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 세계 주시 속, 오늘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는 한미일 정상
오늘 미국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정상회의는 동북아 정세는 물론 글로벌 지정학 게임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회담이 될 전망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공유하는 3국이 공통의 가치를 토대로 굳건한 협력 체제를 만들어 권위주의·독재 체제의 위협에 맞설 안보·산업·기술의 방파제를 구축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는 중국의 1인 독재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동북아에서 북·중·러 3국의 연대가 강화되는 국면에서 열린다. 시진핑 중국 주석은 6·25 정전 협정 70주년을 맞아 북한에 ‘피로 맺은 전우애’를 강조하는 친서를 보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평양으로 보내 연대를 과시했다. 북·중·러가 결속하는 상황에서 만나는 한·미·일 정상은 무엇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오판을 막는 강력한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활발하게 움직였던 한·미·일 3국 대북정책조정그룹(TCOG)을 부활시켜 북한 움직임을 감시하고 정책을 일원화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각국이 반도체, 배터리 등의 전략 물자와 미래 에너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3국 협력은 더없이 중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공지능·양자·우주개발 등 핵심 첨단 기술의 3국 간 공동 연구·협력을 제안했다. 3국 협력이 기술 동맹, 에너지 동맹, 나아가 우주 동맹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굳건한 협력 체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 북한의 준동을 막는 차원을 넘어 한국이 처한 복합 위기를 타개하고, 국가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3국 정상회의는 윤 대통령이 한일 관계의 걸림돌인 징용자 배상 문제에 대해 미래 지향적 결단을 내린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문재인 정부가 일본을 적대시해 1965년 한일 수교 이후 국가 발전의 기틀이 돼 온 한·미·일 협력이 위기에 처했는데, 이를 반전시킨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한일 관계 개선 의지에 비해 일본은 여전히 소극적이다. 한일 관계가 다시 악화되면 3국이 공유할 수 있는 이점이 모두 사라진다는 점에서 기시다 일본 총리의 더욱 성의 있는 호응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2024년 대선에서 한미 동맹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본도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이 하락해 조만간 총선이 실시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3국의 리더십에 어떤 변화가 오더라도 고양된 한·미·일 협력 체제가 변하지 않도록 제도화, 정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를 계기로 누구도 훼손할 수 없는 3국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성과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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