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아시아인의 축제’ 부담감 떨치고 즐겨라
47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4년 주기로 열렸던 대회가 처음으로 5년 만에 열리게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소속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가한 가운데 40개 종목에 걸쳐 483개의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대한민국은 직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24년 만에 일본에 밀려 종합 3위로 내려앉았다. 이번 대회서 5년 만에 2위 복귀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두 차례 하계올림픽과 지난 아시안게임서 2위 경쟁 상대인 일본에 메달 순위에서 모두 뒤졌다. 무엇보다 육상과 수영 등 기초종목에서의 열세가 큰 원인이다.
이번 대회서도 종합 2위 달성은 어렵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국 스포츠는 2012년 런던 올림픽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체육 정책의 변화로 가뜩이나 취약했던 저변이 붕괴되고 전문체육에 대한 기업과 정부의 지원이 예전만 못하면서 한때 ‘세계 톱10’을 자랑했던 대한민국 체육은 국제경쟁력에서 뒤떨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5년을 기다려 온 태극전사들은 대회 개막이 점점 다가오면서 주변의 기대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성취욕에 심적인 압박감이 커져 가고 있다. 과도한 긴장감으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2024년 파리 올림픽의 전초전 성격을 띤 이번 아시안게임을 통해 느끼는 국가대표로서의 긴장과 중압감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선배들이 이 과정을 견뎌내면서 금메달리스트로서의 성취감을 느껴 왔다. 반면 많은 선수들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좌절감에 빠져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금메달리스트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은·동메달 획득자는 주목을 받지 못한다. 때로는 죄인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는 ‘엘리트 체육’으로 대변된 대한민국 스포츠가 성적 지상주의에 매몰돼 있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가 외국처럼 다양한 직업을 지닌 경우와는 다르게 운동이 직업이기 때문에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산물이다.
한 외국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림픽 메달리스트 중 가장 만족감을 느끼는 선수는 동메달리스트라고 한다. 금메달리스트는 최고의 경지에 오른 기쁨이 있지만 당연하다는 표정이고 은메달리스트는 1위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크기에 기뻐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동메달리스트는 메달을 딴 것만으로도 큰 희열을 느낀다.
스포츠는 경쟁이 필수이고 결과가 말해준다. 하지만 각종 국제대회는 그 지역 또는 세계인의 축제다. 좋은 결과를 추구하되 그동안 노력한 과정과 결과에 만족하고 축제를 즐기는 여유가 이제는 필요하다. 한 달 뒤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서는 태극전사들이 5년 만의 축제를 즐겼으면 한다. 또 목표를 이루지 못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새로운 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발전해 나가는 성숙된 모습을 기대해 본다.
황선학 기자 2hwangp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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