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캠프데이비드서 채택한 ‘원칙’과 ‘정신’ 의미는
“1개 문건 추가 채택 가능성”
美 NSC 조정관 “北 핵야망 우려
3국 군사협력 엄청난 진전 볼 것”
아사히 “법 기초한 국제질서 유지”
‘힘에 의한 현상변경 불용’ 강조
정상·관료 등 4개 협의체 정례화도
정상회의 일정 어떻게
오찬 이후 산책 등 친교시간 예정
尹, 당일 귀국… 金여사 동행 안해
한·미·일 정상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별도의 정상회의를 갖고 3국 간 협력 지침을 담은 ‘캠프데이비드 원칙(principle)’과 협력 비전·이행방안을 담은 공동성명인 ‘캠프데이비드 정신(Spirit)’을 채택할 예정이다. 그간 가변적으로 이뤄졌던 한·미·일 협력에 지속가능한 틀을 부여하고, 동북아 역내를 넘어 인도태평양을 아우르는 범지역협력체로서 3국 간 공조를 확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출국하는 尹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인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공군1호기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3국 협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중요한 이니셔티브들을 발표할 것”이라며 “바이든 정부 출범 초기 우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동맹과 파트너십을 재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 이니셔티브를 통해 3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일본과 우리와는 관계가 없다”고 했다. 3국 간의 협의체가 아니라 미국 주도의 이니셔티브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미국 고위당국자들이 오는 18일(현지시간) 미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3국 공조가 새로운 시대를 맞을 것이라며 강한 기대감을 연이어 표출했다. 그간 한·미, 미·일의 개별 동맹을 통해 이뤄졌던 공조가 최근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3국 간 유기적 협력이 가능한 체제로 진전했다는 것이다.
특히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대사가 16일 워싱턴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에서 열린 대담에서 이번 정상회의와 관련해 ‘뉴 노멀’이라는 표현을 써서 주목된다. 그는 “중국의 전략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1·2위 동맹은 절대 함께할 수 없다는 전제에 기반하고 있다”며 “이번 3국 정상회의로 근본적 변화가 발생할 것이며, 인도태평양에서 전략 지형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한·미·일 관계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이를 뉴 노멀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19일은 (정상회의가 열리기 전인) 17일과는 완전히 다른 날이 될 것이며,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역사 문제로 반목을 거듭하던 한·일 양국의 관계가 최근 개선되면서 한·미·일 3국의 진정한 전략 공조가 비로소 가능해졌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대담에 함께한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도 “지난 몇 달간 숨 막히는 외교의 현장을 보았고, 한·일 정상의 용기 있는 결단을 지켜봤다”면서 한·일 관계 개선으로 3국 공조의 진전이 가능해졌다고 평가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3국 협력의 기본 이념을 담아 채택될 ‘캠프데이비드 원칙’과 공동성명인 ‘캠프데이비드 정신’에는 이 같은 목적 의식이 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중요성, 핵확산 금지 체제 강화 등이 명시된 캠프데이비드 원칙이 채택된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국, 러시아를 염두에 두고 힘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를 용인하지 않는다는 점도 포함될 전망이다. 아사히는 “법의 지배에 기초한 국제질서의 유지, 강화와 주권·영토의 일체성 존중을 강조한다”며 “핵무기가 두 번 다시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핵군축, 확산 금지 체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처럼 3국 협력이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안보 협의체) 수준으로 발전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커비 조정관이 선을 그은 만큼 기존 동맹의 틀에 기반한 공조 강화가 우선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커비 조정관은 “이번 회의는 구속력 있는 3국 간 공식 동맹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는 이미 한국, 일본과 개별적인 동맹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공동성명에는 3국 정상, 외무장관, 국방장관, 안보담당 고위관료 간 4가지 레벨의 협의체를 구성해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한다는 것을 명시할 전망이다. 아사히는 “각국의 정권 교체가 이뤄지는 경우에도 일·미·한(한·미·일)의 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체제를 정비하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군사 협력, 공동군사훈련, 정보 공유, 사이버 안보 등의 협력도 강화해 간다는 방침이다. 또 경제안보 관련 협력을 중시해 반도체, 중요 광물 공급망 강화를 담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한·미, 한·미·일, 한·일 정상회의를 차례대로 갖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별도 친교 시간도 함께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17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해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한다. 이후 18일 오전 캠프데이비드로 이동해 바이든 대통령의 영접을 받는다. 윤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바이든 대통령, 기시다 총리와 한·미·일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세 정상은 3국 정상회의에 이어 오찬을 함께하며 지역, 글로벌 이슈를 포함한 다양한 주제와 관련해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이후 윤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갖는다. 대통령실은 한·일 정상회담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의제로 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두 정상의 양자 회담에서 이 문제가 다시 언급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이날 오염수 관련 브리핑에서 “실무협의는 16일 모두 마무리됐다”며 “협의 결과는 양측 추가 검토와 정리를 거친 후 종합적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 전경 미국 메릴랜드주 캐탁틴 산맥 안에 있는 미 대통령의 공식 휴양지 ‘캠프데이비드’ 전경.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를 찾는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데이비드 캠프 트위터 캡처 |
한·미·일 정상이 다자회의 계기가 아닌 단독 정상회의를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를 찾는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이현미·서필웅·곽은산 기자, 도쿄=강구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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