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침묵’ 비추는 거울, 한용운의 ‘십현담 주해’

김진형 2023. 8. 1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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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1922년 감옥에서 나온 승려 만해 한용운(1879∼1944)은 백담사 암자 오세암에 칩거하면서 1925년 여름 두 권의 책을 완성한다.

서 평론가는 "한용운은 '님의 침묵' 한 권으로 불후의 시인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십현담 주해'의 현묘한 선 세계의 침잠과 선적 사유가 놓여 있었다"며 "이 둘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책으로 설악산 시대의 2부작이라 할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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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암서 집필한 선학 주해서
서준섭(강릉) 평론가 번역·해설

3·1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1922년 감옥에서 나온 승려 만해 한용운(1879∼1944)은 백담사 암자 오세암에 칩거하면서 1925년 여름 두 권의 책을 완성한다. 국문체 시집 ‘님의 침묵’과 한문체 ‘십현담 주해’다.

‘십현담 주해’는 10세기 중국 선사 동안상찰(同安常察)의 ‘십현담’을 주해한 한용운의 선학 텍스트로 한용운의 선사상이 녹아들어있다. 강릉 출신 서준섭 문학평론가(강원대 명예교수)가 최근 이 책을 한글문으로 번역했다. 정밀한 해석과 더불어 서준섭 평론가의 통찰과 노고가 들어있다.

서 평론가는 ‘십현담 주해’를 두고, “한용운 저술의 핵심이자, ‘님의 침묵’을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정독해야 하는 텍스트”로 평가한다. 이 책이 없었다면 ‘님의 침묵’도 없었다는 것이다.

‘십현담’은 중국 선종 융성기에 쓰여진 게송 문학의 걸작으로 꼽힌다. 각 편마다 별도 제목이 달린 10편의 연작시로 7언 율시 형식이다. 국내에서는 매월당 김시습이 1475년 ‘십현담 요해’를 썼던 것으로 기록된다. 한용운 또한 이 책을 보고 새롭게 ‘십현담 주해’를 썼고 책 서문에도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남긴다. 3·1운동 후 중요한 기로에 섰던 한용운이 시대의 불화를 넘으려 했던 승려 김시습의 행보에 매료된 것으로 보인다. 십현담의 시 10편 80구를 모두 음미하고 참선하는 과정에서 한용운만의 독자적 특색이 드러난다. 정제된 글 속에서 핵심을 찌르는 단도직입적 주해, 원문 해석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입장의 주해, 사회적 실존에 대한 사유 등이 그렇다.

서 평론가는 “한용운은 ‘님의 침묵’ 한 권으로 불후의 시인이 되었지만, 그 이면에는 ‘십현담 주해’의 현묘한 선 세계의 침잠과 선적 사유가 놓여 있었다”며 “이 둘은 서로를 비추는 거울과 같은 책으로 설악산 시대의 2부작이라 할만하다”고 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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