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 공기업 아닌 일반기업도…녹색채권 발행 ‘쑥’
제2금융권에서 녹색채권 발행 증가세
“ESG 강화, 기업 생존의 문제로 대두”
[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채권 중 일반 기업들의 녹색채권 발행이 증가하고 있다. 녹색채권은 주로 공사채 위주 쏠림 현상이 이어졌으나, 최근 들어 자금조달이 쉽고 이자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일반 기업들의 발행이 줄을 잇는 모양새다.
ESG 채권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발행 목적에 따라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분류된다.
비금융업종의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6월 총 1조원으로 가장 큰 규모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회사 출범 이후 처음으로 회사채 발행에 나섰는데, 공모액 5000억원의 9배가 넘는 4조7200억원의 투자 수요가 몰리며 흥행을 거뒀다. 이는 2012년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고 금액이다.
녹색채권은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에 따라 친환경 경제 활동을 추진하는 기업들이 발행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으로 수송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의 환경 개선 효과를 인정받아 전액 녹색채권 발행이 가능해졌다.
이어 포스코퓨처엠(7000억원), 한화(1900억원), 동원시스템즈(400억원), GS에너지(1500억원), 한양(600억원) 등이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금융업종에서는 캐피탈사와 카드사 등 제2금융권에서의 녹색채권 발행이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에만 현대캐피탈(6000억원), BNK캐피탈(300억원), 현대카드(2500억원), 롯데카드(400억원), 우리금융캐피탈(800억원) 등이 발행에 나섰다.
올해부터 K-택소노미에 ‘금융서비스’가 포함되면서 제2 금융권의 녹책채권 발행이 늘었다는 분석이다. K-택소노미에 포함되는 활동만 녹색채권으로 인정하는데, 개인이나 기업의 전기차나 수소차 등 무공해차량 구매·임차 시 금융권의 대출 등 금융서비스 제공 활동이 친환경활동에 포함된 것이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현대자동차그룹의 친환경 차량 대상 금융서비스에 투입한다.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기업 이미지 제고에도 긍정적이며, 그리니엄(그린과 프리미엄의 합성어로 녹색채권의 금리가 일반 채권보다 낮게 형성되는 현상) 효과로 여전채 금리보다 낮은 수준에 자금 조달이 가능하다. 또 환경부는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 이자보전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예산 약 77억원을 마련해 한국형 녹색채권 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자 비용을 기업당 최대 3억원까지 지원한다.
다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녹색채권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글로벌 ESG 채권 발행금액을 살펴보면 녹색채권이 52%, 지속가능채권 17%, 사회적채권 16%, 지속가능연계채권 15% 순이다. 반면, 국내 시장에서 녹색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19%로 아직까지 낮은 상황이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시장의 경우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효율성 관련 투자기회가 국내보다 많기 때문”이라면서 “또 다른 측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저탄소 생산 및 사업구조로의 전환을 위해 녹색채권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반영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2022년 이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인플레이션 확대, 기준금리 인상, 경기둔화 우려 등으로 ESG 속도조절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ESG 강화는 기업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면서 “ESG 도입의 글로벌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박미경 (kong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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