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홍 칼럼]尹의 “공산전체주의” 직격… 정반합 이룰 균형추 바로잡기 돼야
왼쪽 끝 추(錘) 확 당겨 균형 찾는 과정 불가피
과거 적화통일 위협과 다른 차원에서 극좌세력이
대한민국 핵심 선로 갉아먹는 위험성 직시해야
비판을 요약하면 세 가지 정도다. 시대착오적 이념몰이이며, 국민통합에 어긋나며, 광복절 기념사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판이야말로 구시대적 고정관념의 산물일 수 있다.
권위주의 정권 시절 용공 조작 논란을 하도 많이 겪은 탓에 우리 사회에서 ‘공산’이라는 표현은 레드콤플렉스, 적화통일을 떠올리게 하는 철 지난 “늑대” 외침처럼 들린다.
북한이 지구상 가장 실패한 파탄 일보 직전의 깡통국가 상태이고, 사회주의 몰락으로 인해 진짜 공산주의라 할 수 있는 나라는 남아 있지 않은 것도 ‘공산’에 심드렁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젠 저들의 해악을 다른 패러다임으로 봐야 한다. 공산주의와 전체주의를 질타하고 경계하는 것은 그것이 우리 체제를 점령할 수 있을 만큼의 막강한 실체여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가야할 방향의 대척점에서 끊임없이 우리의 진로를 발목 잡고 방해하는 세력의 뿌리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지향점은 미국이 주도하고 유럽과 일본 호주 등 대다수 선진국이 참여하고 있는 자유민주주의 글로벌 체제에서 중추 국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글로벌 체제의 대척점이 중국 러시아 북한이며, 공산전체주의는 거칠지만 이들을 통칭하는 표현 중 하나로 보인다. 비록 우리 사회에서 절대 숫자는 많지 않겠지만 그들이 약화시키고 끊으려 집요하게 시도하는 철로는 대한민국의 번영과 안위에 중요한 핵심 고리들이다. 그 선로들을 끊기 위해 그들은 온갖 이슈에서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고, 근현대사의 진실을 뒤집고, 한미동맹의 끈을 갉아먹고, 한미일 협력을 기본 바탕으로 하는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구도를 어그러뜨리려 집요하게 시도한다.
“대통령은 국민통합의 중심인데 반국가세력을 강조함으로써 국민을 갈라치기 했다”는 비판도 그럴듯하지만 허무한 비난이다. 과거 보수 대통령들은 국민통합을 의식해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한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좌파 아무도 통합 노력을 평가하고 호응하지 않았다. 게도 구럭도 다 놓친 것이다.
좌파진영은 자기들 정권 시절엔 통합은 관심사 밖이었다. “촛불혁명” “주류세력교체” “기득권 대청산”을 외치고, 조국 장관 편을 들며 5년 내내 국민을 갈라치기하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좌파 누구도 국민통합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만류하지 않았다.
시대 상황 자체도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와 다르다. 당시는 국제정세가 지금보다 훨씬 유연하고 미국 싱글 슈퍼파워가 지속되던 시기였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도전적인 국제 정세 속에서 갈 길을 명확히 국민에게 제시하고 훼방 세력의 실체를 밝히는 것은 불가피하다.
대통령의 강경한 대(對)좌파 공세에 대해 민주당이 당장은 발끈하지만 결국에는 야당에도 보약이 될 수 있다. 민주당 내 합리적인 사람들은 대통령이 아무런 실체 없이 반국가세력의 존재를 언급했을 리는 없음을 알 것이다. 반발하면서도 극좌세력과의 연결고리를 더 경계하고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야권 내에서 합리적 진보와 극좌를 구별해서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질 것이다. 극좌세력의 실체를 모른 채 기웃대던 이들의 추가 편입도 줄어 극좌세력의 세가 위축될 것이다. 결과적으로는 야당이 더 경쟁력 있는 세력으로 자기정비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널뛰기의 진폭이 너무 큰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괘종시계의 펜듈럼(시계추)이 매사에 양쪽 극단을 오간다. 특히 이념적 갈등은 문 정권이 5년간 추를 왼쪽 극단으로까지 끌어당기면서 극도로 악화됐다.
윤석열 정권이 펜듈럼을 중앙 균형점으로 바로 안착시켜주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상론이다. 극단으로 기운 추를 균형점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오른쪽으로 강하게 끌어당길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윤 대통령의 특징은 거침없는 직진이다. 한일 한미 관계가 그랬고, 민노총 사교육 보조금 등등 현안마다 ‘건폭’ ‘카르텔’ 등 민낯의 거친 표현으로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 검사 시절 국정원 댓글 사건에서도 목격됐듯 그는 특정 세력과 맞설 때 에너지가 솟구치는 스타일로 보인다.
이번에도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는 차원에서 여기 도전하는 ‘극좌파 나부랭이들’과 한판 붙어 승부를 내겠다는 결기가 읽힌다. 다른 보수 대통령들과 달리 일단 붙으면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
그런 결기로 추를 오른쪽으로 확 당겼는데 진행 과정에서 과불급(過不及)과 또 다른 극단으로의 편향은 특히 더 경계해야 한다. 그래야 펜듈럼이 다시 왼쪽으로 널뛰기하지 않고 균형점에 서서히 안착할 수 있다.
이기홍 대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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