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고령인력 활용방안 찾자

오철수 선임기자 2023. 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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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철수 선임기자
생산연령인구 급감 경제충격 큰데
은퇴자 활용위한 장치는 별로 없어
노동시장 진출입통로 대폭 넓히고
임금체계 유연화작업도 서둘러야
[서울경제]
오철수 선임기자

최근 들어 저출산·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생산연령인구는 2019년 3762만 800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2020년 3737만 9000명, 2021년 3703만 명, 2022년 3667만 5000명으로 해가 갈수록 감소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불과 3년 만에 100만 명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2050년에는 생산연령인구가 지금보다 35%가 더 줄어든 2398만 명에 그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미래 투자 감소와 재정 부담 증가 등을 초래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경제 활력 저하로 연결된다. 경제 활력이 떨어지면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인구구조 변화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당장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 쉽지 않다면 외국인 노동력 활용 방안이나 노동 생산성 향상 등 대안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고령 인력 활용도 이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다행스러운 것은 국내 기업들도, 은퇴한 근로자들도 고령 인력의 계속고용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67.9%는 은퇴자들을 비롯한 고령자들을 재고용 방식으로 계속 고용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노후 대비가 충분하지 않은 고령자들 가운데 68.5%는 장래에도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고령자들을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노동시장의 지나친 경직성은 고령자들을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 노동시장은 정규직 과보호와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로 인해 유연성이 많이 떨어져 있다. 이 때문에 진·출입로가 꽉 막혀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싶어도 진입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 어느 때보다 노동시장 경직성 해소가 절실하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용과 임금 두 가지 차원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고용 유연성부터 보자. 근로기준법 23조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해고·휴직·정직·감봉 등 징벌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이 성과가 떨어지는 근로자들을 내보낼 수 있는 통로가 사실상 차단돼 있다. 24조에서는 ‘사용자가 경영상의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 등에서는 이 경영상의 해고 사유에 대해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회사가 망하지 않는 한 기존 근로자를 내보내는 것은 매우 어렵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 사정에 따라 그때그때 필요 인력을 채용하고 싶지만 기존 직원을 내보내기가 어렵다 보니 외부 인력을 채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파견 허용 대상 업무를 엄격히 제한하는 파견법도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정은 임금체계도 마찬가지다. 은퇴자들은 젊은이들과 달리 근로시간뿐만 아니라 임금체계도 유연한 제도를 원한다. 임금이 다소 줄어들더라도 종일 근무보다는 파트타임을 선호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은 정규직 위주로 형성돼 있고 임금체계도 연공서열형 호봉제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임금체계를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에는 과반수 노조 또는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임금체계를 바꾸는 것은 생각처럼 그렇게 쉽지 않다. 이처럼 고용시장이 경직된 상태에서 고령 인력의 활용이 늘어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윤석열 정부 들어 근로시간과 임금체계 개편을 주요 노동 개혁 과제로 내세워 직무·성과급 중심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야당의 반대 등에 가로막혀 좀처럼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의 골이 깊어지고 있고 노동 생산성마저 하락하는 상황에서 그나마 경제 충격을 줄이는 길은 생산 현장에서 고령 인력을 활용하는 것밖에는 없다. 은퇴자들을 노동시장으로 끌어들이려면 무엇보다 노동시장의 유연성부터 확보해야 한다.

오철수 선임기자 cs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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