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2% 목표에 실질수익률 2%+α …10년물 5% 뉴노멀 [뉴욕마감]
미국 국채시장에서 10년물 수익률이 2008년 이후 최고치인 4.3%를 돌파하면서 뉴욕증시가 하락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사실상 무위험 자산인 국채 투자로 연 4% 중반 이익을 얻는 것이 위험자산인 주식투자보다 낫기 때문이다. 게다가 반년 정도를 버틴다면 내년 초나 2분기부터는 금리인하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쿠폰금리보다 자본차익을 올릴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셈법이다.
17일(현지시간) 다우존스 지수는 전일보다 290.91포인트(0.84%) 하락한 34,474.83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157.7포인트(1.17%) 내린 13,316.93에 마쳤다. S&P 500 지수도 33.97포인트(0.77%) 하락한 4,370.36에 마감했다.
이날 나스닥과 S&P 500 지수에 이어 다우존스 지수마저도 5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떨어졌다. 기술적 분석으로만 보면 당분간 다우 지수도 하락세에 잠길 거라는 우려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수익률은 장중에 4.328%까지 치솟았다. 증시 마감 시간인 오후 4시를 지나서는 4.284%로 다소 떨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 중반에 안착한 모습이다.
10년물 금리는 이른바 뉴노멀을 의미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시절에 경험한 제로금리 시대로는 다시 되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4%대 금리는 연방준비제도(Fed)가 목표로 하는 2%대 인플레이션율에 실질수익률 2%가량을 더한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인플레가 쉽게 줄지 않기 때문에 붙여진 프리미엄에 국채시장의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아지면서 생기는 미스매치 수익률을 더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4.3%의 금리도 보수적인 편이다. 헤지펀드왕 빌 애크먼은 10년물이 5%까지 치솟을 것으로 본다.
실적시즌 막바지에 월마트는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놨지만 주가는 오히려 2%대 하락했다. 반면에 컴퓨터 네트워킹 회사인 시스코시스템즈는 4%대 상승했다. 최소 6개월 후의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는 소비재에 대해서는 박하고, 테크기업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후한 측면이 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7월 넷째주에 22만1000건으로 3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22만7000건, 25만건 등으로 증가세를 나타내다가 이번에 다시 1만건 이상 줄면서 노동시장 수요를 입증했다.
전일 발표된 연준의 7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연준 경제학자들은 상반기에 불거진 은행권의 문제가 올해 가벼운 경기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던 초기예측을 거둬들였다.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10년물 수익률은 오후 12시30분 현재 전일대비 5.4bp 상승한 4.312%를 기록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불거졌던 이래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당시는 베어스턴스에 이어 리먼브라더스 등 미국 대형투자은행(IB)이 파산한 시기이기 때문에 금융권의 시스템 붕괴가 우려되던 때다.
하지만 최근 10년물 금리의 상승은 이른바 '뉴노멀'을 반영한다. 미국 정부는 최근 부채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하반기 동안 연내 1조 달러 어치의 국채를 발행하겠다고 선언한 상황이다. 미국의 채권발행량은 늘어나는데 비해 수요자인 중국이나 일본은 오히려 미국채를 팔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7일 로이터통신은 중국 국영은행들이 위안화 평가절하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번주 들어 역내 및 역외 시정에서 달러를 팔고 위안화를 사들이느라 분주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달러화 자산 가운데 특히 미국 국채를 전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미국채는 1조 달러 안팎으로 추정된다.
일본 역시 미국채를 매도하면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양국간 금리격차가 확대된 문제를 해결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미 단기국채와 달러를 매도하면서 이 수백조원의 자금을 외환시장에 투입해 엔화를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사실상 제로금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일본 국채의 금리를 올릴 수 없다.
이날 월마트는 2분기 매출이 1616억3000만 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인 1602억7000만 달러를 웃돌았다고 밝혔다. 주당 이익도 1.84달러를 기록해 예상치이전 1.71달러를 넘어섰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78억9000만 달러(주당 2.92달러)로 전년비 53% 급증했다. 소비세가 그야말로 기지개를 활짝 폈다는 의미다.
월마트의 판매증가는 미국 소비자들이 식품과 생필품 등에 관한 소비지출을 줄이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낳게 한다. 월마트는 생필품 가격의 최저가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회원가입을 통해 대량 묶음판매로 할인 경쟁력을 보이는 코스트코(Costco)와는 다른 전략이다. 대신 월마트도 최근 월마트 플러스라는 이름으로 멤버십 프로그램을 시작해 새 수익원을 삼고 있다. 더크 맥밀런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 간 매출보다 이익이 더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월마트의 약진은 인플레이션 문제로 외식시장의 평균가격이 너무 급히 오른 반사이익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외식보다는 집에서 홈메이드 음식을 만드는 트렌드에 맞는 상품 구성을 갖추면서 미국인의 일상생활을 더 깊숙히 파고 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 측은 블렌더와 믹서 같은 조리 도구들의 판매도 높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일 아마존에 이어 2위 소매체인인 타겟도 이익률이 높아진 성과를 보고했다. 2분기 매출은 247억7000만 달러로 예상치인 251억6000만 달러에 못미쳤지만 주당 이익이 1.8달러로 1.39달러를 훨씬 상회했다. 할인소매업체인 TJX컴퍼니스도 2분기에 127억 60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려 예상치인 124억 5000만 달러를 넘어섰다. 주당 이익은 85센트를 올려 예상치 77센트를 상회했다. 주택관련 소매판매업체 홈디포도 화요일에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냈다. 5월부터 7월까지 회계분기 동안 429억 2000만 달러의 매출로 예상치(422억 3000만 달러)를 뛰어넘었다. 주당 이익도 4.65달러를 벌어 예상(4.45달러)을 넘어섰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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