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13시간반 만에 나와 “검찰, 목표 정해놓고 꿰맞춰”

[대장동 수사·재판]‘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수사…13시간30분 만에 나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백현동 특혜개발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치고 18일 새벽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을 나서며 차에 타고 있다. 연합뉴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검찰에 출석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검찰청을 들어간 뒤 13시간30분 만에 조사를 마치고 나왔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18일 자정께 서울중앙지검에서 나와 “객관적인 사실에 의하면 전혀 문제될 수 없는 사안인데 목표를 정해놓고 사실과 사건을 꿰맞춰간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었다”며 “진짜 배임죄는 용도 변경을 조건으로 땅을 팔았는데 용도 변경 전 가격으로 계약한 한국식품연구원이나 이를 승인한 국토교통부라고 검찰에 말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적 이익 추구와 배임 혐의 성립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등 추가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자정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9시간3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 심야조사 기점이 되는 밤 9시께 조사가 끝났지만 지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보다 진술을 적극적으로 한지라 조서 열람 및 검토에도 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 엄희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위반 등 혐의로 이 대표를 불러 조사했고, 이 대표는 30쪽 분량의 서면 진술서를 기초로 필요한 부분을 적극 설명했다.

검찰은 백현동 부지가 한국식품연구원의 요청과 달리 용적률이 더 높은 ‘준주거지역’으로 2014년 12월 변경된 점이나, 성남도시개발공사(성남도공)이 빠져 민간업자가 3142억원의 개발 이익을 모두 가져가게 된 점을 ‘특혜’로 보고 있다. 백현동 개발 업자 정아무개 아시아디벨로퍼 대표가 이 대표 캠프 선거대책본부장 출신 김인섭 전 하우징기술 대표를 영입해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청탁해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청탁이 받아들여지는 과정과 이 대표가 무관하지 않다고도 보고 있다.

이 대표 조사를 마친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할지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때는 이 대표를 두번 불러 조사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이 대표를 다시 부를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검찰 관계자는 “당사자 상대로 입장을 들어볼 내용이 방대하다. 진술자 태도에 따라 유동적이라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답했다. 수원지검에서 진행하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수사를 기다렸다 묶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이 대표는 15일 검찰 조사를 앞두고 공개한 입장문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이 대표는 “민간업자 로비가 아닌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지시”가 용도변경 시작 이유라고 밝혔다. ‘해당 부지는 도시기본계획상 일반 주거지역으로 지정할 수 없었다. 정부 요구를 들어줄 유일한 방법은 준주거지역 지정 뿐’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성남도공 배제’ 의혹에 관해서는 “용도변경 조건으로 성남도공 개발사업 지분참여를 결정한 바 없다”며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배임 동기’ 관련해서는 “1원 한 푼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 배임을 저지를 동기가 없다”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