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밝힌, 편지글로 남긴… 우리가 몰랐던 이중섭

김민 기자 2023. 8.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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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1면에 두 개의 기사를 썼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보도한 톱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1921∼2022)의 인터뷰 기사였다.

그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서로에 대한 간절함과 믿음이 느껴졌고, 70년 가까이 홀로 산 야마모토 여사를 보며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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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 그 사람’ ‘… 편지화’
국민화가 다른 책 동시에 출간
이중섭을 주제로 나란히 책을 낸 미술사학자 최열(왼쪽)과 일본 마이니치신문 정치부 기자 오누키 도모코가 저서 ‘이중섭, 편지화’, ‘이중섭, 그 사람’을 각각 들고 섰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016년 11월 일본 마이니치신문의 서울 특파원이었던 오누키 도모코(48·현 정치부 기자)는 1면에 두 개의 기사를 썼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보도한 톱 기사였고, 다른 하나는 화가 이중섭(1916∼1956)의 일본인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한국명 이남덕·1921∼2022)의 인터뷰 기사였다. 한국의 정치·문화 소식이 일본의 일간지 1면을 채운 것이다.

이후 오누키는 이중섭에 관한 책을 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는다. 일본 3대 출판사로 꼽히는 쇼가쿠칸에서 펴낸 그의 책 ‘사랑을 그린 사람’은 한국 관련 책 가운데 처음으로 2020년 쇼가쿠칸 논픽션 대상을 수상한다. 이 책이 최근 ‘이중섭, 그 사람’(혜화1117)으로 국내 출간됐다. 오누키가 미술사와 관련된 부분을 자문한 미술사학자 최열(67)도 신간 ‘이중섭, 편지화’(혜화1117)를 펴냈다. 두 사람을 10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났다.

오누키는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회고전을 보고 이중섭 부부에게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두 분이 주고받은 편지에서 서로에 대한 간절함과 믿음이 느껴졌고, 70년 가까이 홀로 산 야마모토 여사를 보며 궁금증이 계속 생겼다”고 했다.

그는 서울 특파원으로 부임할 때 ‘한일 관계에 대해 무슨 특종을 할까’를 고민한 ‘특종병 있었던 기자’라고 고백했다. 그런 그가 야마모토에게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흥미로운 인물 이야기였다. 한국 ‘국민 화가’의 아내로, 일제강점기부터 6·25전쟁을 모두 겪은 인물인 야마모토를 만나기 위해 수소문했고, 마침내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야마모토 여사가 말수가 적다고 들어 걱정이 많았어요. 큰 기사를 써야 한다는 초조함도 있었죠. 그런데 이중섭과 행복했던 기억을 묻자 엊그제 일처럼 밝은 표정으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셨어요. 내가 그 나이가 되어도 그럴 수 있을까 동경심이 들었죠.”(오누키)

야마모토의 마음을 연 오누키는 부부의 미공개 편지를 새롭게 발굴해 책에 실었다. 책은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여러 자료를 토대로 시간순으로 다룬다.

최열은 이중섭이 일본에 떨어져 있던 가족에게 편지로 보낸 그림 51점을 ‘편지화’라는 장르로 새롭게 정리했다. 과거에는 편지화가 그림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여겨, 일부 편지화는 글씨는 가린 채 그림만 시장에 나오기도 했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상단에 적힌 ‘태성 군에게’라는 글을 가리고 그림만 보이도록 액자에 넣는 식이다.

최열은 “일부 편지화는 접착제로 가린 흔적이 다 남아 있기도 하다. 그런데 2015년 국립현대미술관이 1억 원에 편지화를 소장했고, 2016년 회고전에서 일부가 공개되며 화제가 됐다. 그 덕분에 편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고 했다.

최열의 책은 이중섭의 편지화를 크게 그림 편지, 삽화 편지로 나눠 분석했다. 최열은 “‘안네의 일기’처럼 문학에서 일기도 하나의 장르로 분류하지만, 미술에서는 그런 인식이 아직은 낯설다”며 “이중섭 편지화 역시 예술에 필요한 조형 요소와 기준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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