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영국 잼버리팀, 명동 노래방서 다시 뭉쳐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노래방. 영국에서 온 엘리노어 모리스(17)양과 스웨덴 출신 줄리아 엘메스터(16)양이 마이크 하나를 나눠 잡고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주제곡 ‘렛잇고(Let It Go)’를 불렀다. 16㎡(약 5평)가량 되는 방 안 소파에는 푸른 스카우트 옷을 입은 스웨덴 대원들과 붉은 옷을 입은 영국 대원들이 섞여 앉았다. 이들은 노래에 맞춰 머리 위로 손을 흔들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영국과 스웨덴 대원들은 2주 전 ‘2023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전북 부안군 새만금 야영장에서 처음 만났다. 엘메스터양이 속한 스웨덴 스카우트 ‘36번 유닛(스웨덴 내 36번째 팀)’과 영국 ‘85번 유닛(영국 내 85번째 팀)’의 텐트는 바로 옆자리였다고 한다. 첫날부터 음식을 나눠 먹고 게임도 하며 우정을 쌓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영국 대표단의 새만금 조기 철수 결정으로, 4일 만에 헤어졌다. 엘메스터양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야영장에서 함께 어려움을 이겨내며 누구보다 빠르게 가까워졌다”며 “서로의 국기와 배지를 교환하며 서울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약속했다”고 했다.
영국 대표단이 떠나고 엘메스터양과 대원들은 영국 대표단을 추억하는 기념비를 만들었다. 이들은 나뭇가지를 십자가 모양으로 엮고, 영국 국기와 함께 ‘우리의 이웃 영국 대표단을 잊지 않겠다’는 내용의 팻말을 꽂았다. 서울로 올라가던 중 기념비 사진과 영상을 받았다는 영국 대원 모리스양은 “이른 철수로 분위기가 우울했는데 버스 안에서 기념비 영상을 보고 모두가 함께 웃었다”며 “짧은 시간에 우리가 만들어 낸 국제적 우정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재회의 장소로 노래방을 선택한 건 한국의 관광 명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함께 즐기기 위한 최고의 장소라고 들었다”고 했다. 노래방 예약을 맡았다는 스웨덴 유닛 리더는 “국적과 문화가 달라도 노래와 춤을 함께 한다면 쉽게 어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스웨덴·영국 대원 60명은 방 5개에 나눠 들어갔다. 스웨덴 출신 그룹 아바(ABBA)의 ‘댄싱퀸(Dancing Queen)’부터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Coldplay)의 ‘비바 라 비다(Viva la Vida)’까지 서로 모국에서 즐기던 노래를 함께 불렀다고 한다. 모리스양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우리가 같은 노래를 알고 함께 부른다는 사실이 짜릿했다”고 했다.
이들은 바쁜 일정에 2시간밖에 함께할 수 없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고 했다. 스웨덴 대원 알바 아넬(16)양은 “살면서 처음 찾은 노래방에서 다 함께 소리를 지르니 정말 재밌었다”며 “목소리가 쉴 정도로 소리를 질렀지만 함께 웃고 춤추며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고 했다.
영국 대원은 17일 밤, 스웨덴은 18일 오전에 한국을 떠난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모리스양은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우리들이 한국이라는 완벽히 낯선 땅에서 이렇게 끈끈한 우정을 나눌 수 있다는 게 놀랍다”고 했다. 스웨덴 대원 아넬양은 “고등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어 대학에 가더라도, 영국뿐만 아니라 잼버리에서 만난 모두와 인연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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