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칼럼]포퓰리즘 이긴 바이든 이민정책

여론독자부 2023. 8. 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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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난민' 악용하는 불법이민자 꾸준
당파 초월 망가진 이민시스템 정비
합법적 방법으로 필요 인력 유치
포퓰리즘 이기는 정책사례 보여야
[서울경제]

올 5월 미국은 통제불능의 국경 위기에 직면하는 듯했다. 지난해 9월 종료된 2022 회계연도에 남쪽 국경을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다 적발된 밀입국자 체포건수는 240만 건에 달했다. 하지만 사실상 위기는 없었다. 자료에 따르면 올 4월 남쪽 국경에서 붙잡힌 불법 이민자의 수는 하루 평균 7100명 선이었지만 6월에는 하루 4800명 정도로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이쯤 되면 조 바이든 행정부가 국경 위기 진화에 성공한 것으로 봐야 한다. 현 정부는 국경을 넘다가 체포된 불법 이민자들에게 즉시 추방과 동시에 5년간 재입국을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는 한편 미국으로 이주하길 원하는 중남미인들이 본국에서 난민 지위 신청을 할 수 있는 길을 확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민 위기 대응은 잘 만들어진 정책이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준 바람직한 사례다.

그러나 이 같은 부분적 성공만으로는 미국의 이민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사실을 바꾸지 못한다. 남쪽 국경에 쇄도한 입국 희망자 수가 예상보다 적었다지만 불법 이민자의 유입은 꾸준히 진행되며 그 여파가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국경으로 밀려든 불법 이민자들의 수에 압도 당한 텍사스주는 이들을 버스에 태워 워싱턴과 뉴욕으로 보냈다. 시카고와 덴버·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대도시들도 불법 이민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기는 마찬가지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엄청난 규모의 불법 이민으로 이들 대도시의 대응력도 한계에 도달했다.

대도시 가운데 특히 뉴욕 메트로폴리탄 지역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다. 현재 뉴욕시는 노숙자 시설에 6만 명의 불법 이주자들을 수용하고 있다. 에릭 애덤스 뉴욕 시장은 2025년까지 이들의 숫자가 두 배로 늘어날 것이고 앞으로 3년간 이들을 수용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만 1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1년 단위로 비용을 나눌 경우 매년 뉴욕경찰국에 배정되는 예산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불법 이민 위기는 당파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좌우 진영에 의해 악화됐다. MAGA(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 우파는 불법 이민자와 난민 신청자를 사악한 무리로 매도한다. 이들은 이민 위기가 정치적으로 유익하다는 판단에 따라 해법이 없는 편을 선호한다. 반면 극좌 진영은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으려는 합리적인 조치를 “잔인하고, 비인간적이며, 불법적인 정책”이라며 맹비난을 가한다.

사실 미국의 이민 시스템은 망가진 지 오래다. 미국의 난민법은 홀로코스트(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 이후 종교적 혹은 정치적 신념으로 극심한 박해에 직면한 소수의 개별적 입국을 허용하기 위해 마련됐다. 따라서 이들은 미국에서 체류하면서 당국의 난민 자격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나 근년 들어 멕시코 국경으로 밀려든 수백만 명의 중남미인들은 너나없이 난민을 자처했다. 물론 합법적 난민 주장도 더러 있지만 대다수는 100~20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심각한 빈곤, 폭력, 불안정한 본국의 정치 상황과 질병을 피해 미국으로 건너오길 원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난민신청을 하면 불법 이민자와 달리 특별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민 당국이 난민 자격을 지닌 소수에 초점을 맞추고 나머지 이주 희망자들은 다른 합법적 입국 방법을 찾도록 압박하는 방향으로 망명을 둘러싼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그와 동시에 미국이 직면한 노동 인력 부족을 감안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 인력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경제와 생활 자체를 바꿔놓을 정보와 생명공학 혁명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하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현재 미국의 실업률이 50년래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기 때문에 농업에서 접대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더 많은 노동력을 필요로 한다. 만약 합법적이고 질서 있는 방식으로 필요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면 미국인들은 해외에서 유입되는 새로운 근로자들을 환호로 맞아들일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 쟁점안을 공화당과 공동으로 처리하려 노력했고 일부 성과를 거뒀다. 이제 그는 진정한 초당적 이민법안을 마련해 양측 모두로부터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 이 같은 노력의 결실은 정책을 통해 포퓰리즘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여론독자부 opinion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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