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압으로 정권 힘 키워” 안보리 북한인권회의…北 인권침해 규탄 잇따라

17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북한 인권 침해 관련 안보리 회의가 열리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17일(현지시간) 6년 만에 북한 인권 상황을 의제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가 열린 가운데,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인권 침해 상황을 규탄하는 이사국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여전히 안보리는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전체주의적인 국가가 자행하는 인권 유린을 포함해 여러 인권 침해에 침묵하고 있다”면서 “북한 인권 문제는 안보리가 주목해야 할 국제 평화 및 안보 이슈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10년 전 북한의 인권 침해가 북 정권에 의해 체계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는 내용의 유엔 인권 보고서가 나온 이후로 북한의 인권 상황은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구조적인 인권 및 기본권 부정으로 인해 북한 정권은 대중의 반대 없이 자원을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며 “안보리 결의를 여러 차례 위반한 바 있는 이 ‘전쟁 기계’는 억압과 잔혹함으로 힘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시카네 기미히로 일본 대사 역시 “북한의 끔찍한 인권 상황은 여전히 그대로이며 심지어 개선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북한의 인권 침해는 현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권 침해 문제가 국제 평화 및 안보 문제와 얽혀 있는 것은 북한보다 더 분명한 사례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일과 함께 북한 인권 문제 안건을 공동 발의한 알바니아의 페리트 호자 대사는 “북한 정권은 반복되는 국제법 위반과 인권 침해 행위에 대해 방어만 할 게 아니라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황준국 주유엔대사는 북한 정권이 복지에 써야 할 자원을 핵무기 개발에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 인권 문제와 북핵 문제는 불가분의 연계성이 있다”며 “인권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핵 문제도 해결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측 대표는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가운데, 러시아는 북한을 두둔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폴랸스키 러시아 차석대사는 “북한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위선”이라며 “미국과 일본, 한국이 동아시아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보리 회의 종료 후 한미일 등 52개국 대표들은 유엔본부에서 약식 회견을 열고 북한의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해 유엔 회원국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토머스-그린필드 미국 대사는 회견에서 “우리는 모든 회원국이 북한 인권 상황과 국제 평화 및 안보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북한 정권이 저지른 행위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것은 물론 대북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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