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이끼의 경고
작고 부드럽다. 짧게는 1㎝, 길게는 10㎝에 이른다.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 엉켜 집단으로 자란다. 꽃이나 씨앗은 물론 없다.
서양 격언에도 곧잘 인용된다. 구르는 돌에는 이 식물이 끼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목에서 고개를 주억거릴 독자들이 있겠다. 이끼의 이력서다.
지구에 1만2천여종이 서식 중이다. 우주 공간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정도로 생명력도 강하다. 혹독한 환경에 적응하며 4억년을 생존해 왔다.
이런 가운데 이끼가 지구 온난화에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랄프 레스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교수팀이 티베트 고원 등에 사는 이끼인 타카키아의 DNA를 분석한 결과다. 외신은 유전적으로 매우 빠른 진화 특성을 갖췄지만 현 기후변화에서 살아남을 만큼 빠르게 진화하지는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티베트 고원 얼음 절벽에서 3억9천만년이나 살아왔다. 연구팀은 티베트 고원의 타카키아 서식지를 10년 동안 18차례 방문해 샘플을 수집하고 서식지를 조사했다. DNA 염기서열도 분석했고 기후변화가 타카키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연구했다.
그 결과 과거에는 환경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 살아남았지만 현재의 온난화를 고려하면 앞으로 100년 이상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연구가 진행되는 동안 티베트 고원의 개체수는 매년 1.6%씩 감소했다. 서식지도 빠르게 줄어 금세기 말에는 서식지가 세계적으로 1천~1천500㎢밖에 남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인류는 늘 진화의 정점에 있다고 인식되고 있다. 공룡도 왔다가 멸종된 것처럼 인류도 사라질 수 있다. 이끼는 4억년 이상을 공룡의 등장과 멸종, 인류의 등장 등을 지켜봤다. 우리가 이들로부터 회복력과 멸종 등에 대해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을까.
이끼가 인류에게 던지는 준엄한 경고다.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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