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숲] 엘케이(LK)-99, 한여름 밤의 꿈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요즘은 문과도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시대다.
유튜브로도 다중우주를 공부하는 시대다.
필자도 문과지만 사진가가 직업이라 빛의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광학은 사진을 만드는 기초라 기본 특성들을 공부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문과도 자연과학을 공부하는 시대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물리학자가 등장하고 서점 베스트셀러에도 자연과학이 등장한다. 유튜브로도 다중우주를 공부하는 시대다. 필자도 문과지만 사진가가 직업이라 빛의 물리학을 열심히 공부했다. 광학은 사진을 만드는 기초라 기본 특성들을 공부했다. 근본적으로 빛이 무엇인가를 고민한 것은 마흔이 넘어서였다. 수학이 동원되는 전공 서적은 어려웠지만, 대중 물리학은 재밌었다. 빛의 굴절이나 산란 같은 특질 외에도 왜 광속은 초속 30만㎞에 고정됐는지, 빛은 왜 파동으로 보였다가 입자로도 보이는지 등 깊이 공부할수록 물리학은 흥미진진했다.
이 공부의 하이라이트는 블랙홀로, 빛마저 빠져나올 수 없는 사건의 지평선 너머 특이점으로 돌진하면 중력이론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그 힘을 잃고 양자역학적인 특성만이 작동하는 세상이 된다. 문제는 두 이론이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어느 쪽도 완전하게 블랙홀을 설명하지 못한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풀지 못하는 수수께끼가 존재한다는 것은 지적인 면에서 참으로 즐거운 일이다.
더위로 잠을 이루기 힘들었던 지난 보름 동안 세계를 뜨겁게 달군 사건이 하나 있었다. 한국이 세계 최초로 ‘엘케이(LK)-99’라 불린 상온상압의 초전도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이었다. 지난 세기 인류가 만든 사회 풍경을 모조리 바꿀 만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이런 대단한 발견을 한국의 소규모 벤처기업에서 해냈다고? 제2의 황우석 사태가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반응은 뜨거웠다. 세계적인 물리학자들과 대학이 논문 평가에 나섰고, 연구소들은 재현과 검증에 나선 것이다. 갑론을박은 보름 내내 이뤄졌다.
그러면 초전도체란 뭔가를 알아봐야겠다. 여기서는 양자역학이 동원돼야 하는데, 절대온도 0도(0K), 즉 영하 273.15℃ 근처에서 전기 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물질을 말한다. 또한 자기장을 밀어내는 힘이 생겨 자석 위로 붕 뜨는 마이스너 효과도 나타난다. 이미 1911년 이런 현상을 발견했지만 1957년에야 이를 설명하는 ‘비시에스(BCS)이론’이 나왔다. 하지만 이론을 비웃듯이 초전도체의 임계온도는 계속 상승해서 1986년에는 영하 135℃에서 작동하는 물질을 찾아냈다. 우린 초전도체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여전히 부족한 상태였다. 물론 우리 일상인 상온과 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는 없었다. 지금까지는 말이다.
만일 상온상압에서 작동하는 초전도체가 나타난다면 우린 전기로 작동하는 모든 기계를 혁신할 수 있다. 저항이 없으니 에너지가 절약되고 이로 인한 환경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자기부상 능력을 통해 모든 교통수단이 혁명적인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비행기보다 빠르면서 공해를 배출하지 않는 기차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런 기대에 부풀어 세계 과학계는 한여름 밤의 꿈을 꿨다. 20세기 전후반에 과학혁명을 거쳤던 인류는 최근 과학의 낭만적인 꿈을 잃었지만, 한국발 초전도체 소식에 다시 한번 흥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LK-99는 초전도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과학계는 과거 황우석 사태와 달리 한국의 과학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다시 꿈을 꿀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줬다고 말이다.
이상엽 사진작가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