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이성민은 당분간 안녕입니다”[인터뷰]
‘미친 연기력’ ‘믿고 보는 배우’···배우 이성민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다. 그가 출연한 작품마다 ‘웰메이드’로 불리는 것은 그의 ‘신들린’ 연기력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성민은 지난해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진양철 회장역으로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내 진양철이다’ ‘몇개고? 밥알 말이다, 몇 개고’ 등 그의 드라마 속 대사는 두고두고 명대사로 화자됐다. 또 영화 ‘리멤버’에서는 뇌종양 말기, 80대 알츠하이머 환자인 한필주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그런 그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공개된 디즈니+ ‘형사록1·2’시리즈에서 은퇴를 코 앞에 둔 형사 김택록 역으로 대중의 가슴을 적셨다.
이성민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나 연달아 노인역할을 맡은 이유, 김택록 캐릭터에 대한 애정, 후배들과의 행복한 일상 등 다양한 얘기를 들려줬다.
“‘형사록’은 애초에 제목이 ‘늙은형사’였어요. 그 제목도 마음에 들었는데, 중간에 바뀌었죠. ‘재벌집’에서 아들로 나온 윤제문이 ‘형, 제발 할아버지역 그만해’ 하더라고요. 하하. ‘리멤버’에서도 노인역을 맡아서 이제 그만해야지, 했는데 김택록역은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기억에 남는 새로운 형사 캐릭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해냈다는 것이 뿌듯합니다.”
김택록의 어떤 매력이 그를 사로잡았을까.
“김택록은 매일을 기록하는 사람이잖아요. 반성하고 자책하고 과거의 일을 꺼내 제자리에 돌려 놓고자 하는 김택록과 같은 형사는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아요. 형사물 중에서 사건 위주보다 캐릭터의 서사를 더 돋보이게 하는 작품이 별로 없었는데 그게 잘 구현됐고요.”
드라마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택록의 일기장 속 필체는 실제 이성민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성민은 김택록과 달리 어릴 적부터 일기쓰는 걸 싫어했다고. 그는 “일기를 쓰라는데 오늘 있었던 일을 쓰는건지 진짜로 속마음을 써야하는건지 혼란이 왔다. 어릴적부터 객관화를 안해서 배우가 된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는 택록에게 트라우마가 발현되고 공황장애를 표현할 때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또 시리즈를 이끄는 택록의 내레이션 부분 역시 특히 신경 쓴 부분이다. 그는 “택록이 날서있고 예민한 상태에서 발현된 내레이션이라 집중을 위해 후시녹음을 했다”고 설명했다.
■ 암울했던 과거, 동료들이 날 구원
‘형사록’ 속 김택록은 자신을 ‘후회하고 상처 뿐인 늙은 경찰’이라고 표현한다. 배우 이성민에게도 택록처럼 힘든 순간이 있었을까.
“시즌2에 과거 죽은 후배들이 플래시백으로 나오는 장면을 촬영하는데, 묘하게 그 친구들이 살아 돌아온거 같고, 걔들과 촬영할 때 너무 좋았어요. 어릴 적 배우로서 아무런 미래가 없을 때 주변의 많은 동료들이 곁에 있었어요. 밀어주고 끌어주고 도와준 동료 덕에 활기를 찾았죠. 지금 이자리로 오기까지 나 혼자 한게 아니라 많은 인연들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단 생각 합니다.”
이성민은 1985년 연극배우로 시작해 긴 무명생활 끝 45살에 첫 주연을 맡았다. 출연작이 많아 다작배우로도 불린다. 꾸준함은 그의 큰 무기였다. 그는 “작품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건 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결국 재밌어서 하는게 아닌가 싶다”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그의 요즘 또 다른 즐거움 중 하나는 후배 배우들과 취미인 골프를 함께 치는 일이다.
“어느날 보니 거의 대부분 후배들과 작업하고 있더라고요. 후배들과 최대한 격이 없었으면 좋겠어요.최근 후배들과 골프 라운딩을 갔는데요, 이학주, 경수진, 김홍파, 유승목···다 제가 끌어들였어요. 골프는 굉장히 단순한 운동이에요. 요만한 공을 요만한 막대기로 요만한 구멍에 넣는거죠. 근데 세상 예민한 운동이에요. 저에겐 예민해지는 게 재밌는 일 같아요. 제가 술을 못 마시는데, 술을 먹은 것처럼 나의 본성을 다 보여주게되거든요, 또 그것이 드러나는 동반자를 볼 때 너무 재밌죠. 이 운동하면서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어 좋고요.”
그에게 연기와 골프, 둘 중 어느게 더 재밌냐고 물었다. 이성민은 “연기보다 골프가 재밌다. 연기는 내 밥줄이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범인을 쫓는 늙은 형사의 달리기로 시작한 ‘형사록’은 늙은 형사의 달리기로 끝이 난다. 택록에게 뛴다는건 어떤 의미일까.
“시즌 1때는 진짜 많이 뛰었죠.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시즌2 마지막 장면 역시 전력 질주였는데요, 느릿느릿 문을 나서 파파박 뛰었어요. 택록에게 뛴다는건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고, 그런 직업을 가졌다는 의미에요. 택록이 달리면서 생각하죠. ‘다시는 경찰 안해야지. 너에게 어울리지 않는 길을 선택한 업이다’라고요.”
‘연기의 신’ 이성민에게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런 생각 해 본적 없어요. 앞으로 내 나이에 맞는 캐릭터는 점점 없어지겠죠? 그에 맞게 순응하며 살아야겠구나 그런 생각해요. 다만 새로운 얼굴로 관객을 만나고 싶죠, 그게 내 도리인 것 같고. ‘재벌집’ 땐 회장님 소리 많이 들었는데, 금세 또 잊혀지더라고요. 노인 연기는 10년, 20년 뒤 연기할 제 모습을 간접 체험한 것 같기도 하고···저에게 값어치 있었던 작업 입니다. 하여튼 앞으로 노인 역은 좀 나중에 하겠다는 거. 하하. 개봉 예정작인 영화 ‘핸섬 가이즈’를 보시면 다시 젊어집니다. 기대하세요.”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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