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실형’ 정치적이라는 전주혜, 왜 조현오에 실형 때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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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에 대해 여권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내용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해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실형 선고 판결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조 전 청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한 재판장은 박 판사를 향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난한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으로, 전 원내대변인의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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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지위’ ‘사과 없다’ ‘엄벌 탄원’
이유로 징역 8개월 실형 선고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에게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6개월 실형을 선고한 박병곤 판사에 대해 여권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유사한 내용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해 재판에 넘겨진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실형 선고 판결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조 전 청장의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8개월 실형을 선고한 재판장은 박 판사를 향해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비난한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으로, 전 원내대변인의 판결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됐다. 전 원내대변인은 당시 판결문에서 박 판사와 동일한 법리로 실형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2013년 9월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 ‘전주혜 재판장’은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고 발언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징역 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17일 한겨레가 해당 판결문을 살펴보니, 전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을 감안하더라도 엄한 처벌을 면할 수 없어 실형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일응 정당하다”고 밝혔다. 전 재판장은 사자 명예훼손 혐의에 이례적으로 실형을 선고한 이유로 △피고인의 지위 △피해자에 직접 사과가 없었던 정황 △피해자의 엄벌 탄원을 꼽았다.
이는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가 정 의원에 실형을 선고하며 거론한 불리한 양형이유와 동일하다. 정진석 의원은 2017년 9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노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씨와 아들이 박연차씨로부터 수백만 달러의 금품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부부싸움 끝에 권씨는 가출하고, 그날 밤 혼자 남은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라고 적어 사자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 재판장은 서울경찰청장이라는 ‘피고인의 지위’를 양형부당 주장의 첫 번째 탄핵 사유로 들었다. “국민들로서는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많은 정보를 접하는 서울경찰청장인 피고인이 나름대로 객관적인 정보와 근거를 가지고 이러한 발언한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 재판장은 “피고인이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않은 채 이 사건 발언을 해 피해자들이나 유족에 정신적 고통을 안겨주었을 뿐 아니라, 국민 사이에 충돌과 대립으로 국론 분열을 초래한 직접적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발화자의 지위와 경력으로 ‘말의 무게’를 따지는 법리는 최근 정 의원 사건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박 판사는 정 의원에 대해 “범행 당시 한 개인이 아니라 4선 국회의원으로서 청와대 근무 경력도 있는 유력 정치인이었고 기자로 일한 경력도 갖고 있다”며 그의 지위를 가장 불리한 양형 조건으로 꼽았다. 그의 지위로 인해 “(정 의원의) 페이스북 글은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사회적으로 비중 있게 전달됐고 이로 인해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이 매우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는 것이다.
‘직접 사과’가 없었다는 점과 유족들이 ‘엄벌을 탄원’한다는 점도 두 사건의 공통점이다. 전 재판장은 조 전 청장에 대해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하면서 오히려 피해자 또는 유족들에게 고소 취하를 호소할 뿐 직접 사과를 하지 않았고, 피해자 쪽은 계속하여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판사도 정 의원에 대해 “피고인이 노 전 대통령의 유족들에게 직접 사과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한 사실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며 노 전 대통령의 유족이 “피고인을 엄벌에 처해 달라”고 밝힌 점을 거론했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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