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씨배를 수놓은 한국 기사들의 명승부[응씨배 특집③]
한국 바둑을 세계 최강의 반열에 올려놓은 응씨배에서는 한국 기사들이 만들어낸 무수한 명승부들이 쏟아져 나왔다. 살얼음판 같은 박빙의 균형을 무너뜨린 일격도 있었고, 상대의 치명적인 실수를 놓치지 않고 밀어붙여 역전승을 만들어낸 경우도 많았다.
조훈현 9단과 녜웨이핑 9단의 1회 대회 결승 5번기는 지금도 회자되는 명승부로 꼽힌다. 최종 5국까지 진행된 결승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대국은 웹툰 ‘미생’을 통해 알려진 5국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열린 4국이 우승의 향방을 사실상 결정짓는 터닝포인트였다. 1국 승리 후 2~3국을 내리 내줘 수세에 몰렸던 조훈현은 중반까지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종반 끝내기에 접어들어 녜웨이핑이 조훈현이 던지는 승부수를 피해 다른 곳에 착점을 하면서 혼전 양상으로 이어졌고, 여기에 조훈현이 난전으로 승부를 끌고가며 무려 318수까지 가는 접전 끝에 대역전승을 따냈다. 다 이긴 바둑을 놓친 녜웨이핑은 흔들렸고, 이어진 5국은 고작 145수 만에 승부가 결정났다.
2회 대회 우승자인 서봉수 9단도 무수한 명승부를 펼쳤다. 특히 4강에서 일본기원의 조치훈 9단을 만나 1승1패에서 따낸 3국은 서봉수 인생 최고의 명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기세로 벌인 오타케 히데오 9단과의 결승에서 서봉수는 2승2패로 팽팽히 맞선 5국에서 패색이 짙었으나 여기저기서 무수한 난전을 펼치며 흔들기를 시도했고, 이에 말린 오타케가 패착을 두면서 기적적으로 상대 대마를 끊고 역전승을 따내 우승을 차지했다.
4회 대회에서 첫 응씨배 정상에 오른 이창호 9단의 최대 고비는 자신의 천적이라고 불린 요다 노리모토 9단과의 8강전이었다. 당시 무적이었던 이창호에게 요다는 중요한 고비마다 자신의 발목을 잡는 성가신 존재였다. 이 대회 8강전에서도 종반까지 알 수 없는 대접전이 펼쳐졌다. 이창호가 실착을 범해 요다로 승부가 기우는 듯 했지만 요다 역시 실착을 하는 등 균형이 계속 팽팽하게 이어졌다. 하지만 이창호가 153번째 선수로 상대 집을 깎는 묘수를 보였고, 이에 요다가 무너지며 결국 아슬아슬한 승리를 따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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