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내가 원조인데" 농심의 '매운 라면' 딜레마

김아름 2023. 8. 1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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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의 일입니다.

농심이 1986년 내놓은 신라면은 한국 매운맛의 혁명과도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농심 입장에서는 원조 매운 라면 신라면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앞서 농심이 선보인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이었던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 매운, '농심의 최신(最辛) 라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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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출시 후 매운라면=신라면 공식 깨져
일부 식당에선 '안매운맛=신라면 맵기'로 표기
더 레드 등 더 매운 라면 한정판으로만 출시해
그래픽=비즈워치

신라면=순한 맛

며칠 전의 일입니다. 저녁으로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배달앱을 켜고 마라탕집을 검색했습니다. 메뉴를 고른 뒤 맵기를 선택하는데, 살짝 당황스러웠습니다. 가장 맵지 않은 순한 맛을 시키려는데 메뉴 설명에 '신라면 정도'라고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서 신라면은 '맵지 않은 맛'의 기준이 된 걸까요. 

농심이 1986년 내놓은 신라면은 한국 매운맛의 혁명과도 같은 제품이었습니다. 이름부터 '매울 신'자를 사용하고 포장도 레드&블랙으로 강렬함을 더했죠. 맛도 그랬습니다. 새빨간 색깔에 얼큰한 맛으로 당시 라면 시장에 정설로 통하던 '매운 라면은 안 통한다'는 말을 정면에서 깼죠. 

이후 '매운맛'의 기준은 줄곧 신라면이었습니다. 신라면을 잘 먹으면 매운 음식을 그럭저럭 먹는 사람이었고 "신라면은 매워서 못 먹겠다"는 사람은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이 됐죠.

한 음식점의 매운맛 안내/사진=김아름 기자 armijjang@

하지만 최근에는 조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때문입니다. 불닭볶음면이 등장하고, K-푸드의 대표적인 맛이 '매운맛'으로 알려지면서 매운맛 음식이 늘어났죠. 그렇게 매운 맛의 기준이 올라가다 보니 이번 마라탕집처럼 '순한맛=신라면'이 된 겁니다.

그러다보니 농심 입장에서는 원조 매운 라면 신라면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느낌을 받았을 겁니다. '사나이 울리는' 신라면이 맵찔이들의 맛으로 여겨지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겠죠. 

이래도 안 매워?

사실 신라면은 그간 꾸준히 '더 매워지는' 방향으로 바뀌어 왔습니다. 원래 신라면의 스코빌 지수는 1300 수준이었습니다. 그땐 이 정도로도 '맵다'는 평을 받기 부족함이 없었죠. 매운 라면이 늘어나던 2012년에는 2000대로 올렸고 2015년에는 지금의 3400SHU로 맵기가 조절됐습니다. 지금 신라면이 옛날 신라면보다 3배 가까이 매운 셈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계속해서 '더 매운 신라면'을 시도해 왔습니다. 1월에는 서울 성수동에 '신라면 카페테리아' 팝업스토어를 열고 기존 신라면보다 3배 매운 신라면을 선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신라면보다 약 2배 매운 6000SHU의 '제페토 신라면 큰사발'도 한정판으로 내놨죠. 

그러다가 이번에는 무려 7500SHU의 '신라면 더 레드'를 선보이게 된 겁니다. 신라면 더 레드는 앞서 농심이 선보인 라면 중 가장 매운 제품이었던 앵그리 너구리(6080SHU)보다 매운, '농심의 최신(最辛) 라면'입니다. 스코빌 지수가 불닭볶음면(4400SHU)보다 배 가까이 높습니다. 국가대표 매운 라면 이미지를 탈환하겠다는 의지가 보이죠. 

농심 신라면 더 레드/사진제공=농심

단순히 맵기만 해선 안되겠죠. 신라면 더 레드는 청양고추의 양을 늘려 매운맛의 강도를 높이는 동시에 소고기와 표고버섯 등 진한 육수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를 보강했습니다. 표고버섯과 청경채 등 건더기 양도 기존 신라면보다 2배 이상 늘렸고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으로 만든 '후첨양념분말'도 더해 보다 복잡한 매운맛을 구현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이번 제품도 지난 제페토 신라면 큰사발과 마찬가지로 한정판으로 운영되는 만큼 신라면의 '맵부심'이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심 측은 신라면 더 레드를 정식 출시할 계획은 아직 없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계속 신라면이 '맵찔이 라면'으로 인식된다면, 또 모를 일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니즈'니까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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