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미군 55보급창 이전” vs 남구 측 “일방적 결정”
“미군 55보급창을 신선대부두로 옮기겠다.”(부산시) “일방적 정책 결정으로 지역 갈등 조장하지 말라.”(부산 남구)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이전을 놓고 부산시와 남구가 공방을 벌이고 있다. 부산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에 활용될 55보급창을 남구 신선대부두 준설토 투기장으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이고 남구는 “시의 일방적 이전 결정 반대”로 맞서고 있다.
부산 남구의회 국민의힘 소속 구(區)의원들은 “55보급창 이전 관련,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개최를 부산시 측에 요청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들 구의원은 지난 7일 “(부산시의) 55보급창 부지 이전 계획 발표는 이전에 따른 직간접적 피해와 불편을 당할 주민들과 남구의 입장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지역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이 공방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 55보급창과 북항 8부두(남구 감만동)를 해군작전사령부가 있는 신선대부두(남구 용당동) 인근 준설토 투기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박 시장은 이날 “2030 부산세계박람회 행사에 활용할 55보급창 이전은 시민적 합의가 있는 사안으로 이미 여러 각도에서 논의, 추진해왔고 국방부에서도 우리 안을 빨리 내놓을 것을 요청해옴에 따라 계획을 발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어 “국방부, 미국이 동의해줘야 부지 이전을 위한 다음 절차가 가능하기 때문에 관련 협의를 신속하게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55보급창은 부산 북항 8부두로 반입되는 주한미군 군수 물자와 장비를 임시 보관·저장하는 곳으로 약 22만㎡ 규모다. 2030부산세계박람회 행사장 부지에 직접 포함돼 있진 않지만, 행사장 동측 입구와 연결돼 있어 박람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꼭 필요한 땅이라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세계박람회 행사장은 현재 조성 중이거나 추진 중인 부산항 북항 재개발 1, 2단계 부지와 북항 7부두·우암부두·우암컨테이너 야적장 등 343만㎡(약 100만평)로 계획돼 있다. 북항 1단계는 2조4000억원을 들여 지난 2008년 착공해 현재 153만여㎡의 부지·기반시설 조성을 끝내고 상부 시설들이 건설 중이다.
2단계는 북항 자성대부두와 부산역·부산진역 컨테이너 야적장, 동구 좌천·범일동 등 228만㎡ 부지를 재개발한다.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고 최근 사업시행자를 선정했다. 내년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다. 사업비는 4조636억원이다. 2단계 세계박람회 행사장은 2029년 하반기 조성을 끝낼 예정이다.
그러나 동구에 있던 55보급창이 남구 신선대부두 쪽으로 옮겨갈 경우, 그 부근은 해군3함대사령부가 있어 신선대부두·군용부두인 8부두·3함대사령부 부두 등이 밀집하게 된다.
이에 남구 측은 “부산시의 일방적 결정은 유감”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남구는 “이번 결정이 세계박람회 유치에 박차를 가하기 위한 신속한 조치였다 하더라도 주민 의견 수렴을 하지 않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이곳을 지역구로 둔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주민들과 주민의 대표인 구의원, 시의원, 국회의원, 구청장 등의 의견 수렴과 동의 없는 사업 추진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신선대부두로 이전을 결정하고 강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며 “시의 일방적 결정과 발표는 세계박람회 유치 운동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55보급창은 도심이 아닌 강서구 부산신항 같은 외곽지로 이전해야 한다”고 했다.
시는 또 남구 감만동 8부두 이전안을 내놓으면서 “인근 7부두, 우암부두, 감만·신감만부두 등과 함께 ‘북항 재개발 3단계 사업’에 편입하겠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지역 정치권에선 “시의 지역 협치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북항 재개발 3단계 등은 어느 세월에 될지 알 수 없는 뜬구름 잡는 얘기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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