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전쟁과 원폭의 참상 알린 일본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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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8월 6일 오전 8시 15분, 미국은 일본 제국의 마지막 항복을 끌어내기 위해 일본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을 떨어뜨립니다.
"원폭은 지옥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그 원폭을 초래한 전쟁은 더 무섭다." 나카자와의 이 말은 원폭의 피해자만이 아닌 가해자로서의 일본을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맨발의 겐'은 원폭과 전쟁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동시에 일본 군국주의의 책임을 묻는 평화 학습만화의 대표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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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훗날 자신이 경험한 원폭의 피해를 만화로 그렸고, 일본의 ‘주간 소년 점프’에 연재(1973년)된 ‘맨발의 겐’은 이후 10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어 1000만 부 이상 발행되었습니다. 50년 동안 24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2000년에는 한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었습니다. 2007년 핵확산금지조약 평가회의에서 참고 자료로 소개된 적도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 겐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 작품은 제2차 세계대전 말 패망 직전의 일본 히로시마가 배경입니다. 겐의 아버지는 일본이 일으킨 전쟁에 반대하다 ‘치안유지법’으로 체포되어 고문까지 당합니다. 이 때문에 겐의 가족은 ‘비(非)국민’으로 손가락질 받고 따돌림 당합니다. 이런 겐의 가족에게 유일하게 쌀을 주고 친절하게 대하는 건 일본인이 아닌 재일 조선인 ‘박’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원자폭탄이 터지고, 히로시마는 폐허로 변합니다.
가족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겐과 겐의 엄마는 원폭 피해자라는 낙인 때문에 그 어디에도 뿌리내리지 못하고 굶주린 채 전전합니다. 말 그대로 ‘산 채로 녹아가는’ 피폭자들의 지옥 같은 삶이라든가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히로시마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집니다. 그들이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 삶이 새로운 전쟁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맨발의 겐’에는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나카자와가 군국주의와 천황을 증오하는 내용이 곳곳에 나옵니다. 전쟁을 반대한 겐의 부친을 비국민이라고 부르며 감옥에 보내고 겐의 가족을 핍박했으면서도 막상 전쟁이 끝나자 반전 정치가인 척하며 의회의 의원이 되는 사메지마 덴지로나, 겐의 반전사상을 이유로 폭행까지 하는 학교 선생은 군국주의의 폭력과 위선을 상징합니다. 아예 대놓고 천황을 용서 못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원폭은 지옥으로 치닫는다. 하지만 그 원폭을 초래한 전쟁은 더 무섭다.” 나카자와의 이 말은 원폭의 피해자만이 아닌 가해자로서의 일본을 말하고 있습니다. 당시 히로시마는 병참기지로 군사도시였습니다. 미쓰비시 조선소와 야스노 발전소 등에 군수공장이 들어서면서 조선과 중국으로부터 강제로 사람들을 끌고 와 비참한 노동에 시달리게 했던 역사의 현장이었던 겁니다.
나카자와는 원폭 후유증으로 인한 당뇨와 폐암으로 73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맨발의 겐’은 원폭과 전쟁의 무서움을 알려주는 동시에 일본 군국주의의 책임을 묻는 평화 학습만화의 대표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의진 누원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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