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의혹’에 4번째 소환된 이재명… 영장 시점 촉각 세우는 정치권

박진영 2023. 8. 1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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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동 개발 비리’ 피의자 출석
李 “국회 비회기에 영장청구 땐
제 발로 나와 심사받겠다” 표명
약 10시간30분 동안 조사 받아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에 주목
민주, 총선 앞두고 내홍 가능성
‘백현동 개발의혹’ 쟁점은
개발초기부터 4단계 용도 변경 의문
민관합동 사업에서 성남도공 배제
임대아파트 공급비율도 대폭 축소
李 “용도변경 혜택 정부에 돌아가”
檢, 인허가 과정 개입 혐의 입증에 자신
‘불법 대북송금’ ‘정자동 특혜’ 수사 남아
‘대장동’ ‘선거법 위반’ 등 2건은 재판에
李 “무도한 정권 맞설 것” A4 두쪽 입장문
與 “피해자 코스프레… 아연실색” 날세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이 대표가 검찰 조사를 받은 건 올해 들어서만 네 번째다.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도 조만간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한 뒤, 검찰은 이 사건과 백현동 사건을 묶어 이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올해 2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국회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부결된 바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또다시 부각되며 정치권에선 영장 청구 시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대표는 “국회 비회기 때 구속영장을 청구하라.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이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위증 교사 등 혐의로 소환 조사했다. 지난 2월 40여곳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본격화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이 대표는 지난 1월10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성남FC 사건으로 조사받고, 대장동·위례 사건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1월28일과 2월10일 2차례 조사받았다.

이날 이 대표 조사는 약 10시간30분 동안 진행됐다. 조사엔 성남지청 조사 때처럼 고검장 출신 박균택(사법연수원 21기) 변호사가 입회했고, 반부패수사1부 최재순(〃 37기) 부부장검사 등 검사 2명이 나섰다. 검찰은 이 대표를 상대로 백현동 민간 업자가 ‘브로커’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를 통해 청탁한 각종 인허가 특혜를 제공한 경위와 동기 등을 조사했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를 효율적으로 진행해 얼추 마무리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지난 조사 때처럼 “진술서로 갈음한다”고 답변해 사실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이 대표는 진술서를 기초로 대응하고 필요한 부분은 적극 설명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는 검찰 출석에 앞서 “소환 조사, 100번이라도 당당히 받겠다. 아무리 소환해도 정권의 무능과 실정은 가릴 수 없다”며 검찰에 “(국회) 회기 중 구속영장 청구로 분열과 갈등을 노리는 꼼수, 포기하고 비회기 때 청구하라”고 촉구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향후 전개 양상에 따라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 전반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관전 포인트는 국회의 체포동의안 표결 시점이다. 정기국회가 열리는 9월 이후 체포동의안이 전달된다면 표결 절차를 둘러싸고 친명(친이재명)계와 비명(비이재명)계의 내분을 촉발할 전망이다. 민주당이 8월 말 비회기 기간을 두고, 그 기간에 체포동의안을 전달하라는 입장을 내고 있는 이유다.

이 대표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장동·위례·성남FC 사건으로 2건의 1심 재판을 받고 있는데, 백현동 사건까지 추가되면서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 6개월 전이자 추석 연휴 직후인 10월 초부터 공약 개발, 인재 영입, 공천 등 총선 준비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비명계를 중심으로 총선 동력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포스트 이재명 체제’를 출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檢 “민간업자 특혜로 市 손해” vs 李 “朴정부서 용도변경 압박”

17일 ‘백현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검찰에 소환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그간 수사를 통해 이 대표가 인허가권자로서 민간 업자에게 특혜를 제공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며 이 대표 진술과 무관하게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엄희준)는 이날 이 대표를 상대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와 관련된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졌다. 검찰이 준비한 질문지는 약 300쪽에 달한 반면, 이 대표는 10분의 1인 약 30쪽 분량의 진술서를 제출했다.

2014∼2017년 백현동 개발 사업 당시 최종 결정권자였던 이 대표가 관련 인허가 사항에 대한 민간 업자의 각종 청탁을 들어줘 막대한 이익을 몰아주고, 성남시에 손해를 가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사업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11만1265㎡를 아파트·연구개발(R&D) 용지, 공원 등으로 개발하고, 1223세대의 ‘옹벽’ 아파트를 건설·분양해 지난해 말 기준 총 매출액 1조347억원, 분양 이익 3185억원을 챙겼다. 민간 업자인 정바울씨가 대표인 아시아디벨로퍼엔 약 700억원이 배당됐다.

검찰은 정씨의 요구 사항이 로비스트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와 당시 성남시 정책비서관이던 이 대표 최측근 민주당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거쳐 이 대표에게 전달됐다고 본다. 검찰은 올해 5∼6월 김씨와 정씨를 구속 기소하며 정 전 실장을 ‘연결 고리’로 지목했다. 김씨는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이 대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 연합뉴스
백현동 사업의 가장 큰 특혜로는 부지 용도를 자연·보전녹지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상향 변경해 준 것이 꼽힌다. 이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지시, 국토교통부와 한국식품연구원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토부가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국가 정책 사업”이라며 압박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용도 변경 혜택은 민간 업자에게 부지를 매각한 한국식품연구원, 즉 정부에 돌아갔으며, 성남시는 기부채납으로 개발이익 약 1000억원을 환수했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이 대표가 자체적으로 용도 변경을 검토해 변경한 것으로 본다. 지난해 9월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며 “정부의 지시와 압박이 있었다”는 이 대표 발언을 ‘허위 사실’로 결론 내렸다. 당초 공영 개발 대상이던 한국식품연구원 부지를 민간 업자가 단독 개발하도록 허가해 준 것도 특혜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 대표는 “공사의 사업 참여는 용도 변경 조건이 아니었고, 공사는 사업 참여 의사가 없었다”고 맞받았다. 검찰 관계자는 “성남시 인허가 관련자들이 브로커(김인섭씨)의 청탁을 받고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사업에서 배제해 의도적으로 개발이익을 포기하게 한 게 사안의 본질”이라며 “이 대표가 사업의 구체적 경과를 보고받고 결재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성남시가 용도 변경 당시 민간 업자가 기부채납하기로 한 R&D센터 대신 경제적 활용 가치가 없는 R&D 용지를 기부채납하게 해 주고, 100% 임대 아파트 공급 조건도 임대 아파트 10% 공급으로 변경해 준 것도 민간 업자 로비 때문으로 본다. 이 대표는 “실무 부서가 교환을 건의해 승인했다”고 반박했다.
서울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스1
이 대표 사법 리스크는 정점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 대표는 수원지검의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외에 수원지검 성남지청의 ‘정자동 호텔 개발 비리’ 의혹으로도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베지츠종합개발이 2015년 분당구 정자동 시유지에 관광 호텔을 지으면서 성남시로부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올해 6월 성남시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에 이 대표를 피의자로 기재했다.

이 대표가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재판도 2건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고 있다. 지난 3월 ‘대장동·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도 기소됐는데, 이 재판은 준비 절차만 5개월째 진행 중이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이날 이 대표 최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재판에서 이홍우 전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장이 위증한 혐의와 관련해, 지난 대선 때 이 대표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 2명이 개입한 정황을 잡고 이들 주거지를 압수수색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위증 프레임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증거가 없으면 공소를 취소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검찰에 출석한 17일 서울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지자 수백명 “이재명” 연호… 유세장 방불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네 번째 검찰 출석을 앞둔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 등에는 이 대표 지지자 수백명이 운집해 있었다. 이들은 요란하게 꽹과리 등을 치며 “검찰독재정권 우리는 이재명과 함께 반드시 이겨낸다”, “윤석열 퇴진·김건희 구속”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흔들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24분 서울중앙지법 앞 삼거리에 도착했다. 미리 설치된 단상에 오른 이 대표는 모여 있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남색 정장 칼라에 태극기 배지를 단 이 대표는 마이크 앞에서 미리 준비한 A4용지 두 쪽 분량의 입장문을 읽었다.

그는 “저를 희생 제물 삼아 윤석열 정권의 무능과 정치 실패를 덮으려는 것 아니겠나”라며 “없는 죄를 조작해 뒤집어씌우는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검찰의 조작수사 아니겠느냐”고 물었다. 이어 “무도한 윤석열 정권의 민주주의 파괴와 폭정에 당당히 맞서겠다”며 “공포 통치 종식과 민주 정치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희생 제물이 되어 주겠다”고 외쳤다. 지지자들은 연신 “이재명”을 연호하며 화답했다. 선거 유세 현장의 열기를 방불케 했다. 민주당은 이날 500여명의 지지자가 모였다고 추산했다. 반면 서울중앙지검 서문 앞에선 보수단체 소속으로 보이는 일부가 맞불집회를 열고 “이재명 구속”을 외쳤다.
1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구속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정치권에서는 이날 이 대표의 검찰 출석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여당은 이 대표를 향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권력형 토건 비리 범죄 혐의자가 조사받으러 검찰청에 출석하는데 마치 무슨 영웅이 개선하는 것 같은 모습”이라며 “검찰청 앞에서 희생 제물, 탄압 운운하며 신파극을 연출하는 비리 혐의자의 모습에 상식을 가진 국민은 아연실색할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검찰을 향해 “정치 수사를 중단하라”고 규탄했다. 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는 “정권이 바뀐 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집요하고 지리하게 끌고 가는 모습에서 국민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를 본다”고 비판했다.

박진영·김현우·유경민·백준무·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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