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2차전지·반도체 '휘청'…영업익 36% 뚝

양지윤 2023. 8. 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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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들이 올 상반기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산업 전반이 위축한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 실적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2차전지와 정보기술(IT)마저 부진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30% 이상 급감했다.

2차전지 맹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23% 급증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6.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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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코스닥 1112사 매출액 5 %↑
1000원 팔아 41원 남겨…내실없는 외형성장
완성차 호황에 운송장비·부품, 영업익 100%↑
주요국 경기 회복 둔화에 中 디플레 우려
하반기 실적도 먹구름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코스닥 상장사들이 올 상반기 외형은 성장했지만 수익성은 크게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산업 전반이 위축한 가운데 코스닥 시장에서 실적의 대들보 역할을 했던 2차전지와 정보기술(IT)마저 부진을 겪으며 영업이익이 30% 이상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주요국 경기 회복 지연과 중국 경기 부진 여파로 코스닥 상장사들이 하반기에도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일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한국거래소와 코스닥협회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실적현황’에 따르면 연결기준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코스닥 1230개사 중 전기 실적 비교 가능한 법인 1112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5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6.1%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36조1000억원으로 5.2% 늘었다. 순이익은 4조1000억원으로 41.4% 급감했다. 매출액이 늘었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크게 줄어 ‘내실 없는 외형성장’을 한 셈이다.

코스닥 상장사의 생산성도 낮아졌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4.1%, 3.0%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7%포인트(p), 2.5%p 떨어졌다. 1000원어치 물건을 팔면 영업이익이 41원 남았다는 의미다. 부채비율은 108.8%로 지난해 말보다 1.6%p 상승했다.

업종별 영업이익은 IT업종의 경우 통신장비, 디지털컨텐츠, 통신방송서비스가 적자로 전환했다. 2차전지가 속한 IT부품(-82.9%), 반도체(-78.9%), 인터넷(-62.2%), 소프트웨어(-11.6%) 등도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제조업종에서는 제약(-89.8%), 기계·장비(-30.7%), 비금속(-28%)도 영업이익이 크게 줄었다. 반면 운송장비·부품은 유일하게 작년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100.7% 늘며 세자릿수대 성장했다. 전방산업인 완성차 업계 호황으로 부품 업체들도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움직임은 영업이익 상위 20개사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상반기보다 28.60% 급감하며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솔브레인(-27.31%), 원익QnC(-12.55%) 등 반도체 소재기업도 영업이익 감소폭이 컸다. 영업이익 하위 20개사 역시 제약·반도체 관련 기업이 60%(12개)를 차지했다.

2차전지 맹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은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54.23% 급증했지만, 2분기만 놓고 보면 6.87% 증가하는 데 그쳤다. 양극재 원료 중 하나인 메탈 가격이 하락하면서 수익성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원료 가격이 단기간에 급락하면, 비싼 값에 원재료를 사들여 싼값에 제품을 파는 효과가 나타나 기업의 수익은 저하하 수밖에 없다. 다음 분기에도 원재료 값 하락분이 제품 판가에 반영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상장사들이 올 하반기에도 부진한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주요국 경기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는 데다가 한국의 최대 수출 시장인 중국이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국제유가가 최근 수급 불균형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수출 주도형 구조인 국내 경제 특성을 고려하면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중국의 실물 경제지표가 예상을 크게 하회하는 등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달러화 강세, 은행들의 대출 요건 강화 등으로 3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나타날지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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