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국 88%, 돈벼락 맞은 기업에 '횡재세'…한국은 쭉 감세 기조

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2023. 8. 18. 06: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핵심요약
EU 27개국 중 24개국, 횡재세 시행했거나 도입할 계획
한국은 감세 기조, 횡재세 법안 4건 발의됐지만 1년째 계류 중
정유·금융업계 "횡재세 범위 모호하고 형평성에 어긋나" 반대
연합뉴스

유럽 국가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횡재세'(Windfall Tax)를 도입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원자재 가격 급등, 고금리로 세계가 경제위기를 맞닥뜨린 가운데 정상 이익을 넘어서는 초과이득을 향유한 특정 기업에 고통을 분담하라는 취지에서다.

24개국이 횡재세를 도입했거나 예정인 유럽은 정유 등 에너지 기업을 넘어 식품기업에까지 횡재세를 확대했다. 이는 정유업계와 은행들에게 한정해 횡재세를 도입하려는 시도가 힘을 잃은 우리의 현실과 크게 대비된다.

유럽, 앞다퉈 횡재세 추진…에너지기업 넘어 식품까지


지난 14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에너지 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시행하거나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에너지 기업이 지나친 수익을 올렸다는 판단에서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초과 실적을 올린 기업에 '연대 책임'을 지게 한 이 조치는 올해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스페인·슬로바키아·헝가리·체코 등이 2024~2025년으로 시한을 늘렸고, 영국은 종료 시점을 2028년 3월까지 5년이나 연장했다.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면서 수익이 증대된 은행들도 횡재세 부과 표적이 됐다. 체코, 리투아니아, 스페인, 이탈리아가 은행들을 겨냥했다. 라트비아도 은행에 대한 횡재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식품, 보험 기업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추세다. 헝가리는 보험사를 포함한 모든 금융 기관과 제약사를 횡재세 부과 기업으로 지정했다. 포르투갈은 지난해와 올해 초과 이익을 거둔 식품 유통업체에게 세금을 걷겠다고 밝혔다. 전력, 식량 등 필수품 가격 급등으로 다수가 생활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선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는 의도가 담겼다.

유럽은 '횡재세' 도입 한국은 감세 기조

국회입법조사처 캡처

유럽처럼 우리나라도 야권을 중심으로 정유업계와 은행 등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해 8월 이성만 의원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시작으로 국회에도 정유사와 은행을 대상으로 횡재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이 4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성만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인세법 일부개정안에 따르면, 석유정제업자 및 액화석유가스 집단공급사업자는 직전 3개 사업연도 평균 소득금액 대비 해당연도에서 5억 원 이상 초과소득이 발생한 경우 20%를 법인세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이 의원실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기름값이 많이 올라 국민의 부담이 커지자 정부에서 유류세를 인하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정유업계에 대한 초과이득세 법안을 발의하게 됐다"며 "국내에서도 횡재세 논의에 대한 물꼬를 트길 바라는 마음"이라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지난해 9월 납세의무자를 정유4사에서 나아가 16개 국내은행을 포함시켜 범위를 확대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유사와 시중은행이 거둔 '초과이득'에 대해 50%를 법인세를 물리는 것이 골자다. 이 의원과 달리 2024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며, 에너지 및 금융 취약계층 지원을 목표로 삼았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도 지난해 12월 법인세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해당 사업연도의 총소득금액이 직전 3개 연도의 평균의 120%를 초과하고 과세표준 3천억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 대한 20%의 법인세를 걷는 내용이다. 다른 법안들과 달리 부과 대상이 정유업계와 은행에 한정되어 있지 않고 포괄적인 것이 특징이다.

양 의원실은 CBS와의 통화에서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시기에 돈을 많이 벌어 들인 기업이라면 세금을 부담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며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서민금융법 개정안에서는 예대금리차로 얻은 은행의 '순이자이익'을 '횡재적 이익'이라 봤다. 기준금리 1%p 이상 상승하는 경우, 해당년도 이자순수익이 직전 5년도 평균 이자순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금액의 10%를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토록 하자는 내용을 담았다.

횡재세 도입을 위한 이들 4건 법안들은 모두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오히려 대기업 감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데다가 민주당도 당차원에서 강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으면서 논의자체가 흐지부지된 상태다.

국내 정유·금융업계 "특정업체 겨냥, 형평성에 어긋나"

황진환 기자

정치권의 의지도 약하지만 업계에서도 횡재세 도입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횡재세의 범위가 모호하고 특정 업계를 겨냥해 횡재세를 걷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SK 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스오일 등 정유 4사를 회원사로 둔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으로 적자를 보았을 때는 손해를 보전을 해준 적이 없는데, 수익을 늘자 횡재세를 걷겠다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반박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과도한 이자 장사를 했다는 비판을 받지만, 실제로는 예대금리차가 크지 않았다"며 억울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인플레이션에 따른 대중의 성난 민심을 가라앉히기 위해 포퓰리즘 법안을 만든 것이라고 비판까지 나왔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일정 부분의 이익을 거둬들이는 만큼 정유 기업들이 미래 저탄소 산업으로 투자할 자금이 줄어든다"며 "횡재세는 황금알 낳는다고 거위의 배를 가르는 격"이라고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횡재세가 도입되면 '열심히 일할 기업이 어딨겠느냐'"며 "기업의 사기를 죽이는 법안"이라고 전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CBS노컷뉴스 류효림 인턴기자 nocutnews@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