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과의 분쟁, 이길 수 있을까?[로앤톡]

의사, 변호사 만날 일이 없이 무탈하게 살아가는 게 제일 좋겠지만, 어디 그러기 쉬운가. 살다보면 의사 선생님께 내 몸을 맡겨야 하는 순간도 오고, 변호사에게 내 운명을 맡겨야 할 때도 온다. 좋은 회계사나 세무사를 만나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일 수 있고, 좋은 공인중개사를 만나면 그 연을 오래 이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믿고 맡겼더니, 일이 잘 못 되어 큰 손해가 발생하였다. 전문직과의 분쟁, 이길 수 있을까?

전문가는 보통 의뢰인과 업무에 관하여 계약을 맺고 이러한 계약관계는 위임 또는 준위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수임인인 전문가는 위임의 본지에 따라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위임사무를 처리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것을 들어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

또한 전문가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되면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만약 전문가의 업무에서 의무를 위반한 내용, 또는 고의 과실로 위법하게 행위를 하였는데, 실제로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전문가의 행위와 의뢰인의 손해 사이에 인과관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사실 이러한 채무불이행 손해배상이나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일반적인 민법의 일반 법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전문직과의 분쟁을 피하려 할까? 이는 정보와 지식의 불균형 때문이다.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일을 맡겨놓고 꼼꼼히 챙겨보지 않고, 심지어 전문가가 보내온 서류조차도 꼼꼼히 안 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보니 전문가와의 잘못을 알아채기 힘들다. 알았다 하더라도 어떻게 잘못 했는지 증명하기도 어렵다. 게다가 의료기관과 싸우려면 증거 자체가 모두 해당 의료기관에 있는 경우도 있고, 그 증거(의무기록) 작성자와 내가 싸워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많은 경우 다른 전문가를 섭외해서 조언을 받으며 소송을 하기도 한다. 의사의 과실을 다툴 때에는 다른 의사의 조언을, 세무사의 과실을 다툴 때에는 세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재판 중 감정신청 등을 통하여 다른 전문가의 조언이나 판단을 얻을 수도 있다.

의료 관련 사건에 있어서는 그 증명책임이 전문가에게 있다는 판례도 있다. 대법원은 “환자가 치료 도중에 사망한 경우에 있어서는 피해자 측에서 일련의 의료행위 과정에 있어서 저질러진 일반인의 상식에 바탕을 둔 의료상의 과실 있는 행위를 입증하고 그 결과와 사이에 일련의 의료행위 외에 다른 원인이 개재될 수 없다는 점, 이를테면 환자에게 의료행위 이전에 그러한 결과의 원인이 될 만한 건강상의 결함이 없었다는 사정을 증명한 경우에 있어서는, 의료행위를 한 측이 그 결과가 의료상의 과실로 말미암은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원인으로 말미암은 것이라는 입증을 하지 아니하는 이상, 의료상 과실과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추정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것이 손해의 공평·타당한 부담을 그 지도원리로 하는 손해배상제도의 이상에 맞는다”고 하여 의사 스스로가 자신의 치료에 문제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직과의 분쟁, 당연히 쉽지 않지만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민사소송법에 규정되어 있는 다양한 입증방법과 이제까지의 판결들의 경향들을 살피다보면 어떻게 재판을 진행해야 할지 감이 올 수 있다.

<윤예림 변호사(법무법인 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