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카새키짬뽕’ ‘가카의 빅엿’... 도 넘는 정치편향 판사들에 고심하는 법원
SNS 사용, 기준만 있을 뿐 처벌 조항 없어
법조계 “법원 위한 적절한 대책 필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은 가운데, 사건을 심리한 박병곤 판사의 과거 행적이 도마에 올랐다. 박 판사는 정치색 짙은 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여러 차례 올린 것으로 드러났는데, 그 중에는 현직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까지 포함돼있어 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상황에 법원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 빠졌다. 박 판사의 사무분담을 바꾸거나 징계 처분을 할 경우 정치권과 여론에 등 떠밀려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질 우려가 있다.
◇판결로 불거진 ‘정치 글 논란’…”신뢰 저하 가속화”
이번 논란은 지난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를 맡은 박 판사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불거졌다. 이에 여권에서는 박 판사의 정치 성향이 선고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됐고, 결국 박 판사가 좌편향적 성향을 SNS에 여러 차례 드러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박 판사는 학생이었던 2003년 10월 블로그 등에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주장하고 싶으면 불법 자금으로 국회의원을 해 처먹은 대다수 의원들이 먼저 의원직을 사퇴하는 것이 옳다”는 글을 남겼다. 1년 뒤에는 “법과대학에 침투해 예비 법조인들의 좌경화를 선동하고 있다”는 자기소개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과거가 드러나자 법원은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후에도 정치 성향을 띠는 글을 SNS에 올린 사실까지 드러나 논란이 더 거세졌다. 박 판사는 작년 3월 대선 직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패배한 데 대해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썼다.
박 판사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가 떨어지자 중국 드라마 ‘삼국지’ 속 여러 장면들을 캡쳐해 게시하기도 했다. 사진 속 한글 자막에는 “승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지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의미)잖냐” “피를 흘릴지언정 눈물은 흘리지 않는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판사도 개인이라 SNS에 글을 남길 수는 있지만, 정치 성향을 드러낸다면 판결에 의구심이 생길 수밖에 없고, 신뢰도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조사는 하지만... 서면 경고가 유일한 전례
박 판사의 SNS 게시글이 정치적 중립을 규정한 법관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논란이 커지자, 대법원은 16일 결국 조사에 공식 착수했다. 실제 게시글을 작성한 것이 맞는지와 작성 시기, 경위 등을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칙적으로 조사가 끝나면 해당 판사의 소속 법원장이나 대법원장, 대법관 등은 윤리강령 위반 여부 등을 구두·서면으로 경고하거나 대법원 징계위원회 회부를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박 판사가 징계위에 회부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게 법관들의 설명이다. 정치적 중립 의무를 상당히 위반했는지, 또 정치 성향이 정 의원 실형 선고에 영향을 미쳤는지 명백히 확인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012년 마련된 법관 SNS 사용 기준에 벌칙이나 처벌조항이 없는 데다, 법관이 SNS 사용 때문에 징계위에 회부된 전례도 없다.
실제로 법관이 SNS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이 된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처벌이나 징계는 이뤄진 적이 없다.
지난 2011년 11월, 이정렬 당시 부장판사(현 변호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FTA 비준안이 처리되자 대통령을 비판하는 글을 게시한 것이다. 한 달 뒤 ‘가카새끼 짬뽕’ 등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같은 해 12월 최은배 당시 부장판사(현 변호사)도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해 “뼛속까지 친미인 대통령…”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이외에도 ‘가카의 빅엿’이란 표현으로 논란을 빚었던 서기호 전 판사(현 변호사)는 트위터를 통해 ‘시정잡배의 눈에는 모두가 시정잡배로 보인다’며 자신을 비판한 언론 보도를 맹비난하기도 했다.
이들 중 SNS와 관련된 논란으로 제재를 받은 법관은 이 전 부장판사가 유일하다. 그마저도 소속 법원장의 서면 경고가 전부였다.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과거에 그랬듯 ‘솜방망이 처분’을 하는데 그친다면 여론이 사법부에 등을 돌릴 수 있다고 본다. 고등법원 부장 출신 변호사는 “과거 사례들은 SNS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진 것이지만, 이번 사례는 조금 다르다”면서 “사법부를 위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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