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팔아 떵떵거리던 中지방정부, 부동산 위기에 빚더미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8. 18.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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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창 총리 “부채 상황 파악하라” 10개 省에 조사단 긴급 파견

중국 경제를 뒷받침해온 ‘지방정부 경쟁 시스템’이 민간 최대 부동산 기업 비구이위안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흔들리고 있다. 부동산 업체에 부지를 팔고 돈을 빌려주며 부를 쌓아온 지방정부들이 이번 사태로 재정 파탄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이에 중국의 경제 사령탑 리창 총리가 지방정부에 조사단을 보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2일 중국 국무원(정부)이 재정 상태가 나쁜 10개 성에 ‘부채 해결 조사팀’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조사팀에는 재정부와 중앙은행, 증권관리감독위원회(증감원) 등의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날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가 94조위안(약 1경7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지방정부 부채 비율은 2019년 62.2%에서 지난해 76%로 급격히 올랐다.

계획경제 국가인 중국은 34개 성(省)급 행정지구의 지방정부들이 ‘무한 경쟁’하는 체계다. 각 지방정부가 스스로 지역 내 인프라 등을 책임지고, ‘경제 성적’으로 평가받는다. 부동산 거래 제한이 전면 해제된 1998년부터는 토지 사용권 판매를 통해 지방정부가 재정을 대거 확보했다. 부동산 업체에 땅 사용권을 팔고, 다시 지방 금융기관을 통해 부동산 업체에 돈을 빌려줬다. 2021년 중국 지방정부 재정 수입의 40%가 토지 사용권 매각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비구이위안발 부동산 위기가 덮치면서 지방정부들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3년간 코로나 방역 비용 지출로 곳간이 비어가는 데다, 공생 관계인 부동산 기업들의 부실을 대거 인수한 탓에 빚더미에 앉았기 때문이다. 지방정부와 부동산 업체 간 토지 거래를 중개하는 한 사업가는 본지에 “지금 중국 지방정부들은 링 위에서 탈진한 권투 선수들 같다”며 “비구이위안 사태로 부동산 장기 침체가 일어나면 상당수 지방정부가 돈줄이 말라 지역 경제를 책임지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지방정부가 더 크게 걱정하는 것은 비구이위안 사태로 중소도시 아파트 건설이 대거 중단돼 주민들 분노가 폭발하는 상황이다. 베이징의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허난성 정저우에서 주택 구매자들이 건설 중단 사태에 반발해 시위를 벌이자 지방정부가 청사 건축 예산 50억위안(약 9100억원)을 사태 해결에 썼다”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잦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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