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력-악력 쑥쑥, 가장 높은 곳 오를 루트가 보입니다”
국제무대 데뷔 첫해 ‘리드’ 랭킹1위
亞게임-올림픽 위해 ‘볼더링’ 맹훈
근력 강화하고 프랑스 유학도 고민
스포츠클라이밍 국가대표 서채현(20·노스페이스·서울시청)은 고교 시절 공부로 전교 1, 2등을 다퉜지만 대학에 가지 않았다. “당장은 클라이밍에만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랬던 서채현이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종국클라이밍센터’에서 만난 기자에게 프랑스 유학 이야기를 꺼낸 건 ‘볼더링’ 때문이다.
양손에 미끄럼 방지용 탄산마그네슘을 잔뜩 바른 채 기자를 맞이한 서채현은 “프랑스가 볼더링을 정말 잘한다. 세계적인 루트 세터(문제를 내는 사람)도 많아 계속 새 루트로 훈련할 수 있어 경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스위스 베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리드’ 동메달을 차지한 서채현은 이날 오전 귀국한 뒤 곧바로 아버지 서종국 국가대표 감독(50)이 운영하는 클라이밍센터로 와 훈련을 시작했다.
스포츠클라이밍은 △높이 15m 암벽에 매달려 6분 동안 더 높이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리드 △미리 정해둔 홀드(손과 발로 잡거나 디딜 수 있는 부분)만 활용해 가장 적은 횟수에 4, 5m 벽을 오르는 선수가 우승하는 볼더링 △15m 암벽 정상까지 가장 빨리 오르는 사람이 이기는 스피드 등 세 종목으로 나뉜다.
서채현은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에 데뷔한 2019년 바로 리드 세계랭킹 1위를 찍었다. 문제는 개별 종목이 따로 있는 월드컵이나 세계선수권과 달리 올림픽, 아시안게임 같은 종합 국제대회 때는 리드와 볼더링을 묶은 ‘콤바인’ 경기만 치른다는 점이다. 서채현은 “솔직히 내 볼더링 실력은 평균 이하”라면서 “국제대회 때 리드가 끝나면 내게 루트를 물어보려고 온다. 그런데 볼더링 때는 다들 나를 본체만체한다”며 웃었다.
서채현은 아버지 서 감독뿐만 아니라 어머니 전소영 씨(49)도 스포츠클라이머 출신이다. 서채현은 “어렸을 때 부모님을 따라 자연 등반을 다니면서 바위를 많이 탄 덕에 리드에 강한 것 같다. 바위에서는 벽 어디든 다 홀드가 된다. 키(163cm)가 작으면 뻗을 수 있는 길이도 짧아지지만 그만큼 남들과 다른 길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계속해 “리드는 나만의 루트를 만들면서 오를 수 있어 기술로 커버가 되지만 볼더링은 지정된 홀드를 따라가야 해 근력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사실 클라이밍 세계에서 서채현은 별종에 가깝다. 서채현은 “클라이밍은 일단 근력이 좋아야 하는데 (월드컵) 결선에 올라가는 선수 사이에서는 내가 근력도, 손가락 힘도 가장 약하다”면서 “초등학교 때 나를 보고 ‘클라이밍으로는 절대 성공 못 한다’고 하셨던 동호회원도 있었다. 물론 나중에는 ‘내가 잘못 봤다’며 사과하셨다”고 말했다.
서채현은 비시즌 동안 하루 4, 5시간씩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면서 근력을 길렀다. 그러면서 풀업 1RM(한 번에 들 수 있는 최대 무게)이 24kg에서 42kg까지 늘었다. 시즌 중에는 6, 7시간을 암벽에 매달려 ‘볼더링 실전 문제’를 푸는 데 썼다. 서채현은 “나는 특히 풀릴 때까지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원래 뭐든지 푸는 걸 좋아한다. 취미도 (숫자 퍼즐) 스도쿠”라면서 “너무 안 될 땐 다른 걸 하기도 하는데 찜찜한 마음이 남아서 결국 (풀던 루트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볼더링 훈련 비중을 높인 성과도 나왔다. 서채현은 이탈리아 브릭센에서 열린 올 시즌 6차 월드컵에서 4개 과제 중 3개를 3차례 시도 끝에 완등하면서 볼더링 2위에 올랐다. 서채현이 월드컵 데뷔 후 볼더링 시상대에 오른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서채현은 24일부터 진천선수촌에 들어가 이번 시즌 남은 월드컵 2개 대회와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비 훈련에 들어간다. 서채현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지금 제일 큰 목표다. 내년 파리 올림픽 때까지 최선을 다해 꼭 가장 높은 곳까지 오르겠다”고 다짐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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