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테크 세계시장 연평균 38% 커져…농식품산업 새로운 활로
필요성
식품 생산·유통·소비 과정에
인공지능 등 최첨단기술 결합
우리나라 기술력 국제적 수준
대체식품·로봇 등 수출 가능성
가치·비대면 중시 등 환경 급변
탄소중립 중요성 국제적 관심
선결과제
현재는 ‘초기 시장형성’ 단계
체계적인 지원정책 마련해야
세포배양육 등 신소재·신식품
구체적 안전관리 방침 수립도
※대체식품 : 기존 동물성 단백질을 대체하는 식품으로 식물성 단백식품, 식용곤충, 동물에서 세포를 채취한 후 배양액을 이용해 키워낸 배양육 등이 포함된다.
※푸드 업사이클링 : 식품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이나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식재료를 창의적인 방법으로 재탄생시키는 활동.
푸드테크란 식품(Food)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식품의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 정보기술(IT)·바이오기술(BT)·인공지능(AI)·로봇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신산업을 말한다.
푸드테크는 전세계적으로 고성장이 예측되며 우리 농식품산업 성장의 새로운 활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0년 기준 국내 푸드테크 시장규모는 전체 식품산업 시장규모의 10.7%(약 61조원)로 추정된다. 세계 푸드테크 시장규모는 5542억달러로 연평균(2017∼2020년) 38% 성장했고 향후에도 높은 성장세가 전망된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푸드테크산업 발전방안’을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2월 ‘푸드테크산업 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관련 산업 육성정책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왜 이같이 적극적으로 푸드테크산업을 육성하려는 것일까?
첫째, 기술 고도화로 산업 여건이 변화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푸드테크는 정보통신·AI·로봇 등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우리나라가 국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분야로 평가된다. 아직 글로벌 선도국가와 기업이 명확하지 않은 대체식품 등 신(新)식품 분야, 조리로봇 등 관련 장비산업까지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둘째, 소비 트렌드에 맞는 식품을 생산·제공하기 위해서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식품 유행이 건강과 환경 중심의 가치소비, 개인 맞춤형 소비, 비대면 소비 등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출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
셋째, 해외 주요국이 식품산업 디지털화, 식품 폐기물 최소화 등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대안으로 푸드테크 관련 정책 투자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0 국가 AI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해 푸드테크 관련 규제 완화와 기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연구혁신 재정지원 프로그램인 ‘호라이즌(Horizon) 2020’과 후속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을 통해 대체단백질 분야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식품혁신 이니셔티브 ‘EIT 푸드(EIT Food)’를 중심으로 미래식품 시스템 구축을 위한 민간 주도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기업 투자 지원을 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푸드테크 관련 정부 종합대책이 전무한 실정이다. 푸드테크산업의 체계적 육성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도 마련되지 않았다.
넷째, 국제적으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2021년 11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100개 이상 국가들이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2020년 대비 30% 감축하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나라 메탄 배출량은 2018년 기준 2800만t이며 농축수산에서 배출되는 메탄이 전체의 43.6%(1220만t)로 비중이 가장 높다.
현재 가축 사육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을 줄이고 육류 소비 일부를 대신할 대체식품은 저탄소식품이자 지속가능한 식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친환경 식품 포장 기술 개발, 푸드 업사이클링(음식 새활용) 기술 등도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관점에서 필요하다.
다섯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국제적 이슈와 기후위기에 따른 환경변화로 식량안보·식품안전성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세계 인구가 증가하면서 육류 소비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국내외 가축 사육 여건은 녹록지 않다. 가축전염병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가축 사육에 따른 분뇨냄새·폐수처리·탄소배출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중장기적으로 현재 축산업 사육방식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에게 다양한 먹거리를 제공하고 가치소비를 실현할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대체식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국내에서 생산한 대체식품을 해외에서 판매하고 식품 수출 확대에 기여할 수도 있다.
다만 푸드테크산업 육성을 위해 두가지 과제가 선결돼야 한다.
먼저 체계적인 지원정책이다. 푸드테크산업은 초기 시장형성 단계다. 산업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정책 투자를 생각해볼 수 있다.
국내 식품제조업체 가운데 종사자 10인 미만 사업체 비중은 2019년 기준 91%에 달한다. 반면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액은 전체의 약 24%에 불과하다. 식품제조업체뿐만 아니라 외식업체도 매우 영세하기 때문에 인력난이 심각하고 자동화설비에 대한 수요가 높다.
따라서 대형 연구개발사업을 통해 영세한 식품기업이 당면한 인력난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 농식품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산업통상자원부·농촌진흥청 4개 부처는 ‘케이(K)-푸드테크 이니셔티브’라는 대형 R&D 사업을 공동추진 하고 있다.
푸드테크와 관련된 각종 규격과 기준을 정비하는 일도 요구된다. 세포배양식품 같은 신식품에 대해 소비자는 호기심을 갖는 한편 안전성을 우려한다. 현재 세포배양육을 판매하는 국가는 싱가포르와 미국 두곳에 불과하다. 제품의 대량생산이 어려워 고가에 소량만 판매되고 있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관심이 높다.
국내는 세포배양육과 같은 신소재·신식품에 대한 안전관리 방침이 구체적으로 세워져 있지 않다. 반면 싱가포르와 EU는 기존의 신규 식품규정(Novel Food Regulation)으로, 미국은 새로운 제도인 시판 전 협의(Premarket Consultation)를 신설해 대응하고 있다.
해외에서 판매하는 세포배양육이 수입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과학적 안전성 평가 기준 및 체계 ▲세포배양육 개발을 위한 가이드라인 ▲대체식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 등 신식품 안전관리를 위한 전반적인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세포배양육뿐만 아니라 향후 신소재·신식품 개발 가능성도 커 대응이 요구된다.
푸드테크 관련 규격과 기준을 정비하는 것은 산업계가 제품 개발을 할 때 불확실성을 제거할 수 있어 시장 확대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이런 안전관리 기준은 규제당국과 산업계가 소통해 국민의 안심먹거리와 산업 진흥에 도움이 되는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해야 할 것이다.
박미성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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