기 위해서는 범죄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이 인정돼야 한다"며 "피고인은 수사과정에서 생활비 등 돈이 부족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는 바 판단력 저하로 인한 범행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주거침입과 특수절도로 체포됐다가 검사의 구속영장 신청 기각으로 석방된 직후, 범행을 저질렀다.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할 때 피고인에 대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star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