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암세포)가 내 식도로 들어왔다” 철학으로 짚어본 의학

박현주 책 칼럼니스트 2023. 8. 1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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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이 존재하지 않는다?'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부산과학기술상 및 의당학술상을 수상한 유영현 교수의 책 제목이다.

"흔히 좁은 의미의 의학은 건강과 질병과 관련된 자연과학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사회적 틀 모두를 포함한다. 의료에 대한 제반 사회체제가 의학에 포함되며 의료 행위와 관련된 모든 도적적 윤리적 법적 규범도 의학에 포함된다. 의학에 대한 역사 지리적 고찰 역시 의학의 영역이다. 따라서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관한 자연과학이자 인문사회과학이다. (중략) 의학은 분류상 이과계열이고 주로 수학·과학 영재들이 의학 진학을 꿈꾼다. 그러나 의학은 자연과학이자 인문사회과학임을 수험생들이 명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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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영현 지음 /행복우물 /1만8000원

‘질병이 존재하지 않는다?’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재직하며 부산과학기술상 및 의당학술상을 수상한 유영현 교수의 책 제목이다. 솔깃해진다. 제목에서 물음표를 없애 보면서 병이 없다면 사는 동안 걱정이 절반은 줄겠다고 단순하게 생각해 본다. 생각해 보면 자신이 아프거나, 가족이 아프거나, 주변 사람 중 누군가는 아픈 경우가 아주 많다.

인간의 몸을 상징하는 DNA 이미지.


서둘러 목차를 살펴보니 ‘질병은 존재하는가?’가 있다. 질병이 무엇인지 철학적으로 짚어보는 글이다. 이 글은 저자 부모님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일찍 지병으로 누우신 나의 어머님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병에 걸렸다”고 자조하셨다. 어머님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식도암 판정을 받으신 아버님은 가족들을 달래신다고 “어쩌다 다이아몬드 하나가 식도에 들어왔다”고 표현하셨다.’ 두 분 말씀이 다 이해된다. 이렇게 시작한 글은 의학에서 질병을 어떻게 바라 보는지, 또 오랜 기간 철학적 논쟁을 벌여 왔는지로 이어진다.


루소는 “질병은 없고 단지 아픈 사람만이 있을 뿐이다”는 말도 했단다. 의학에서 유명론(명목론)자와 실재론자들이 질병이 실존하는 참 존재인가에 대한 논쟁을 하고 있었는 줄 몰랐다.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던 의학 상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른바 ‘지식’이라고 여겨져 온 것을 차근차근 뒤집는다. 저자는 서문에서 “내게 이제 의학은 단순한 자연과학이 아니다”고도 썼다. 책에는 의료 인문학 주제의 글과 여러 매체에 발표한 글,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글들을 함께 묶었다. 해부학을 전공하고 후학을 가르치는 저자는 연구자로서 세상의 상식을 날카로운 이성으로 파헤친다. 그러면서 의과학적 지식을 일상의 사유와 절묘하게 엮어 놓았다.

‘의학은 자연과학인가?‘는 의대를 지망하는 수험생과 함께 읽고 싶은 글이다. “흔히 좁은 의미의 의학은 건강과 질병과 관련된 자연과학으로 정의되었다. 그러나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대한 사회적 틀 모두를 포함한다. 의료에 대한 제반 사회체제가 의학에 포함되며 의료 행위와 관련된 모든 도적적 윤리적 법적 규범도 의학에 포함된다. 의학에 대한 역사 지리적 고찰 역시 의학의 영역이다. 따라서 의학은 건강과 질병에 관한 자연과학이자 인문사회과학이다. (중략) 의학은 분류상 이과계열이고 주로 수학·과학 영재들이 의학 진학을 꿈꾼다. 그러나 의학은 자연과학이자 인문사회과학임을 수험생들이 명심하기를 바란다.”

아마추어 드러머로서 타악기와 타악기 음악을 소개하는 책 ‘드럼이야기’, 차를 좋아하는 다인으로서 차 본연의 순기능을 전파하고 역기능을 걱정하는 이색적인 다담을 담은 ‘차 오디세이’에서 보여준 저자의 따스한 문장을 만날 수 있다. 의료인은 물론이고, 의학에 종사하지 않더라도 의학적 지식에 흥미를 느끼고 인문학적 사유가 필요했던 독자라면 반가워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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