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의혹’에 4번째 소환된 이재명… 영장 시점 촉각 세우는 정치권
李 “국회 비회기에 영장청구 땐
제 발로 나와 심사받겠다” 표명
약 10시간30분 동안 조사 받아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에 주목
민주, 총선 앞두고 내홍 가능성
‘백현동 개발의혹’ 쟁점은
개발초기부터 4단계 용도 변경 의문
민관합동 사업에서 성남도공 배제
임대아파트 공급비율도 대폭 축소
李 “용도변경 혜택 정부에 돌아가”
檢, 인허가 과정 개입 혐의 입증에 자신
‘불법 대북송금’ ‘정자동 특혜’ 수사 남아
‘대장동’ ‘선거법 위반’ 등 2건은 재판에
李 “무도한 정권 맞설 것” A4 두쪽 입장문
與 “피해자 코스프레… 아연실색” 날세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은 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이날 이 대표 조사는 약 10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조사엔 성남지청 조사 때처럼 고검장 출신 박균택(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가 입회했고, 반부패수사1부 최재순(〃 37기) 부부장검사 등 검사 2명이 나섰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백현동 민간 업자가 ‘브로커’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통해 청탁한 각종 인허가 특혜를 제공한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 얼추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조사 때처럼 “진술서로 갈음한다”고 답변해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는 진술서를 기초로 대응하고 필요한 부분은 적극 설명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소환 조사, 100번이라도 당당히 받겠다. 아무리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며 검찰에 “(국회) 회기 중 구속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 포기하고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이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이후 체포동의안이 전달된다면 표결 절차를 둘러싸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내분을 촉발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8월 말 비회기 기간을 두고, 그 기간에 체포동의안을 전달하라는 입장을 내고 있는 이유다.
17일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이 대표가 인허가권자로서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대표 진술과 무관하게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이 대표를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는 약 300쪽에 달한 반면, 이 대표는 10분의 1인 약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2014∼2017년 백현동 개발 사업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가 관련 인허가 사항에 대한 민간 업자의 각종 청탁을 들어줘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에 손해를 가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사업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265㎡를 아파트·연구개발(R&D) 용지, 공원 등으로 개발하고, 1223세대의 ‘옹벽’ 아파트를 건설·분양해 지난해 말 기준 총 매출액 1조347억원, 분양 이익 3185억원을 챙겼다. 민간 업자인 정바울씨가 대표인 아시아디벨로퍼엔 약 700억원이 배당됐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체적으로 용도 변경을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정부의 지시와 압박이 있었다”는 이 대표 발언을 ‘허위 사실’로 결론 내렸다. 당초 공영 개발 대상이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민간 업자가 단독 개발하도록 허가해 준 것도 특혜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대표는 “공사의 사업 참여는 용도 변경 조건이 아니었고, 공사는 사업 참여 의사가 없었다”고 맞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 인허가 관련자들이 브로커(김인섭씨)의 청탁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의도적으로 개발이익을 포기하게 한 게 사안의 본질”이라며 “이 대표가 사업의 구체적 경과를 보고받고 결재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재판도 2건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지난 3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도 기소됐는데, 이 재판은 준비 절차만 5개월째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네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 등에는 이 대표 지지자 수백명이 운집해 있었다. 이들은 요란하게 꽹과리 등을 치며 “검찰독재정권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반드시 이겨낸다”, “윤석열 퇴진·김건희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4분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 도착했다. 미리 설치된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모여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남색 정장 칼라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표는 마이크 앞에서 미리 준비한 A4용지 두 쪽 분량의 입장문을 읽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권력형 토건 비리 범죄 혐의자가 조사받으러 검찰청에 출석하는데 마치 무슨 영웅이 개선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며 “검찰청 앞에서 희생 제물, 탄압 운운하며 신파극을 연출하는 비리 혐의자의 모습에 상식을 가진 국민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찰을 향해 “정치 수사를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뀐 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집요하고 지리하게 끌고 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본다”고 비판했다.
박진영·김현우·유경민·백준무·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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