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당연합 김유신 민족 배신? 당시 관점서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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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저술가 황윤의 새로운 저서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참 정성스럽게 잘 쓴 역사 에세이라는 느낌을 독자에게 준다.
김유신 장군이 역사와 민중의 삶에서 가진 큰 비중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독자가 빠지기 쉬운 역사 관념을 경계하면서 치열했던 당시 정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돕기도 한다.
김유신 장군이 매 단계 이룬 성취가 전체 역사의 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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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물관 마니아’ 황윤 역사에세이
- 한민족 개념이 없었던 삼국시대
- 치열한 생존게임과 리더십 분석
역사 저술가 황윤의 새로운 저서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참 정성스럽게 잘 쓴 역사 에세이라는 느낌을 독자에게 준다.‘역사(역사학)는 사료를 해석하는 학문’이라는 표현이 이제 널리 자리 잡았다. 이른바 실증을 내세우며 오로지 문헌사료만 떠받들고 그 바깥으로는 반 발짝도 나가지 못하던 과거 사학자의 모습은 답답하다는 문제점도 컸지만, 역사를 소수의 소유물로 가둬버리는 점도 만만치 않았다. 엄정한 방법론과 접근법을 바탕으로 하되, 진지하고 활력 있고 흥미도 갖춘 좋은 역사 에세이는 늘어나야 한다.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신라의 대장군 김유신(595~673)에 관해 부분 부분이 아니라 통으로, 방대하게, 입체로 보여주는 흔치 않은 책이다. 외적이 한반도에 하도 자주 쳐들어와 문화재나 역사기록을 탈탈 털어가거나 파괴한 탓에 우리는 조선 시대 정도를 제외한 고려 시대나 삼국시대의 역사기록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다. 이는 해당 시대를 조명하는 일을 어렵게 했는데, 그 연장선에서 삼한일통(삼국통일)을 이룬 거대한 인물 김유신 또한 활발한 접근은 이뤄지지 않았다.
저자 황윤은 ‘삼국사기’ ‘삼국유사’를 바탕에 깔고 현대 사학계에서 이뤄진 김유신·신라·삼국시대에 관한 자료를 폭넓게 활용해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를 저술했다. ‘삼국사기’에는 김유신 일대기가 상당히 긴 분량으로 실려 있고, 민중의 세계관을 잘 보여주는 ‘삼국유사’에도 설화·일화·민담 형태로 김유신은 자주 등장한다. 김유신 장군이 역사와 민중의 삶에서 가진 큰 비중을 여기서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김유신·가야·신라·백제·고구려·통일전쟁·당나라·일본 등 꼭 필요한 많은 요소를 풍부하게 입체로 배치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저자는 그 과정에서 사료와 근거를 바탕으로 치밀하게 분석하면서도 역사적·정치적 상상력을 펼치기도 한다. 특히 그 당시의 정치와 외교 현실을 오늘의 상황과 비교해가며 냉철하게 기술하는 대목이 인상 깊다. 이 책에서 독자는 삼국통일을 이끈 거인 김유신을 입체로 만날 수 있다.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는 독자가 빠지기 쉬운 역사 관념을 경계하면서 치열했던 당시 정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예컨대 막연히 ‘고구려가 삼국을 통일했으면 우리 땅이 커졌을 텐데’ ‘신라는 민족을 반역하고 당나라와 붙었다’는 식으로 독자는 생각할 수 있다. 저자는 한민족 관념이 생기기 전 신라·고구려·백제가 엄연히 다른 나라로서 치열하게 생존게임을 펼친 현장을 복원하면서 좀 더 폭넓은 관점과 깊은 이해를 독자가 갖도록 안내한다.
김유신 장군이 매 단계 이룬 성취가 전체 역사의 틀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 황윤은 자신을 “이야기의 가치를 중히 여기는 역사책 작가이자 박물관 마니아”라고 소개했다.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분청사기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강원도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경주 여행 2 : 만파식적편’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국립중앙박물관’ ‘도자기로 본 세계사’ ‘박물관을 보는 법’ 등의 책을 썼다. 참 부지런한 역사 저술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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