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언양·광양·서울 전국 ‘3대 불고기’…고기는 익혀 먹기 나름이에요!
언양불고기
국물 없이 간만 ‘살짝’…한우 본연의 풍미 살려
여러부위 섞어 씹는맛 다채롭고 흰쌀밥 어울려
광양 불고기
화로 위 석쇠놓고 넓게 펴 구워…1970년대 특히 인기
부채살 등 차돌박이 두께로 썰어…마늘·간장향 조화
서울불고기
벙거지 모양 솥에 등심·버섯 등 함께 넣는 ‘전골식’
취향 따라 샤브샤브처럼 먹거나 자작하게 즐기기도
불고기는 누가 뭐래도 한국인의 솔푸드다. 김치·삼겹살과 더불어 전세계인에게 널리 알려진 음식이기도 하다. 원래 불고기는 불에 구운 육류를 두루 부르는 말이었다. 이후 너비아니·전골 형태를 거치며 지금의 불고기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인지 불고기는 지역별로 생김새나 맛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3대 불고기라고 할 수 있는 광양식·언양식·서울식 불고기를 비교해봤다.
언양불고기, 훈연향 가득한 참숯에 ‘바싹’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서 만드는 언양식 불고기의 별칭은 ‘바싹 불고기’다. 국물 없이 석쇠에서 바싹 익혔다는 뜻. 참숯에 구워 훈연향이 밴 것이 특징이다.
언양식 불고기 유래는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언양읍 일대엔 목장과 도축장이 많았다. 덕분에 쇠고기 음식이 발달했다. 1960년대 고속도로 건설 붐이 일면서 전국에서 노동자들이 몰려들었고 음식을 맛본 이들 사이에서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후 언양을 통과하는 경부·울산 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사통팔달이 이뤄지자 이를 타고 언양식 불고기가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불고기 하면 ‘단짠’ 양념을 떠올릴 테지만 언양식은 다르다. 고기 본연의 맛을 살리고자 은은하게 간을 해 조리한다. 간장·설탕·참기름만으로 양념장을 만든다. 채소는 넣지 않는다. 최소한의 재료를 사용해 한우의 풍미를 살리고자 했다. 얼핏 보면 쇠고기를 다져서 뭉친 떡갈비 같은데, 실은 쇠고기를 얇게 저민 후 뭉쳐서 넓게 펼친 것이다. 여러 부위를 섞어서 씹는 맛이 다채롭다. 과거 형편에 따라 남는 고기로 조리하던 것이 지금껏 이어져오고 있다.
2대째 성업 중인 식당 ‘언양전통불고기’는 전통 방식을 고수한다. 손님이 들어오면 밤새 양념에 잰 고기를 주방에서 익힌다. 완전히 조리를 끝낸 후 상에 내놓는 것도 다른 불고기와의 차별점이다. 서울식·광양식은 손님들이 자기 취향에 맞게 익히면서 먹지만 언양식은 떡갈비처럼 완성된 요리를 받는다. 대신 참숯이 담긴 화로가 함께 나와 다 먹을 때까지 뜨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최중열 언양전통불고기 대표는 “손님들이 옷에 냄새가 배도록 수고스럽게 익히지 않아도 된다”면서 “쇠고기라서 조리 시간이 5분도 채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음식이 차려지면 먼저 고기만 따로 떼어 맛보는 것이 팁이다. 오롯이 한우의 맛을 느끼고, 만약 싱겁다면 간장소스에 찍어 먹는다. 최 대표는 “불고기는 역시 쌈을 싸 먹는 것이 제맛”이라면서 “상추 위에 쌈무를 올리고 불고기와 직접 담근 장아찌·쌈장을 듬뿍 찍어 크게 쌈을 싸 먹으면 좋다”고 덧붙인다. 흰쌀밥과 간간한 고기 맛이 입맛을 한껏 끌어올린다.
광양불고기, 양념 즉석에서 발라 ‘화르르’
광양식 불고기는 석쇠로 굽는다. 언뜻 봤을 때 생김새는 석쇠파인 ‘언양식 불고기’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떡갈비 같은 모양의 언양식 불고기와는 다르게 얇게 저민 소고기를 즉석에서 간장 양념한 후 넓게 펴서 화로 위에서 익히는 게 핵심이다.
광양식 불고기가 나온 유래에 대해선 두가지 설이 있다. 먼저, 조선시대 높은 벼슬을 한 관리가 귀양 간 광양에서 불고기를 먹었다가 이후 한양으로 복귀한 다음 ‘천하일미 마로화적’이라며 광양식 불고기를 무척 그리워했다는 설이다. ‘마로’는 광양의 옛 지명이다.
또 다른 유래는 1950년대 전쟁 후 시장에 있던 정육점을 중심으로 팔고 남은 고기나 저렴한 부위의 고기를 아주 얇게 썰어 양념을 발라 팔았다는 게 시초라는 말도 전해진다.
전남 광양시 광양읍 칠성리에는 2010년에 조성된 불고기특화거리가 있다. 이곳엔 광양식 불고기만 전문으로 하는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시내식당’은 1955년 광양시장서 출발해 지금까지 장사하고 있다. 배성진 대표는 “광양식 불고기는 1970년대 산업화 바람이 불면서 산업 역군들 사이에서 특히 인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과거엔 사람이 직접 숯에 불을 붙였지만 지금은 자동식 화로를 쓴다. 고기는 대개 부채살과 설도를 매우 얇게 썰어낸다. 차돌박이 정도 두께다. 주문하면 즉석에서 양념해주는 문화는 여전하다. 즉석 양념이기 때문에 가게 규모가 크지 않았던 과거에는 찾아오는 손님마다 맞춤형으로 양념을 해주기도 했단다.
배 대표는 “단 게 싫다고 하면 설탕을 덜 넣고 짠 걸 좋아하는 손님에겐 간장을 더 넣어줬다”며 “즉석 양념이라 생고기와 양념고기의 장점을 두루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광양식 불고기는 화로에 얹어 핏기가 가실 때까지만 살짝 굽는 게 좋다. 마늘과 간장향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달짝지근한 불고기는 입 안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반찬으로 나온 깻잎과 함께 불고기를 싸 먹어도 별미다. 고기가 조금 남았을 땐 누룽지를 주문해 함께 먹을 것을 추천한다. 심심한 누룽지에 양념한 불고기 간이 딱 알맞다.
서울불고기, 여러 재료 육수에 넣고 ‘팔팔’
불고기는 굳이 가르자면 전골파와 석쇠파로 나뉜다. 우리가 불고기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전골식 불고기는 서울식 불고기다.
서울식 불고기는 궁중 음식에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세시풍속 중에 음력 10월에 치르던 ‘난로회’가 있다. 전골냄비에 쇠고기와 여러 재료를 담고 육수를 부어 끓인 음식을 둘러앉아 먹던 풍습이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근대 요리책인 ‘조선무쌍신식요리제법’에는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있다. 책에는 ‘쇠를 벙거지처럼 젖혀서 화로의 동그란 쇠에 얹고 기름을 부은 다음 갖은 나물을 데쳐서 ‘벙거짓골’ 속에 넣고, 재어놓은 고기는 가장자리에 펴놓고 익으면 먹는다’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벙거지처럼 생긴 솥을 거꾸로 단 다음에 옴폭 들어간 부분엔 육수를 부어 끓이고, 가장자리엔 고기를 굽는다는 뜻이다.
조선시대 작자 미상의 작품인 ‘야연’에는 양반과 기생이 둘러앉아 난로회를 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난로회는 17세기 한양을 중심으로 유행하다가 18세기부터 전국적으로 퍼졌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유행했기 때문에 이를 ‘서울식 불고기’라고 하면 고개를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있다.
요즘 서울식 불고기는 이와 반대로 가운데가 볼록 튀어나온 불판을 사용한다. 서울 중구에 있는 ‘옛맛서울불고기 명동점’ 김현태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곳 불고기는 불판 가장자리에 육수를 붓고 고기를 가운데서 익히다가 육수에 찍어 먹거나 담가서 끓이는 방식으로 먹는다. 아주 얇게 썬 소고기 목심이나 등심을 달콤한 간장양념에 잰 다음 대파·팽이버섯·새송이버섯 등 채소와 당면을 함께 끓여 졸이듯 요리한다. 고기는 요리 전에 과일이나 사이다에 담가 육질을 연하게 만든다.
익혀 먹는 정도는 취향에 따라 다르다. 고기의 붉은 핏기가 가시기만 해도 먹는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육수와 팔팔 끓여 자작해질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육수에 고기향이 가득하므로 따뜻한 밥 한술과 먹으면 그만이다. 익힌 팽이버섯·대파로 고기를 감싸서 한입 가득 넣으면 짜지 않고 딱 간이 알맞다. 김 대표는 “불고기가 다 익었을 때 국물에 푹 적시면 촉촉하고 짭짤해 감칠맛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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