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자 앞에서 14분 연설한 이재명, 검찰 들어가선 묵비권

박상기 기자 2023. 8.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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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4번째 검찰 출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7일 ‘백현동 개발 특혜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했다. 이에 앞서 이 대표 지지자 200여 명은 서울중앙지검 정문 앞 도로에서 ‘검찰 규탄 집회’를 열고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백현동 특혜 개발 의혹'과 관련,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가기 앞서 기자단의 질문을 받고 있다. 이 대표는 조만간 '쌍방울 대북 불법 송금' 사건으로 또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박상훈 기자

오전 10시 23분쯤 이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지지자들은 ‘조작 검찰 박살 내자’ ‘이재명과 함께 반드시 이겨낸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이 대표는 단상에 올라 미리 준비해온 A4 용지 두 장 분량 입장문을 14분간 읽었다. 그는 “없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조작 수사”라며 “까짓 소환 조사, 열 번이 아니라 백 번이라도 당당하게 받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거나 허리 숙여 인사했고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연호했다. 이어 이 대표는 서울중앙지검 현관 포토라인에 서 “이런 무도한 일을 벌인다고 이 무능한 정권의 정치 실패, 민생 실패가 감추어지지 않는다”고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이 대표 조사는 서울중앙지검 10층 영상조사실에서 이뤄졌다. 앞서 약 300쪽 분량 질문지를 작성했다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준비된 질문을 거의 다 물어봤다고 한다. 질문이 방대했지만 대부분의 질문에 대해 이 대표가 검찰에 제출한 30장 분량의 진술서를 언급하며 “그 내용으로 대신하겠다”는 식의 답변을 반복해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앞서 세 차례 검찰 조사 때처럼 사실상 묵비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17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이 대표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다시 검찰 포토라인에 설 가능성이 크다. 이 대표의 ‘쌍방울 대북 불법 송금’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이 쌍방울이 방북비 300만달러를 대납했다는 ‘제3자 뇌물’ 혐의로 이 대표를 소환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수원지검은 서울중앙지검의 ‘백현동 사건’ 수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 대표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할 예정이라고 한다.

검찰은 수원지검 조사가 마무리된 이후인 9월 초에 두 사건을 묶어서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9월 1일부터 정기국회가 개원한 가운데 이 대표 구속영장이 청구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이날 검찰에 출두하면서 “말도 안 되는 조작 수사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면 제 발로 출석해서 (영장실질) 심사받겠다. 저를 보호하기 위한 국회는 따로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검찰이 9월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이 대표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회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절차를 거쳐야만 한다.

민주당은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계획이라면 8월 말에 하라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에 8월 임시회 회기를 25일로 종료하고 26일부터 31일까지는 비회기 기간으로 하자고 제안한 상태다. 비회기 중에 영장이 청구되면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표결 없이 곧장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된다. 민주당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이날 “여당이 비회기 기간 확보를 안 해주고 검찰은 영장 청구를 미루다 정기국회 때 청구한다면, 검찰의 영장 청구는 수사 목적이 아닌 정치 목적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에 따른 당내 분란을 피해보려고 꼼수와 생떼를 쓰고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 의석이 과반인 만큼 체포동의안 표결을 하게 되면 민주당 손에 이 대표 운명이 결정된다”며 “이 대표 입장에서는 부결되면 방탄이라 비판받고 가결되더라도 정치적 타격은 피할 수 없다. 민주당은 이런 상황을 아예 피하고 싶을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쌍방울의 300만달러 방북비 대납을 이재명 대표에게 보고했다’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 진술과 관련해 이를 번복시키려는 시도로 인해 수원지검 수사가 차질을 빚었다”면서 “그게 없었으면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이 더 당겨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200여 명의 이 대표 지지자가 집결한 것을 두고 “이 대표가 출두 전날 페이스북에 일시와 장소를 공지했는데 예상보다 작은 규모”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 1월 28일 대장동 사건으로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당시에는 900여 명(경찰 추산)의 지지자가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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