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이건 메이저리그 단연 원톱… 신시내티 당찬 도전장, 류현진 철벽 방패 테스트?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신시내티는 올 시즌 전 프리뷰에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분류된 건 아니었다. 그러나 17일(한국시간) 현재 63승59패(.516)로 5할 승률 이상을 기록 중이다. 짧은 기간이기는 하지만 지구 선두까지 올라간 기간도 있었다.
지구 선두 밀워키와 경기차는 2.5경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레이스에서는 시카고 컵스와 경기차 없는 4위다. 충분히 포스트시즌을 노려볼 만한 위치다. 물론 마운드와 타격 모두에서 다소간 약점이 있기는 하지만, 적어도 에너지 측면에서는 주목할 만한 팀이다. 올해 최고의 기대주였던 엘리 데 라 크루스 등 신시내티가 그간 공 들여 키웠던 상위픽 유망주들이 차례로 승격하며 팀 타선의 느낌이 확 달라졌다.
젊은 선수들 특유의 좌충우돌이 있기는 하지만 베이스러닝에서는 굉장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도루 개수는 메이저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뛰는 야구로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재미를 톡톡히 보고 있다. 신시내티는 17일 현재 139개의 팀 도루를 기록 중이다. 메이저리그 전체 1위고, 2위 탬파베이(130개), 3위 애리조나(124개)와 더불어 이 부문 1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처럼 4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 중인 선수는 없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이 고루 뛴다. TJ 프리들이 23개, 제이크 프렐리가 20개의 도루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물론 데 라 크루스(19개), 윌 벤슨(12개), 조나단 인디아(12개), 맷 맥클레인(11개), 스펜서 스티어(11개)까지 총 7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도루를 기록 중이다. 상당수는 20대 초‧중반의 저연차 선수로 좋은 운동 능력을 갖췄다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적으로 출루율과 장타율이 떨어지는 신시내티는 일단 출루한 뒤 도두로 한 베이스를 더 가 장타 효과를 만드는 야구를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단타에도 1루에서 3루까지 갈 수 있는 주력을 가진 선수들이 적지 않다. 결국 토론토, 그리고 오는 21일 신시내티전에 등판할 류현진도 여기에 철저히 대비를 해야 한다.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로 재활을 하는 동안 메이저리그는 룰 변화가 있었다. 수비 시프트를 제한했고, 피치 클락 도입과 더불어 견제 횟수에도 제한을 뒀다. 견제는 두 번까지만 가능하다. 여기에 물리적으로 베이스를 키우다보니 뛰는 야구가 각광받고 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올해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도루 개수는 다 늘었다. 류현진이 부상을 당하기 전에는 이런 제도가 없었다. 류현진도 앞으로 계속 메이저리그에서 뛸 선수인 만큼 적응해야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주자들을 1루에 묶는 데 있어 탁월한 재주가 있다. 주자를 묶으려면 슬라이드 스탭이 아주 좋거나, 견제 능력이 아주 좋거나 둘 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류현진은 두 가지 모두가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능력은 기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류현진은 2013년 메이저리그 진출 후 10시즌을 뛰며 단 8개의 도루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도루 실패는 8회로 도루 저지율은 50%로 높은 편이다. 도루 저지는 포수의 영역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자들이 16번밖에 도루를 시도하지 않은 건 주자를 묶는 류현진의 탁월한 능력을 실감케 한다. 류현진의 좋은 슬라이드 스탭에 주자들이 아예 뛸 생각을 못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2013년 이후 50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도루를 20회 이하 허용한 선수는 총 27명밖에 없다. 10회 이하 허용 선수는 류현진을 비롯해 마크 벌리, 요나도 벤추라, 크리스 틸먼, 잭 플래허티까지 5명이다. 이 5명 중 100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는 류현진 딱 하나다. 적어도 주자를 묶어두고 잡아내는 능력에서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최고수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새로운 제도가 도입돼 너도 나도 뛰는 올 시즌도 이 명제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류현진의 직전 세 차례 등판에서 도루 시도는 딱 한 번밖에 없었으며, 그나마 잡혔다. 주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주자들에게 여전히 철벽과 같은 상대였음이 입증되는 셈이다.
신시내티도 이를 모를 리 없다. 류현진을 철저하게 분석해 약점을 찾으려고 노력할 것이 분명하다. 결국 류현진과 토론토 마운드를 무너뜨리려면 팀의 장점을 살려야 하고, 신시내티의 장점 중 하나는 기동력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류현진도 이를 막아내기 위한 정교한 전략을 짜서 나올 것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은 타석뿐만 아니라 베이스를 놓고도 치열하게 맞부딪힐 전망이다.
한편 신시내티는 21일 오전 2시40분부터 열리는 류현진의 2승 도전 경기에 파이어볼러 헌터 그린을 앞세워 맞불을 놓는다. 그린은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선수 중 하나다. 그런 능력을 바탕으로 어린 시절부터 큰 관심을 받았고, 신시내티도 지난해부터 꾸준하게 기회를 주고 있다. 메이저리그 통산 38번의 선발 등판에서 7승17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했다.
평균 시속 98.6마일(158.7㎞)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진을 잡아내는 능력은 탁월하다.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각도 좋다. 빠른 공과 날카로운 슬라이더라는 전통적인 조합이다. 다만 아직 제구와 커맨드가 완벽하게 잡힌 선수는 아니다. 구속은 느리지만 커맨드와 다양한 구종의 조합을 장점으로 하는 류현진과는 완전히 다른 유형의 선수라고 볼 수 있다. 두 다른 스타일의 충돌도 이날 경기의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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