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빗장 풀렸지만 韓 게임 한숨 쉬는 이유
강력 게임 규제로 중국 게임사들도 해외로 눈돌려
넥슨 '메이플M', 넷마블 'A3' 등 게임 출시 지속…현지화 심혈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간만에 열린 중국 게임 시장 진출에 한껏 부풀었던 국내 게임업계의 기대감이 꺾이고 있다. 예상 대비 부진한 성과를 기록하고 있는 데다가 중국 부동산 업체가 촉발한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고, 강력한 스마트폰 규제로 게임 시장 자체가 위축되는 악재를 마주했다.
1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게임즈 ‘블루 아카이브’는 중국에서 예상 대비 저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 출시 당일 애플 앱스토어 매출 19위에 진입했지만 지속 순위가 떨어지며 현재는 100위권 밖으로 벗어났다. 한국, 일본 흥행 성과를 바탕으로 블루 아카이브 중국 출시가 기대감을 키우면서 2만원을 돌파했던 넥슨게임즈 주가는 출시 이후 1만7000원대까지 내려갔다.
스마일게이트 ‘에픽세븐’ 역시 지난 6월 출시 후 앱스토어 매출 9위까지 순위가 올라가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현재 90위권을 기록하며 순위가 크게 하락했다. 이 게임은 사전예약자 400만명을 돌파한 바 있다.
단, 게임업계는 블루 아카이브와 에픽세븐 모두 수집형 RPG(역할수행게임)라는 점에서 단계적인 매출 상승을 기대해야 한다고 본다. 게임 특성 상 출시 초반보다는 특정 캐릭터 출시 때 매출이 급등하는 등 이용자 과금을 좌우하는 형태여서다. 출시 초반 빌드에 과금할만한 요소가 많지 않고 뽑을 수 있는 캐릭터도 제한적이다.
실제로 블루 아카이브가 가장 먼저 출시된 일본의 경우 양대 앱마켓 최고 매출 순위에 진입한 시기도 출시한지 1년이 지난 후였다. 한국에서도 인기 캐릭터 ‘미카’ 출시와 함께 지난 7월 26일 애플 앱스토어 및 원스토어 최고 매출 1위를 기록했다. 블루 아카이브는 전날 중국에서 인기 캐릭터 이즈나, 하루나, 시즈코의 모집(획득) 확률이 한시적으로 상승하는 업데이트를 적용했으며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반면 넷마블의 대표 IP(지식재산권) 스톤에이지를 활용해 개발한 게임 ‘신석기시대’는 중국 앱스토어 매출 7위까지 오른 뒤 현재 10위권을 유지하며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다만 이 게임은 넷마블이 개발사에 IP와 개발 리소스 제공하고 중국에서 개발된 자국 게임이다. 넷마블은 로열티 수익을 받는 형태다.
이처럼 최근 진출한 한국 게임들의 중국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이 한숨을 쉬는 이유는 또 있다. 최근 불거지고 있는 중국 부동산발 경제 위기에 게임 규제 강화 움직임까지 일고 있어서다.
지난 2일(현지시간) CNBC방송에 따르면 중국 사이버공간관리국(CAC)은 ‘모바일 인터넷 미성년자 모델 구축 지침’ 초안을 공개했다. 8세 미만의 어린이에겐 하루 40분만 스마트폰을 사용하도록 제한하고 8~16세 미만은 1시간, 16~18세 미만에겐 2시간을 허용했다. 나아가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진 모든 미성년자가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중국 정부는 연령 규제뿐 아니라 게임 내용에도 제재를 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헌법이 정한 기본원칙을 반대하는 내용이나 중국 통일, 주권 및 영토 보전을 위협하는 내용, 국가 기밀 누출 및 중국의 명예를 손상하는 내용 등을 게임에서 제외해야 한다. 게임 홍보물도 '사회주의 정신 문명 건설을 위한 내용에 부합하는 것'이어야 한다.
강력한 게임 산업 규제 영향으로 세계 최대 게임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의 게임 시장은 역성장하기 시작했다. 코트라의 ‘콘텐츠산업 x 해외시장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게임 시장은 2022년 10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0.3% 줄어든 2659억 위안을 기록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셧다운제가 있어도 청소년들이 부모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게임에 접속하는 게 가능한데, 중국은 생체정보 인증이 필요해 불가능하다”라며 “이미 시행되고 있는 여러 규제로 중국 게임 시장이 타격을 입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같은 분위기는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에서 드러났다. 지난달 중국 상해에서 개최된 차이나조이는 신작 출품은 거의 없었고 중국 주요 게임사들이나 해외 대형 게임사의 참여도 저조했다. 대부분의 부스가 이벤트와 굿즈 판매 등에 집중했다. 강력한 정부 규제에 자국 게임사들도 마케팅이나 신작 알리기에 소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중국 시장이 요 몇 년 새 크게 변화하고 현지화도 깐깐해지면서 국내 게임사들도 진출 전략도 일부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현지 퍼블리셔에 퍼블리싱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중국 게임사에 개발 리소스를 제공하고 개발 단계에서부터 리빌딩, 현지화를 맡기는 전략으로 노선을 틀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 게임 시장의 개발력이 높아지고 이용자 눈높이가 달라졌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원신'을 개발한 중국 게임사 호요버스는 붕괴 시리즈 등 다수의 서브컬처 게임을 출시해 중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에서 흥행하고 있다. 반면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게임들은 수년 전에 출시된 게임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중국 경제는 위기를 겪고 있다. 중국 최대 민영 부동산 업체인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우려에 따른 부동산 위기와 중국 경제지표 부진,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린 탓이다. 이런 경제 위기 속에서 여가 문화인 게임산업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중국은 게임사들에게 포기하기 어려운 시장인 게 사실이다.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중위권 성적을 기록해도 국내보다 기대 수익이 커서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노력을 지속 이어갈 방침이다. 넥슨은 ‘메이플스토리M’을 지난 17일, 넷마블은 A3:스틸얼라이브를 지난 16일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했다.
메이플스토리M은 출시 당일 중국 안드로이드 앱 마켓 ‘탭탭’ 인기 2위, 애플 앱스토어 인기 1위, 앱스토어 매출 15위로 올라서는 등 흥행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A3:스틸얼라이브 역시 앱스토어 인기 6위에 오르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넷마블은 오는 9월에는 ‘일곱 개의 대죄’를 중국에 출시하고 ‘제2의 나라’는 올 4분기 말 출시하는 것을 목표로 잡고 있다. 특히 제2의 나라는 중국 최대 게임사 텐센트가 퍼블리싱을 맡았다는 점에서 기대를 걸고 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 8일 진행한 지난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일곱 개의 대죄와 제2의 나라는 사전예약을 받고 있고 목표치인 500만명 이상을 어렵지 않게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다만 지속적으로 유의미한 매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는 게임사들도 조심스럽게 바라보는 분위기다. 이승훈 안양대학교 게임학부 교수는 “이제 중국 내 개발사들도 힘들다며 중국 시장을 포기할 정도로 전반적인 게임 규제가 강화됐다"라며 "자국 게임사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게임사들은 더욱 새로운 중국 시장에 대한 적응이 필요하다. 이용자들에게 게임을 어떻게 어필할지 고민이 필요하고 현지 마케팅이나 홍보도 중요해졌다. 중국 시장이 예전보다 매력도가 떨어졌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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