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GDP 큰 폭 줄어든 한국, ‘법인세 혁명’ 아일랜드 본받아야”
“지난해 한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주요 47국 가운데 셋째로 많이 줄어든 것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현상이라고 봅니다.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려면 ‘법인세 인하 혁명’으로 번성하고 있는 아일랜드를 본받아야 합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육성하는 월드클래스기업협회 최선집 고문은 지난 14일 인터뷰에서 한국 경제가 활력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 고문은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합격해 옛 재무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조세와 금융 관련 업무를 하다가 조세 전문 변호사로 변신했다. 국세청 고문 변호사로 31년째 일하고 있고, 현대차그룹의 고문 변호사로도 활동한 적이 있는 조세 정책 전문가이다.
최 고문은 먼저 작년 한국의 1인당 GDP가 3만2142달러를 기록, 1년 전보다 8.2% 감소하면서 주요 47국 중 22위를 기록했다는 국제기구의 통계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의 감소율은 주요 47국 중 일본(-15.1%), 스웨덴(-8.5%)에 이어 셋째로 컸다”며 “정부는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전년보다 12.9%나 하락한 영향이라고 설명하지만 꼭 그렇게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그 근거로 1인당 GDP 순위 3위를 차지한 아일랜드(10만4237달러)를 들었다.
최 고문은 “지난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전 세계 다른 통화들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아일랜드가 쓰는 유로화 가치도 전년보다 10.9% 떨어졌다”며 “그렇지만 한국의 1인당 GDP가 8.2% 감소한 것과 달리, 아일랜드는 1.9% 증가했다”고 했다. 최 고문은 그 이유로 “아일랜드 경제가 2022년에 전년보다 12%나 성장하고 올해와 내년에도 5%대의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는 반면, 한국은 지난해 성장률이 2.6%에 불과하고 올해에도 1.6% 수준에 그칠 전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통화 가치가 하락해도 성장세가 강하면 1인당 GDP가 늘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일랜드가 보여줬다는 것이다.
최 고문은 아일랜드의 고성장 배경에는 ‘법인세 혁명’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구 700만명 규모의 아일랜드는 19세기 말 대기근으로 100만명이 죽고, 100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야 했다. 또 800년간 영국 식민지였다. 하지만 1997~1999년에 찰리 맥크리비 재무장관은 법인세를 대폭 낮춰 외국 기업을 유치하는 세금 혁명을 주도했다.
최 고문은 “현재 우리나라는 법인세 최고세율이 26.4%(지방세 포함)인데, 아일랜드는 12.5%”라며 “아일랜드는 주변국들이 20% 이상의 세율로 법인세를 징수할 당시 세율을 확 낮춰 외국의 다국적 기업들을 불러들였다”고 말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은 세율을 12.5%로 확 낮췄지만, 적극적으로 사업이나 경영을 하지 않는 기업은 50% 정도로 높게 유지하는 차별 전략을 썼다고 덧붙였다. 최 고문은 “법인세 혁명을 단행한 아일랜드는 2003년에 1인당 GDP가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영국을 추월했고, 지난해에는 2배가 넘는 수준으로 경제가 비약했다”며 “주변국들도 아일랜드를 따라 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쓰려는 돈이 많아서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최 고문은 “법인세는 기업이 투자에 써야 할 자금을 정부가 가져가 대신 사용하는 것”이라며 “한국 경제가 도약하려면 정부 지출을 줄이고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가 법인세를 올릴 경우 기업들은 그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전가해 소비자 물가가 오르고, 기업들은 세 부담이 낮은 해외로 투자를 돌리면서 국내 투자와 고용이 줄게 된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법인세를 인하하면 제품 가격을 낮추고 고용을 늘릴 여지가 생기며 기업의 해외 탈출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국가 재정이 부족해 법인세를 높일 경우 몇 년은 견딜 수 있지만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면서 결국 더 큰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최 고문은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상장 대기업은 주식이 분산되어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지 않다”며 “법인세를 낮추면 ‘재벌 오너’들이 이익을 본다는 이른바 ‘경제민주화’ 주장은 이러한 주주 분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못 박았다. 또 한국 경제가 장기 성장하려면 경영자들의 상속세 부담을 줄여 기업 경영이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뤄지도록 안정시키고, 아일랜드처럼 근로자와 사업가 등 인재의 질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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