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7] 공산당이 바꾼 ‘학습’의 뜻
집에 있는 어린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치는 모습의 한자가 있다. ‘배우다’라는 뜻의 ‘學(학)’이라는 글자다. 새끼 새가 나날이 날갯짓을 하는 동작으로 추정하는 한자가 있다. ‘익히다’는 새김의 ‘習(습)’이다. 둘을 합치면 바로 학습(學習)이다.
공자(孔子)의 ‘논어(論語)’ 첫 구절 “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不亦說乎)”에서 나왔으리라 보이는 단어다. 이 구절 풀이에는 이론이 없지 않으나, ‘배우고 익힘’을 소중히 다룬 공자의 의도만큼은 아주 명백하다.
요즘 중국에서 ‘학습’은 색다른 의미다. 배우는 ‘학’의 의미는 그대로되, 익히는 ‘습’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제는 연임에 성공해 1인 독재의 길을 단단히 다진 공산당 최고 권력자 시진핑(習近平)을 노골적으로 가리킨다. 따라서 현재 중국의 ‘학습’은 “시진핑을 배우자”는 의미에 더 가깝다. 2019년 시진핑의 사상과 발언을 익히도록 만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학습강국(學習强國)’이 대표적이다. 출시한 해에 1억명이 내려받은 일로 유명하다.
급기야 올해 중국 대학 입시 논술 영역은 시진핑의 어록(語錄)을 출제하기에 이르렀다. 옛 공산당 독재자 마오쩌둥(毛澤東)이 누린 개인숭배에 바짝 다가선 수준이다. 이로써 중국은 더욱 강고한 전제(專制)적 틀을 구축할 듯하다.
그러나 공산당이 놓친 부분이 있다. 공자의 배움에 관한 논설은 간단치 않았다. “따라 배우기만 하면서 생각하지 않으면 미망에 빠진다(學而不思則罔)”고도 했으니 말이다. 무조건 배우거나 그렇게 강요하는 일의 위험성을 지적했다.
평범한 ‘학습’이 다른 생각을 가로막는 ‘세뇌(洗腦)’로 이어지면 심각한 화를 부른다. 사람들은 지독한 우민(愚民)으로 전락해 국가와 사회의 큰 재앙으로 변하기 십상이다. 개인숭배를 되살리는 중국 공산당이 정말 심각하게 여겨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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