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최후 항쟁지’ 43년전 모습으로… 이달 28일 첫삽
‘26일 오후 궐기대회가 끝난 후 ‘끝까지 도청을 지키자’는 투쟁 대열에 200여 명의 청년·학생이 자원했다. 마지막 싸움에 참여하겠다는 결사대였다. …중략… 새벽 2시쯤 도청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사이렌 소리가 밤공기를 날카롭게 갈랐다. …중략… 27일 새벽 계엄군 진입 직전의 시민군 전체 규모는 최소 34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도청 및 주위 200여 명. …중략… 7시 30분쯤 외신 기자 테리 앤더슨이 도청 건물 주위를 돌면서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한 시신만 17구였다. …중략… 27일 오후 도청 뒤뜰에서 수습된 시신은 26일 이전에 사망했지만 신원이 확인되지 않아 상무관으로 옮겨지지 않은 시신 14구와 27일 새벽에 사망한 시신 16구로 모두 30구였다.’(5·18민주화운동 기록 도서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에서 발췌한 내용)
옛 전남도청은 1980년 5월 18일부터 27일까지 10일간 진행된 5·18민주화운동 최후 항쟁지다. 27일 새벽, 시민군이 중무장한 계엄군과 끝까지 맞서다 스러진 곳이다. 전남도청은 1980년 5·18 중심지 광주 금남로에 있었다. 1986년에야 광주시가 광주직할시(1995년 광역시로 개칭)로 승격해 전남도와 분리됐다. 전남도청은 2005년 지금의 전남 무안군 삼향읍으로 이전됐고, 이후 “5·18 최후의 항쟁 건물을 원형 복원하자”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복원추진단)은 이달 28일 옛 전남도청 6개 동 복원 공사를 시작한다고 17일 밝혔다. 복원추진단이 출범한 지 4년 만에 착공하는 것이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2025년 10월 말 준공하고, 2개월여 뒤 복원한 옛 전남도청을 일반에게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복원 공사는 기존 건물 골격 등 형태를 유지하는 증·개축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상 건물은 전남도청 본관·별관·회의실, 전남도 경찰국 민원실·본관, 상무관 등 6개 동으로 바닥 면적은 9211㎡에 달한다. 현재 계엄군 진압을 알린 방송실은 그 자리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사라졌고, 도청 뒤편 전남경찰국 건물도 방문자센터가 들어서 본모습을 잃었다. 이를 모두 복원할 계획이다.
특히 7000억원을 투입해 2015년 11월 옛 도청 뒤편에서 개관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당시 훼손됐던 도청 별관은 일부만 복원하기로 했다. 4층짜리 도청 별관은 가로 54m 중 24m가 철거돼 있다. 이 철거된 부분을 일부 재건하는 것이다. 1·2층은 기존 공간으로 그대로 둬 아시아문화전당 출입구로 활용하고, 그 위 3·4층만 복원해 도청 본관과 연결할 계획이다.
옛 전남경찰국 본관은 노후 정도가 심해 아시아문화전당 건립 때 곳곳에 철골 구조물을 덧댔다. 복원추진단 관계자는 “구조물을 제거하거나 변형하면 건물 구조 안전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기존 구조체를 유지하며 복원 공사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5·18 당시 없었던 방문자센터와 미디어월(홍보 전광판)은 철거하고, 아시아문화전당 쪽에 새로 만들기로 가닥을 잡았다.
전체 사업비는 기존 255억원에서 506억원이 돼 두 배쯤으로 늘었다. 타당성 재조사를 통해 추가 공사비와 전시 콘텐츠 비용 110억원이 추가됐다. 복원 건물 곳곳에 1980년 당시 상황을 담은 실물 또는 가상 전시 콘텐츠를 설치한다. 복원 완료 시점은 2022년 7월에서 2025년 12월로 3년 5개월이 늦춰졌다. 송윤석 복원추진단장은 “1980년 5월의 모습에 최대한 가깝게 복원하는 게 목표”라며 “복원하는 옛 도청은 5·18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고 추모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은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18일 광주에서 열린 ‘제37주년 5·18기념식’에 참석해 “복원을 약속”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복원 형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사업이 난항을 겪자 일부 오월 단체 회원이 삭발 투쟁을 하며 “문재인 정부와 이낙연 총리는 복원 사업에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와 삭발 항의 등이 박근혜 정부 때부터 3년간 이어졌다. 2019년 8월 ‘옛 전남도청복원추진단’이 출범하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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