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지구를 만들자,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자 [책&생각]

한겨레 2023. 8. 18.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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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전 오늘 인류가 맞이한 비상사태를 예견한 보고서가 있었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다보면 종국에는 파국에 이르리라 말했던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모두를 위한 지구'는 로마클럽이 전지구적 차원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는 비상구를 제시한 최신 보고서다.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홀로세의 환상에서 깨어나 여섯 번째 멸종의 문턱을 넘어선 인류세에 걸맞은 생존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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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인문산책]

게티이미지뱅크

모두를 위한 지구
인류 생존을 위한 가이드
상드린 딕손-드클레브 외 지음, 추선영 외 옮김 l 착한책가게(2023)

반세기 전 오늘 인류가 맞이한 비상사태를 예견한 보고서가 있었다. 유한한 지구에서 무한한 성장을 추구하다보면 종국에는 파국에 이르리라 말했던 로마클럽의 ‘성장의 한계’가 바로 그것이다. 로마클럽의 경고는 무시되었고, 인류는 성장과 소비라는 몽유병에 걸린 채 그 끝이 나락인지도 모르고 무한질주해 왔다. 그 결과는? ‘오징어게임’에서 터져 나왔던 단말마적 비명인 이러다 다 죽을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두를 위한 지구’는 로마클럽이 전지구적 차원의 위기상황에서 벗어나는 비상구를 제시한 최신 보고서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시나리오가 나와 있다. 그 하나가 ‘부족한 노력, 놓친 시기’. 이 시나리오는 인류가 지금껏 밟아온 물질발자국대로 산다면 2050년에는 어떤 결과에 놓일지 말한다. “전 세계 전반이 인구성장 둔화와 경제성장 둔화를 경험하는 동시에 노동참여율이 감소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하락하며, 생태발자국이 꾸준히 증가하고, 생물다양성이 더 크게 훼손”된다. 종말 또는 멸종에 이르지는 않겠지만, 지옥으로 가는 문이 열리는 셈이다.

이에 대비되는 시나리오는 ‘거대한 도약’. “만일 더욱 회복력 있는 문명을 구축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인 결과, 경제시스템이 전환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모색한 결과다. 이 보고서의 고갱이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거대한 도약’ 시나리오가 제안한 심층 전환은 다섯 가지다. 맨 먼저 빈곤 문제. 국제금융시스템을 개혁해 저소득 국가에 대한 투자를 혁신하고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불평등 문제. 이 문제를 풀려면 누진세와 부유세를 도입하고, 노동자에게 권한을 주며, 시민기금을 통해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최고 부유한 사람 10퍼센트가 국민 소득의 40퍼센트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선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세 번째는 여성에게 권한을 부여하고 교육과 보건의료에서 젠더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런 전환은 전 세계 인구를 90억 명 이하로 안정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네 번째는 식량 문제. 재생 가능하며 자연친화적인 식량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때 비로소 농업용 토지를 더 넓히지 않으면서 토양과 생태계를 보호하며 건강에 좋은 식단을 제공하고 식량 낭비를 줄일 수 있다. 다섯 번째는 에너지 문제. 모든 에너지를 전력화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 규모를 서둘러 늘려야 한다. 2050년대에 넷제로를 실현하는 방법이다.

복잡하고 다양한 내용을 간추리다 보니 당연한 주장만 내세운 꼴이 되었는데, 보고서에는 현재 상황의 문제점은 어떤지, 이를 해결할 전환의 과제는 무엇이며 그 해법으로는 무엇이 있고 장애물은 어떤 것이지 자세히, 설득력 있게 밝혀놓았다. 무한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홀로세의 환상에서 깨어나 여섯 번째 멸종의 문턱을 넘어선 인류세에 걸맞은 생존 전략을 제시한 셈이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 성장, 경쟁의 법조문으로 범벅이 된 근대체제의 계약서는 이미 유효성을 잃었다. 공존 공영의 길로 가려는 우리가 맺어야 할 새로운 계약서는 이 보고서의 내용이 될 터다. “장벽은 높고 위험은 깊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니,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

이권우/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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