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백현동 의혹 '배임+α' 추궁... 이재명 "박근혜 정부 방침 따른 것"

최동순 2023. 8. 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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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성남시 이익 의도적 포기... 배임"
李 "시·공사 참여 의무 없어... 불성립"
백현동 의혹만으로 영장 청구할 수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조사실로 향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백현동 개발비리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17일 소환한 검찰은 핵심 혐의인 배임을 입증하기 위해 그를 전방위로 압박했다. 배임이라는 큰 줄기 아래 범행 동기 및 과정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정황을 일일이 따져 물었다. 뇌물 등 별도 혐의까지 추가 적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이 이날 이 대표를 부른 이유는 일단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다. 그가 측근인 로비스트 김인섭(구속기소)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의 청탁을 받고 공공기관 성남도시개발공사(공사)에 손해를 끼치면서까지 민간업자가 이익을 얻도록 인ㆍ허가를 내줬다는 내용이다.


檢 "공사 참여했어야", 李 "박 정부 지시 때문"

이 대표는 2015년 경기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 자연녹지지역이던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옛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를 변경해줬다. 그 결과 시행사 성남알앤디PFV는 3,185억 원가량의 분양이익을, 최대주주인 아시아디벨로퍼는 약 700억 원의 배당수익을 챙겼다. 반면 공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사업에서 빠졌다. 배임 혐의는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수사팀 관계자는 “관련 지침상 식품연구원 부지는 공영개발 대상이었고, 공사참여는 선택이 아닌 전제조건이었다”고 말했다. 공사가 반드시 사업에 참여해야 했는데도, 민간업자에게 개발 권한을 몰아준 건 청탁이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대표가 성남시에 손실을 입힌 사실만 입증되면 배임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 측 입장은 전혀 다르다. 그는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을 돕기 위해 사업성을 올려 준 것뿐”이라고 했다. 검찰 소환에 앞서 공개한 진술서에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국정과제비서관 주재 청와대 대책회의 등에서 총 3차례 용도변경을 지시한 일자와 국토교통부의 협조요청 공문 등이 근거로 등장한다. 자연녹지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변경한 1차적 책임은 박 전 대통령 지시와 국토부에 있고, 시와 공사가 주택개발 사업에 참여할 의무는 원칙적으로 없어 배임 혐의 자체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논리다.


산지법 위반 관여·위증교사... 전방위 압박

하지만 검찰은 이날 배임 정황을 명확히 드러내기 위해 이 대표가 ‘산지관리법 위반’에 관여했는지도 조사했다. 앞서 감사원은 백현동 사업에서 50m 규모의 초대형 옹벽을 설치한 것을 관련 법령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산지관리법에 따르면 산지를 활용한 사업 과정에서 생긴 비탈면의 수직높이는 15m 이하여야 하는데, 당시 시는 “옹벽을 설치하면 비탈면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유권해석했다.

백현동 의혹 관련 검찰·이재명 대표 입장. 그래픽=김문중 기자

검찰은 덕분에 비정상적 옹벽을 설치할 수 있게 돼 지을 수 있는 아파트 가구 수가 늘면서 사업자 이익이 커졌고, 이 역시 이 대표가 김 전 대표와 민간업자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옹벽 설치도 특혜 제공 중 일부여서 조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검찰은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한 혐의도 배임 혐의를 입증하는 데 필요한 공격 대상으로 점찍었다. 그는 앞서 2018년 경기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나는 검사를 사칭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 과정에서 이 대표의 무죄 주장에 힘을 싣는 법정 증언이 나왔는데, 검찰은 뒤늦게 그가 자신에게 유리한 증언을 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담긴 통화녹음 파일을 확보했다.

증언 당사자가 김 전 대표의 최측근이라는 점을 파악한 검찰은 위증이 김 전 대표의 청탁을 들어준 보답 내지 대가였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대표가 처음 출마한 2006년 성남시장 선거 당시 김 전 대표가 대책본부장을 맡고 이후 여러 차례 선거를 도운 만큼 업무 이상으로 맺어진 두 사람의 관계가 백현동 사업 청탁으로 이어졌다는 시나리오다. 하지만 이 대표 측은 “김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것은 ‘진실을 증언해달라’는 취지였다”며 혐의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다각도로 이 대표를 몰아부친 검찰은 진술 분석을 토대로 구체적 배임액을 산정해 사법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배임액은 공사가 백현동 사업에서 의도적으로 배제되면서 생긴 손실을 기준으로 한다. 감사원 감사에서는 공사 손실액을 분양이익의 10%인 314억 원으로 평가했다. 이 대표는 “1원 한 푼도 사익을 취하지 않았다”며 혐의 불성립을 주장하지만, 검찰은 “배임 행위는 원래 사익 추구와 관련이 없다. 본인이 관리하는 회사의 이익을 의도적으로 포기하면 성립한다”고 반박했다.

검찰이 배임 외 다른 혐의를 적용해 이 대표를 옭아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사익을 추구하면 (공무원은) 뇌물”이라며 “이날 조사는 배임 혐의에 초점을 맞췄지만 다른 혐의가 있는지도 확인하는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배임 혐의는 법원에서 유죄 판단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아 이 대표의 추가 혐의를 더 탄탄히 다지기 위해 검찰이 여러 혐의 적용을 저울질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수원지검이 수사 중인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별도로 이 대표를 구속할 수 있을 정도로 수사가 충분히 이뤄졌다고 자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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