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당신과 함께 나누고 싶은 소나무 숲과 책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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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정말로 책방이 있었네요."
책방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책방 뒤쪽으로 넓은 소나무 숲과 산책길, 여기저기 흩어진 바위 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고라'(agora)라는 공간이 있다.
이 숲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자는 남편의 제안에 따라 올봄인 지난 4월22일에 소나무책방이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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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정말로 책방이 있었네요.”
책방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도무지 책방이 있을 것 같지 않은 한적한 시골마을에 외롭게 서있는 나무간판 ‘소나무책방’. 미심쩍은 기분으로 200여 미터의 언덕을 올라오면 그곳에 책방이 있다. 책방 뒤쪽으로 넓은 소나무 숲과 산책길, 여기저기 흩어진 바위 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고라’(agora)라는 공간이 있다. 돌로 지은 작은 책방에는 새 책과 헌책들이 꽂힌 서가가 있는데 주로 문학과 인문학 서적들이다. 책방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지인들이 기증해준 책들이 많은데 팔기 아까울 만큼 좋은 책들이 많다.
소나무책방은 처음에 나의 서재로 계획되었다. 돌로 지은 오두막에서 글을 쓰고 싶은 소망에서 시작된 서재는 마무리 단계에서 갑자기 책방으로 변신했다. 이 숲을 많은 이들과 공유하자는 남편의 제안에 따라 올봄인 지난 4월22일에 소나무책방이 문을 열었다. 우리 책방은 아직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꽤 많은 분들이 다녀갔다. 남편이 운영하는 유튜브 ‘조르바채널’의 구독자와 나의 지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사명산에 등산하러 온 사람들이 간판을 보고 종종 들른다. 여기서는 책 말고는 다 무료다. 커피, 차는 물론이고 책방에서 자는 북스테이, 야영, 차박, 아고라에서의 모임과 가족 피크닉 등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양구로 귀촌한 지 16년째, 볼품없는 잡목 숲이었던 골짜기는 천여 평의 소나무 숲을 병풍처럼 두른 아름다운 자연 정원이 되었다. 국유림 사이에 끼어 있는 긴 골짜기는 일조량이 적고 야생동물들 천지라 농사짓기에 적절치 않아서 소나무를 심었다. 사시사철 야생화가 만발하는 이 골짜기는 우리만 보기에는 아까운 곳이 되었다.
한 부부가 ‘소나무책방’ 간판을 보고 우리 책방에 들렀다. 작은 오두막에 책이 가득하고, 책방지기의 집필 책상이 놓인 공간을 한참 둘러보고 나온 부부는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책방에 와서는 뭘 어떻게 해야 되나요?” 계산대도 없고 카드체크기도 보이지 않아서 책을 파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 보다. 소나무책방은 당연히 책을 파는 곳이다. 독서모임이나 인문학 강의, 북토크 등의 행사도 연다. 소나무책방의 첫 행사는 다가오는 8월26일 토요일 오후 4시에 열리는 소설가 이수경의 북토크다. 2022년에 첫 작품집 ‘자연사박물관’으로 주목받은 이수경은 올해 두 번째 작품집 ‘너의 총합’과 장편소설 ‘마석, 산 70-7번지’를 출간했다. 문을 연 지 넉 달이 채 안 되는 소나무책방의 첫 행사인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책과 함께 자연 속에서 휴식과 위안을 얻을 분들의 방문을 기다린다.
양구/글·사진 문영심·이석화 소나무책방 책방지기
소나무책방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 소양웅진길 102-9
blog.naver.com/moonjak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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