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 압수·제지·치료권고 권한 부여… 교원단체 "환영하나 보완도 필요"
수업 중 사용 휴대폰 분리 보관 권한
폭언이나 협박시 교사에 상담 중단권
고의적 지도 불응 학생의 징계 요청도
학생·부모에는 교장에 이의제기 권한
올해 2학기부터 교사는 학생이 수업 시간에 휴대폰을 사용하면 휴대폰을 압수할 수 있고, 학생 자신이나 다른 학생에게 위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학생을 붙잡으며 제지할 수 있게 된다. 문제행동을 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전문가 상담이나 치료를 권고할 수 있는 권한도 교사에게 부여된다.
교육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교원의 학생 생활지도 관련 고시안'을 발표했다. 교사에게 생활지도 권한을 부여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6월 시행)의 후속 작업으로,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 세부 기준을 법제화하는 것이다. 고시안은 18일부터 28일까지 행정예고를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9월 1일 공포돼 학교 현장에 적용된다.
교단의 '교권 침해' 문제 제기 대폭 반영
고시안은 교사가 수업 중 휴대폰을 쓰는 학생에게 2회 이상 주의를 줬음에도 불응하면 휴대폰을 분리 보관할 수 있게 했다.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 조치할 권한도 생겼다. 학생을 교실 내 다른 좌석이나 지정된 위치, 교실 밖 지정 장소로 보낼 수 있다. 분리 장소와 시간, 분리된 학생의 학습 지원 등 세부 사항은 학칙에 따르도록 했다. 교사는 수업 방해 물품 압수, 학생 분리 조치를 한 뒤 조치 일시와 경위를 교장에게 보고하고, 교장은 이를 학생 보호자에게 알려야 한다.
교사가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을 물리적으로 제지할 근거도 마련됐다. 학생 자신이나 다른 학생이 위해를 느끼는 긴급 상황에 한해서다. 학생의 문제 행동을 제지하려 해도 법적 근거가 없고 되레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우려가 있다는 교단의 지적을 반영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때도 교사는 교장에게, 교장은 보호자에게 제지 사실을 신속히 알려야 한다.
교사 지도에 의도적으로 불응하는 학생에 대해선 교사가 교장에게 징계를 요청할 수도 있다. 대신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학생이나 보호자가 교장에게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교장은 2주 안에 직접 답변하도록 하는 절차를 뒀다.
학생의 문제행동에 전문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교사가 학생 보호자에게 검사와 상담, 치료를 권고할 법적 정당성도 확보됐다. 보호자가 이유 없이 2회 이상 권고를 거부하면 교장은 교육활동 침해로 간주해 조치할 수 있다. 보호자가 권고 사실 확인을 위한 학교 측의 상담 요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해도 마찬가지다.
교사가 학생을 칭찬하거나 포상할 수 있는 근거도 생겼다. 현장에선 일부 학부모가 교사의 특정 학생 칭찬을 자기 아이를 차별하는 정서학대 행위로 문제 삼는 사례들이 있었다. 학부모가 교사와 상담하려면 시간과 방법을 사전 협의해야 한다. 교사는 근무시간 및 직무범위 외 상담을 거부할 수 있고 폭언·폭행·협박이 있을 때 상담을 중단할 수 있다.
유치원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고시안도 따로 마련됐다. 원장은 보호자의 교권 침해에 대해 유치원 규칙에 따라 해당 유아 출석정지 및 퇴학, 보호자 대상 부모교육 수강 및 상담을 이수하도록 할 수 있다. 유치원 교사 또한 근무시간이 아닐 때는 부모의 상담 요청을 거부할 수 있다.
교원단체 "환영하지만 일부 보완 필요"
교원단체들은 이번 고시안에 대해 "교단의 요구 사항이 대체로 반영됐다"며 환영하면서도 일부 사안은 보완을 요구했다. 학생 분리 조치가 대표적으로, 분리된 학생에 대응할 인력·시설을 확보하거나 교장의 책무성을 명확히 하는 등의 보완 조치가 없으면 자칫 다른 교사가 문제 학생을 떠맡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문제 학생 치료와 상담을 거부한 부모에게 부과할 실효적 제재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는 부모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교총은 유치원 고시안에 담긴 '부모의 교권 침해 시 유아 출석정지 및 퇴학 조치'에는 "유아 학습권 침해는 물론 연좌제 적용이라 위헌·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수교사들은 장애학생 생활지도 관련 내용이 고시안에서 빠졌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고시안에 '교장은 특수교사와 통합학급 담당 교원의 협력 등을 위해 노력한다' 조항이 들어가긴 했지만, 교장의 책무성이 명확하지 않는 이상 '면피성 규정'일 뿐이라는 게 특수교사들의 지적이다. 전국특수교사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도전행동 학생에게 대응할 생활지도 매뉴얼이 없어 매일 맞고 부러지는 특수교사 삶을 교육부가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특수교사를 위한 행동 중재 가이드라인은 올해 연말까지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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