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뽑아먹으려 만든 지방 자치법규 436건
경상남도의회는 도의원들이 해외 출장을 가려면 의장 산하 심사위원회의 사전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정은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도의회가 ‘5인 미만 의원이 출장을 갈 경우엔 심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 조항을 만들어뒀기 때문이다. 여러 공무원을 수행원으로 대동할 수도 있다. 출장에 들어간 비용은 모두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충당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17시·도 의회와 시·도지사가 만든 자치 법규 1만8000여 건을 전수조사해 봤더니, 이렇게 예산 낭비나 부패를 부를 수 있는 제도적 허점이 436가지 발견됐다.
지방 의회 의원들이 해외 시찰이나 정책 연구 활동을 명목으로 세금을 낭비해도 견제할 수 없는 허점이 특히 많았다. 해외 출장 계획을 사전 심의하는 위원회는 명확한 위원 구성 기준이 없어 의원들이 입맛대로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았다. 시·도의원이 자기 출장 계획을 자체 심사할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었다. 출장 비용 환수 규정을 만들어 놓지 않아서, 의원들이 다녀온 해외 출장이 부정한 것으로 밝혀져도 출장비를 돌려받지 못하는 곳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원들이 ‘연구 단체’를 만들어서 ‘연구 활동비’를 지원받았더라도 연구 활동 결과물은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제도를 짜놓은 곳도 있었다. 연구 활동을 명목으로 돈을 타서 친목 활동에 써버릴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시·도지사와 가까운 민간 인사들이나 시·도 공무원들이 계속 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규정도 있었다. 인천시는 시장이 고문으로 위촉하는 공인 회계사·세무사에 대해 연임 제한 규정을 두지 않아 수당을 무한정 받을 수 있게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도내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는 ‘민자유치위원회’를 도지사가 마음대로 구성할 수 있게 돼 있고, 이해 충돌을 방지하는 규정도 없었다.
충북도도 재정 지원을 할 지역 축제를 선정하는 ‘지역축제육성위원회’를 도지사가 임의로 구성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 건축물에 설치할 미술 작품을 심의하는 시·도 산하 미술 작품 설치심의위원회는 위원의 연임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고, 임기 동안 본인 작품을 출품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특정 위원이 ‘셀프 심사’를 해 자기 작품을 예산으로 사들이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용 차량 수 제한 규정을 차량 렌트를 통해 회피할 수 있게 해놓은 곳도 있었다. 또 공무원에 대한 포상 기준이 허술해, 기관장이 심사를 건너뛰고 특정인을 임의로 포상할 수 있게 돼 있는 경우도 있었다. 규정상으론 성범죄나 음주 운전 경력자에게도 상을 줄 수 있게 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권익위는 이런 자치 법규상 허점을 없애도록 제도를 개선하라고 각 시·도 의회와 시·도지사에게 권고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이번 개선 권고가 지역의 고질적 토착 비리와 관행화된 부조리를 근절하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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