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IFRS17에도 회계 보단 매출…상반기 은행에서 보험 판매 36% 급증
IFRS17 도입으로 올해 하반기부터는 저축성보험 판매 감소할 전망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은행 창구를 뜨겁게 달궜던 연금보험 판매 열기가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당초 금융권은 IFRS17(새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올해 방카슈랑스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IFRS17 도입으로 회계상 저축성보험은 이익이 감소하고 부채만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보업계는 역마진, 부채 증가 등 부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도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를 전년 동기 대비 36% 늘렸다.
업계는 올해 1분기 보험사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이벤트 형식의 저축성보험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18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는 2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1687억원 대비 36.3% 증가했다.
방카슈랑스는 은행과 보험사가 상호 제휴 및 업무 협력을 통해 제공하는 종합금융서비스로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을 결합한 합성어다. 통상적으로 방카슈랑스에서는 상품구조가 복잡하지 않은 저축성보험을 위주로 판매한다.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 증가는 저축성 상품 중에서도 특히 연금보험의 판매가 증가한 영향이다. 2분기까지 방카슈랑스에서 판매된 저축성보험 초회보험료는 1965억원이고, 이는 전체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의 85.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의 대부분이 연금보험이라는 의미다.
보험사별로는 메트라이프가 상반기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로 738억원을 기록했고, 뒤를 이어 한화생명 574억원, 교보생명 291억원, 농협생명 275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4% 수준의 고금리 연금보험 상품이 판매되면서 은행 창구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은행창구에서 연금보험 판매가 늘어난 것은 지난해 하반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하면서부터다. 지난해 상반기 1.75%에 머물렀던 기준금리가 8월 2.5%를 거쳐 3%까지 올랐고, 4분기 기준금리가 3.5%까지 오르면서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가 급증했다.
기준금리가 높아지자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푸본현대생명 등의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에서 4%대 금리의 연금보험을 일시적으로 판매했다. 지난해 말 전체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평균 금리가 2%에서 3% 사이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올해 6월 저축성보험 평균 금리는 2~2.8% 수준이다.
결국,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 창구를 달군 연금보험 판매 열기가 올해 1분기까지 이어지면서 올해 상반기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가 전년 대비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지난해부터 이어지는 고금리 연금보험 판매가 향후 보험사의 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해 4월 기준 생보사 운용자산이익률은 3.3%로 금리인상 효과로 지난해 말 대비 0.2%포인트(p)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1분기까지 판매된 연금보험의 금리 4%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했느냐를 나타내는 지표로 생보사의 수익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치이기도 하다. 보험사는 판매한 상품의 금리보다 운용자산이익률이 낮을 경우 약속한 이자를 보전하지 못해 역마진이 발생한다.
쉽게 말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은행에서 판매된 연금보험의 역마진을 모면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평균 운용자산이익률보다 최소 0.7%p 높은 투자이익을 거둬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이 지금도 보험사에 부담이 되고 있어 하반기부터는 방카슈랑스 원수보험료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IFRS17이 도입되면서 매출인식 기준이 기존의 현금주의에서 발생주의로 바뀌었고, 이로 인해 저축성보험 판매가 매출에는 미치는 이익은 작아지고 부채는 크게 불어나 재무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말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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