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정체성 드러내니 전세계 열광…작품 성공에 한국식 이름도 되찾아" [Weekend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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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살인의 추억' 등에서 배운 블랙 코미디, 미국에서도 통합니다."
내년 초 열리는 제75회 에미상 시상식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미국 현지에서 인기몰이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사진)'의 이성진 감독(41)이 "한국인의 정체성과 창의성, 경험을 그대로 표현한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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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초엔 美서 먹힐 소재 뭘까 고민
이젠 있는 그대로도 멋진 스토리 돼
한국계 미국인으로 겪은 경험 바탕
한국식 블랙 코미디도 적절히 섞어
제75회 에미상 11개부문 후보 올라
"영화 '살인의 추억' 등에서 배운 블랙 코미디, 미국에서도 통합니다."
내년 초 열리는 제75회 에미상 시상식 11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미국 현지에서 인기몰이 중인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Beef·사진)'의 이성진 감독(41)이 "한국인의 정체성과 창의성, 경험을 그대로 표현한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감독은 지난 16일부터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2023 국제방송영상마켓(BCWW)' 특별 세션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그는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적이면서도 한국적인 콘텐츠'가 세계인들에게 주목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데뷔 초엔 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게 뭔지, 사람들이 날 싫어하지 않을지 걱정했는데 이젠 다양성 개념이 생겼고 그런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며 "그들은 한국의 정체성과 진정어린 경험을 듣고 싶어하는데,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으로도 멋진 스토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의 정체성을 미국인들에게 알리고 흥미를 부여하기 위해 직접 경험한 난폭 운전이나 한인 교회 등 소재를 작품에 투영했다. 특히 이민 2세대들의 경험과 고민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성난 사람들'은 미국 아시아계 이민 2세대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랙 코미디다. 한국의 유교적 가치 충돌로 인종 갈등을 겪는 이민 2세대의 '내면 분노'가 압권이다.
이 감독은 작품에서 코미디 요소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는데, 한국 영화 '살인의 추억', '복수는 나의 것', '기생충' 등이 모티브가 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정체성과 한국식 블랙 코미디가 충분히 세계인들에게 주목을 끌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기생충' 등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작품인데, 어두운 내용이지만 많이 웃기기도 한다"며 "한국 감독들은 이렇게 장르를 섞는 걸 훌륭하게 잘해왔다. 너무 웃기거나 진지하기만 하면 시청자에게 닿기 힘들기 때문에 적절한 균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미국 등 세계로 진출하려는 한국 콘텐츠 제작자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미국에 있는 제 친구들은 일본이나 브라질 콘텐츠는 안 봐도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보고 K팝을 듣는다"며 "한국인인 우리가 우리들의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는데, 한류의 성공 이유가 거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이 감독은 작품성만 있다면 동양인도 차별받지 않고 당당히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 미국인들에게 자신의 한국식 이름이 잘 발음되지 않아 속상했지만 좋은 작품 제작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는 "학창시절 출석 부를 때나 성인이 된 후에도 '이성진(LEE SUNG JIN)'이란 이름이 제대로 읽히지 않고 때론 웃음거리가 되는 게 부끄러웠는데, 이름을 되찾은 건 2019년 영화 '기생충'이 계기가 됐다"며 "미국인이 봉준호 감독 이름을 말할 때 실수하지 않고 정확히 발음하려고 무지 노력한다. 내가 좋은 작품을 만들면 미국인이 내 한국 이름을 듣고 더는 웃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 이후로는 이름이 잘 불리고 있는데, 계획이 성공한 셈"이라며 웃었다. 총 10부작인 '성난 사람들'은 한국식으로 성, 이름 순서로 적힌 그의 이름이 매회 화면에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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