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풀린 ‘벤처캐피털’… 대기업들 앞다퉈 뛰어든다

임경업 기자 2023. 8.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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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12곳 이어… 두산·LX도 CVC 출범, 동국제강은 공식화

최근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상반기 벤처투자액이 총 4조444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작년 상반기(7조6442억원)보다 약 47% 줄어들었지만, 2019년과 2020년 상반기 투자액과 비교하면 각각 25%, 40%가 증가한 수치다. 중기부 관계자는 “시장 자금이 넘쳤던 2021~2022년 이례적으로 투자금이 많았던 것이고, 최근에는 그 전과 비교해 다시 벤처투자 분위기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며 “특히 10조5000억원 수준의 정책자금(융자·연구개발 지원 포함)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고, 최근 규제 완화 덕분에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등을 통한 민간자금 유입도 하반기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17일 투자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의 두산인베스트먼트, LX그룹의 LX벤처스에 이어 동국제강도 CVC 설립 계획을 발표했다. 두산인베스트먼트는 연말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고, LX벤처스는 지난달 공식 출범했다. 포스코·세아홀딩스 등 철강 경쟁사들이 CVC를 설립하자, 동국제강도 “소재·부품·장비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해외투자도 하겠다”며 CVC 설립 작업 착수를 최근 발표했다. CVC는 대기업 지주회사가 지분 100%로 설립할 수 있는 벤처캐피털 회사로, 과거엔 금산분리를 이유로 지주회사가 금융회사인 CVC를 설립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규제가 완화되면서 작년 말까지 12개 CVC가 설립됐고, 기업들이 CVC 설립에 속도를 내면서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래픽=백형선

◇대기업-스타트업, 윈-윈 돕는 CVC

대기업 CVC들이 스타트업 투자에 나선 이유는 ‘윈(win)-윈 전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입장에선 스타트업의 새로운 기술과 사업 모델을 활용할 수 있는 협업 발판을 마련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선 대기업의 자금력과 판로를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포스코의 CVC 포스코기술투자는 액화수소 제조 및 저장 기술을 가진 벤처기업 하이리움산업에 투자했다. 포스코의 액화탱크 소재 개발과 수소 운송·저장 사업에서 협업을 추진한다.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임재원 대표는 “작년 CJ인베스트먼트로 투자를 받고, CJ 계열사인 CGV 영화관에 매장을 열고 CJ프레시웨이를 통해 급식 사업도 진출했다”며 “단순 자금 유치뿐 아니라 사업 활로 모색에도 CVC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이미 CVC 투자가 활발하다. 작년 말 기준 글로벌 CVC는 약 943개(자본시장연구원 조사)로 이 중 미국이 350개로 가장 많고 일본이 90개로 그 뒤를 이었다. 미국 구글은 CVC 구글벤처스를 운영하면서 우버·에어비앤비·슬랙 등과 같은 미국 대표 스타트업의 자금줄이 됐다. 일본 최대 CVC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합작사 격인 Z홀딩스의 CVC 제트벤처캐피털이다. 300억엔(약 3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고, 출범 이후 약 221개 회사에 투자했다.

◇하반기 스타트업 규제 대폭 완화

정부는 하반기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통해 벤처·스타트업 시장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방침이다. CVC의 경우, 현재 전체 펀드의 최대 40%로 한정된 외부 자금 비율과 해외투자 비율 한도 20% 규제도 완화를 추진한다. 외부 자금 유치가 가능해야 펀드 크기를 키울 수 있고, 해외투자의 경우엔 국내 창업자들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해외 본사를 두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창업과 고용 활성화를 위한 제도 도입과 규제도 개선된다.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복수의결권 제도는 올해 11월 시행된다. 비상장 기업 창업자 주식 1주에 최대 10개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창업자 입장에선 경영권 위협을 적게 받으면서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된다. 중기부는 성과조건부 주식(RSU·RSA) 제도 도입도 추진할 계획이다. 옵션 행사가와 시점·수량 제한이 있는 스톡옵션과 달리 성과조건부 주식은 일정 성과를 거둔 구성원에게 제약 없이 지급할 수 있어 해외 스타트업들이 주로 쓰는 성과 분배 방식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미래 보상을 약속해 인재를 모으는 스타트업 특성상 성과조건부 주식 제도가 도입되면 인재 수급이 원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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